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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세상 읽기 2 포장된 독일 국회의사당
코리안위클리  2012/01/25, 13:46:50   
▲ 독일 민주화 과정을 전세계에 알린 역사적인 국회의사당 대지예술 작업 사진은 독일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한 페이지를 증거한다.ⓒ 볼프강 볼츠
민주주의의 전환점을 알리다

의미 있는 건물, 공간, 계곡, 사막, 해변, 도로, 설원 등을 거대한 천으로 덮는 작업을 ‘대지예술(Land Art)’이라 부른다. 이 같은 파격적인 작업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당 건물과 공간 그리고 장소가 지닌 의미와 상징성을 새롭게 해석하도록 유도한다. 작은 오브제를 넘어 주변 건조환경을 이루는 모든 요소와 일정 영역을 천으로 덮음으로써 초현실적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 분야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야바체프 크리스토와 잔 클라우드 부부는 1971년 파격적인 대지예술 작업을 제안했다. 다름 아닌 베를린 국회의사당을 천으로 덮는 것이다. 빌헬름 1세가 즉위한 이후 1894년에 독일 제국 최초의 국회의사당으로 건립된 베를린 국회의사당은 나치시대, 제2차 세계대전, 냉전시대를 거치며 파괴와 보수를 거듭하면서 독일 현대사의 산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서독의 민주 진영에는 영국, 미국, 프랑스 그리고 동독의 공산 진영에는 소련이 각각 주둔했다. 시간이 지나며 자유를 찾아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출하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소련은 1961년에 급기야 베를린 장벽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사당과 브란덴부르크 문 사이를 칼로 자르듯 장벽이 설치됨으로써 이와 마주한 국회의사당은 냉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베를린 장벽이 놓이고 10년이 지났을 때 크리스토와 클라우드 부부는 영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정부에 국회의사당을 천으로 덮는 작업을 제안했다. 냉전의 의미를 되돌아 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때에 다섯 개 나라가 이 같은 작업에 동의할 리 만무했다.

민주주의를 축복하는 대지예술

1980년대 중반부터 소련의 개방정책과 함께 불어 닥친 자유화의 물결은 1989년 11월에 시민들의 힘으로 30여 년 동안 동서독을 가로막았던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계기를 제공했다. 크리스토와 클라우드 부부는 이 절회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국회의사당을 천으로 덮는 제안을 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베를린 국회의사당이 통일 독일의 상징으로 부각되었으며, 노먼 포스터의 국회의사당 개축안이 확정된 상태였다.
이 같은 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시점에서 다시 등장한 크리스토와 클라우드 부부의 제안은 이전과 다르게 독일 민주화의 과정을 전 세계에서 알릴 수 있는 좋은 방편으로 여겨졌다. 여전히 보수주의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23년 만에 크리스토와 클라우드 부부의 프로젝트는 의회의 승인을 얻는데 성공했다. 곧바로 두 부부는 등반가와 인부 등 200여명을 동원해 일주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은색 폴리프로필랜 천으로 의사당 건물 전체를 조심스럽게 덮고 파란색 밧줄로 중간 중간을 묶었다.
‘포장된 국회의사당(Wrapped Reichstag)’으로 이름 붙인 역사적인 대지예술 작업을 마친 후에 두 부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베를린 국회의사당은 독일 통일과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독일이 민주주의를 성취하기 위해 얼마나 처절한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그리고 나아가 민주주의가 얼마나 값진 결과물인지 독일을 넘어 전 세계인들이 느끼기 바란다.” 이어서 한 마디 덧붙였다. “포장된 국회의사당은 민주화를 이룬 독일 시민에게 선사하는 선물이다!” 아픈 과거를 한껏 감싸며 밝은 미래로 향하라는.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 대성공이었다. 불과 2주 동안 전시된 포장된 국회의사당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500만 명의 관광객이 베를린을 찾았고, 은색 천 속에 가려진 국회의사당이 전하는 메시지를 함께 나누었다. 사진으로만 남은 포장된 국회의사당의 장엄한 모습은 독일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한 페이지를 증거한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도시사회학 박사)
director@jhkurbanlab.co.uk

저서 :
<작가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산업유산의 재탄생>(2012 발간 예정)

활동 :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에서 도시 연구
김정후 도시건축정책연구소 운영
도시 및 건축법 수립과 정책 연구 참여
한겨레신문 문화칼럼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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