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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세상 읽기 3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의 수직정원
코리안위클리  2012/02/15, 08:01:24   
▲ 인류 문명의 진화를 전시하는 케브랑리 박물관 행정동의 한쪽 벽을 뒤덮은 수직정원은 그 자체로 건물의 일부가 되어 인간, 자연, 건물이 어우러짐을 상징한다.
식물학과 건축의 만남 … 진정한 친환경 시대를 향하여

식물학자가 건축가와 협력하는 것은 별로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이 경우 건물에 부속된 정원과 같은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프랑스의 식물학자 패트릭 블랑은 이 같은 보편적인 상상을 뛰어 넘어 전혀 다른 방식을 소개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바로 ‘수직정원(Vertical Garden)’을 발명한 것이다. 수직정원은 ‘살아 있는 정원(Living Wall)’으로도 불리는데, 블랑은 오랫동안 실험을 거듭한 후에 건물 벽을 식물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 또 다른 의미의 땅으로 완벽하게 탈바꿈시켰다.
블랑은 “콘크리트는 더 이상 생물이 자라는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콘크리트를 자연의 적으로 혹은 황량한 환경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비하하는 구태의연한 관념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것이다. 블랑은 우리 시대가 보유한 첨단 기술은 어떤 물리적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고, 중요한 것은 자연의 소중함과 공존의 가치에 대한 이해라고 강조한다.
블랑이 이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리 시대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인 ‘친환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면서부터다. 현대 도시와 같이 이미 포화 상태로 도시화가 진행된 경우 충분한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콘크리트 건물벽을 푸르름으로 가득한 녹지로 바꿀 수 있다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야말로 식물학과 건축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어우러지는 혁명적 시도인 셈이다.
블랑이 창조한 수직정원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담쟁이나 이끼처럼 식물이 벽을 타고 자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초기 목표와는 다르게 콘크리트 벽을 땅처럼 완벽하게 활용하는 방식을 고안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았다.

마치 한 폭의 녹색 양탄자를 벽에 걸어놓은 듯한
블랑의 수직정원이 소개되자 전 세계는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

블랑은 20세기 후반부터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했는데, 최종적으로 그가 개발한 방심은 건물 벽에 철재 프레임과 PVC를 이용해 정교한 틀을 만들어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한 후에 비료, 물, 공기가 최상의 상태로 공급하는 것이다. 미세한 차이로 인해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안정적으로 식물이 자랄 수 있음을 확인한 블랑은 1988년 파리의 과학산업박물관에 최초의 수직정원을 성공적으로 조성했다. 마치 한 폭의 녹색 양탄자를 벽에 걸어놓은 듯한 블랑의 수직정원이 소개되자 전 세계는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
이후 블랑은 보다 안정적으로 수직정원을 발전시켰는데, 그 중에서 특히 이목을 사로잡는 작품은 바로 2006년에 파리에 완성한 케브랑리 박물관의 행정동 벽이다. 파리에는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는 물론이고 수많은 문화 시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파리가 유럽 최고의 관광도시로 명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 3세계 문화에 큰 관심을 가졌던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비유럽권인 아메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차별화된 박물관을 모색했다. 그리고 박물관의 전체 디자인을 맡은 건축가 장 누벨은 초기부터 블랑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수직정원이 박물관의 중요한 요소가 되도록 유도했다.
인류 문명의 진화를 전시하는 케브랑리 박물관 행정동의 한쪽 벽을 뒤덮은 수직정원은 그 자체로 건물의 일부가 되어 인간, 자연, 건물이 어우러짐을 상징한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최고의 기술력과 상상력이 탄생시킨 친환경 건물임에 틀림없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블랑의 수직정원이 인류사의 한 획을 그은 발명으로 기록될 것이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도시사회학 박사)
director@jhkurbanlab.co.uk

저서 :
<작가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산업유산의 재탄생>(2012 발간 예정)

활동 :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에서 도시 연구
김정후 도시건축정책연구소 운영
도시 및 건축법 수립과 정책 연구 참여
한겨레신문 문화칼럼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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