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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김정후 건축가 글짜크기  | 
사진 속 세상 읽기 4 여전히 건재한 뼈다귀 열쇠
코리안위클리  2012/03/07, 07:31:32   
▲ 열쇠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첨단 기술을 접목하며 개발된 도구 중의 하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열쇠의 발전이 끊임없이 이루어진 까닭은 다름 아닌 도둑의 기술력 때문이다.
오래된 것에 대한 가치 음미하는 지혜로운 삶의 상징

집과 열쇠

최첨단 과학을 접목한 영화를 보면 문을 열 때 더 이상 열쇠나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손가락 지문은 이미 너무나 고전적인 방식이고, 망막, 얼굴 형태, 목소리, 심지어 혈관 패턴을 인식하는 다양한 방식을 이용한다. 이 같은 최첨단 잠금 장치는 더 이상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보안을 중시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주택도 비슷한 잠금 장치를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열쇠는 집의 역사와 함께 한다. 이집트인들이 이미 기원전 2000년경부터 열쇠를 사용했음을 벽화를 통하여 짐작할 수 있고, 로마인들이 본격적으로 자물쇠 형식의 열쇠를 본격적으로 개발해 사용했다. 이후 오늘날까지 열쇠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첨단 기술을 접목하며 개발된 도구 중의 하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열쇠의 발전이 끊임없이 이루어진 까닭은 다름 아닌 도둑의 기술력 때문이다. 다소 잔인한 얘기지만 지문 인식형 잠금 장치를 열기 위해 주인의 손가락을 절단하는 장면 또한 영화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결국 열쇠는 보완 전문가와 도둑 간의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발전한 것이다.
지난 2007년에 필자의 책 <유럽건축 뒤집어보기>를 통하여 ‘스켈레톤 키(Skeleton Key)’를 소개했을 때 많은 독자들이 놀라워했다. 일명 ‘뼈다귀 열쇠’라 할 수 있는 이 잠금 장치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장롱에 쓰여서 ‘장롱 열쇠’로 불렸고, 곡식과 생필품을 저장하는 창고난 곳간 그리고 기타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에 널리 사용되었다. 오늘날 이 열쇠를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기념품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자취를 감춘 ‘뼈다귀 열쇠’가
유럽의 경우 여전히 현관문은 물론이고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삶의 지혜로움에 대하여
우리나라에서 이미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춘 뼈다귀 열쇠가 유럽에서 여전히 잘 사용되고 있다면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아마도 유럽에 살았던 혹은 사는 분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유럽의 경우 형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현관문은 물론이고 다양하게 뼈다귀 열쇠를 사용한다. 물론 유럽에서도 상상을 초월한 규모와 그에 따른 최첨단 안전 장치를 설치한 대저택들이 있지만 필자는 보편적인 집과 건물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하찮게 보이는 뼈다귀 열쇠는 맹목적으로 새로운 것만을 추종하지 않으며 ‘오래된 것’에 대한 가치를 음미하는 지혜로움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럽에서 지어진 지 수백 년이 지난 주택이 지금도 잘 사용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집이 투기나 장식의 대상이 아니라 가족과 더불어 마음 편하게 쉬고, 즐기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깊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집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집을 과시하거나 보이기 위해서 꾸미려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삶의 지혜로움과 연관된다. 뼈다귀 열쇠가 여전히 건재한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럽이 결코 빠름과 새로움에 둔감한 것이 아니다. 다만 주변의 모든 것을 빠름과 새로움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로 인하여 삶의 여유와 멋이 묻어난다.
가까운 과거만 돌이켜보더라도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또한 잊고 산다. 가장 원시적인 구조의 뼈다귀 열쇠를 구식의 상징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상징이라 말하면 지나친 주장일까. 뼈다귀 열쇠를 볼 때마다 조금은 느리게 사는 방식을 가르치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글쓴이 김 정 후
(건축가, 도시사회학 박사)
director@jhkurbanlab.co.uk

저서 :
<작가정신이 빛나는 건축을 만나다>(2005)
<유럽건축 뒤집어보기>(2007)
<유럽의 발견>(2010)
<산업유산의 재탄생>(2012 발간 예정)

활동 :
런던대학 UCL 지리학과에서 도시 연구
김정후 도시건축정책연구소 운영
도시 및 건축법 수립과 정책 연구 참여
한겨레신문 문화칼럼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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