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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73 강요과 권유의 차이
코리안위클리  2012/05/02, 04:48:04   
▲ 부모 없이 자란 환자는 정서적으로 무척 힘들어 한다. 부모에게 화가 나서가 아니라 화낼 부모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다.

자해·자살 충동 느끼는 청소년 자녀
무관심보다 지나친 애정과 관심이 더 효과적

얼마전 식이 장애 소녀와 자해·자살 충동을 느끼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강요’란 단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영국과 한국(내가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낸 나라)의 문화차이를 갈수록 뼈져리게 느끼는 상황이지만 사실 이것이 더이상 문화차이인지 아니면 세대 차이인지는 점점 알 수가 없다.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십몇 년 전 필자가 떠날 때의 분위기와 확실히 많이 달라져 있으며 적어도 겉보기에는 서구사회와 많이 닮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직업상 이런 문화 현상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부모들이 자녀를 대하는 태도는 아직도 유럽과 동양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진료한 식이 장애 소녀는 하루에 밥은 거의 먹지 않고(탄수화물이 많아서 살찐다는 공포가 있다) 물만 먹고 살고 있는데 부모가 환자에게 제발 밥을 먹으라고 애걸복걸이다. 우리 팀도 가정을 방문해서 환자 옆에 붙어 앉아 이야기도 해주고 밥 먹는 것 격려도 해주고 밤낮으로 치료에 열심이다. 그런데 환자는 가끔 손가락 크기 만한 바나나 하나 집어 먹고는 입을 다문채 더 이상 먹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자해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영국에서는 부모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걱정하면서도 애를 야단 치는 법이 없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부모가 이렇게 고생해서 학교 보내주고 밥먹여 주는데
도대체 무엇하는 짓이냐고 엄청나게 야단치지 않을까 생각된다.

영국에서는 만약 이런 경우 부모나 치료자가 환자에게 음식을 억지로 먹이려고 들면 경찰에 고소 당할 수 있으므로 절대로 하지 않지만 (그래도 윽박지르고 소리 지르는 아버지 엄마도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좀 더 강압적으로 식사를 강요하지 않을까 추측된다.
또 반복적으로 자해하는 청소년들의 경우도 부모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을 때는 좀 더 강력하게 못하게 한다거나 야단치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부모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걱정하면서도 애를 야단 치는 법이 없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부모가 이렇게 고생해서 학교 보내주고 밥먹여 주는데 도대체 무엇하는 짓이냐고 엄청나게 야단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아주 오래된 사고방식인 것은 인정한다)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이전에 인도쪽에서 온 정신과 의사랑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거기는 이런 자해 청소년들이 별로 없다고 한다. 물론 식이 장애 환자도 훨씬 적다.
그렇다면 과연 부모가 자녀 행동을 대하는 태도가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빈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이론적으로 보면 자해하는 청소년의 경우는 집안이나 학교에서 학생들이 견디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하나의 탈출구 혹은 호소 방법으로 생긴다고 하니 이렇게 부모나 학교에서 강압적으로 못하게 막거나 야단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야단치고 이곳저곳 잡으러 쫓아 다니는 것이 꼭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다고 본다. 때로는 지나친 애정이나 관심이 스트레스를 줄 수는 있겠지만 무관심 보다는 낳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해본다.

아동 청소년들은 부모를 보면서 배우고 자란다.
그들 스스로 부모들이 왜 저렇게 극성을 부리는지 안다면
때론 그 등살에 힘들더라도 한편으로는 안심하지 않을까.

영국에서는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너무나 많은 자유를 준다. 물론 모든 부모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히 워킹 클라스의 엄마들은 아동이 옷 입는 것도 TV 보는 것도 거의 성인 수준으로 허용하고 틴에이지 아들 딸들이 이성친구와 섹스하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어떤 가족들은 엄마가 집에 있고 아들과 그 여자 친구가 와서 무슨 일을 해도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지내는 것을 보고 필자가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리서치 결과를 보면 이런 집안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정서적인 문제가 많이 생긴다.
‘얼마나 빨리 얼마 만큼의 자유를 언제 주어야 하느냐’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모두의 고민일 것이다. 하나의 힌트가 있다면 ‘지나친 것은 아니한 만 못한 것’이 아니라 ‘전혀 안하는 것보다는 과도하게 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모든 아동 청소년들은 부모를 보면서 배우고 자란다. 그들 스스로 부모들이 왜 저렇게 극성을 부리는지 안다면 때론 그 등살에 힘들더라도 한편으로는 안심하지 않을까. 부모 없이 자란 환자는 정서적으로 무척 힘들어 한다. 부모에게 화가 나서가 아니라 화낼 부모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다. 그렇다면 오늘 자녀 방문을 한번 열어보는 것에 너무 주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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