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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74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
코리안위클리  2012/05/16, 07:06:18   
▲ 옆을 보아도 앞을 보아도 자신을 뜯어 먹으려는 ‘아귀’같은 존재 밖에 없고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느낀다. 당연히 인생이 괴롭고 힘들 수 밖에 없다.

환자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핵심

불교에서 흔히 쓰는 말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엉터리 지식으로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이 말은 만사가 내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과 비슷하다고 한다. 이것이 맞든 틀리든 그것이 오늘 말할 주 포인트는 아니고 필자의 직업이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이 경구만큼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말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유식한 척을 해 보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우울증 환자의 예를 들어보자. 최근에 영국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인지 치료의 관점에서 보면 우울한 사람들은 만사를 부정적인 관점으로 보기 쉽고 여러가지 가능성 중에서 가장 최악의 경우만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치료할 때는 환자들의 부정적 생각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꾸어 볼 수 있도록 일종의 심리 훈련을 시킨다. 이것만 보더라도 실제로 환자가 처해 있는 환경에 대한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자부심 보다는 자괴감, 죄책감 보다는 분노가 마음을 지배하는 경우는
‘감사함’을 느끼기 보다는 ‘피해의식’이 생기기 때문에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천국’이 아니라 ‘지옥’으로 경험된다.

한국 가정에서 많이 등장하는 우울증 시나리오를 보자. 우울증이 많이 생기는 시기는 10대 청소년 시기와 소위 중년의 위기가 닥치는 40대 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40대 여성분이 찾와 자기 인생 한탄을 한 시간 내내 한다. 일하고 회식하고 늦게 들어 오는 남편, 엄마 힘든 줄도 모르고 요구만 해대는 무지막지한 애들, 딸 힘들게 사는 줄 모르고 속을 박박 긁어 대는 친정 아버지 등. 자신의 인생은 노예의 인생이며 스스로 어떤 발버둥을 쳐도 빠져 나올 수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고 하소연 한다. 이분은 옆을 보아도 앞을 보아도 자신을 뜯어 먹으려는 ‘아귀’같은 존재 밖에 없고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느낀다. 당연히 인생이 괴롭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옆에서 정신없이 코골며 자는 남편이 그렇게 밉게 보일 수 없고 그러다 보면 잠도 설치기 일쑤다. 이런 상태에서 정신과를 찾아 가면 대개의 경우는 우울증 진단을 받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정신과 진단은 환자의 표면적 증상에 토대를 두기 때문에 이런 우울한 기분이 일정기간 계속 되고 불면증과 식욕부진 등을 동반하면 우울증 진단 카테고리에 맞게 된다.
요즘 정신과의 추세를 보면 이런 경우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그러다 보면 기분이 올라가는 등 호전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분의 심리 상태를 보면 자신이 남편에게 내조하고 애들을 열심히 키우는 자신에 대해 전혀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남편이 힘들게 일하고 또 아버지가 연로해지시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즉 자부심 보다는 자괴감, 죄책감 보다는 분노가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감사함’을 느끼기 보다는 ‘피해의식’이 생기기 때문에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천국’이 아니라 ‘지옥’으로 경험되면서 약을 복용하면 기분이 일시적으로 좋아질지는 몰라도 가족과의 관계 개선에는 도움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결과적으로 이분은 집안에서 ‘환자’로 간주되고 일종의 환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즉 때로는 기분이 다시 안좋아지고 그러면 가족들은 우울증이 재발되었다고 생각하고 과연 무엇이 그 사람을 우울하게 했는지는 전혀 생각도 안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자책감으로 자기를 미워하기 보다는
주위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마음이 덜 괴로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가 왜 이런 마음 가짐을 갖고 있는지
이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 먹기’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게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개인의 우울증이란 그 사람이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우울해지는 것이라고 느껴져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의 예에서 우울증 걸린 주부는 자신의 아들이 옆집 애 보다 공부를 못하는 것이 자신 잘못이 아니라 애나 아버지가 게을러서 라고 생각하고 있고 남편이 일을 하고 늦게 들어 오는 것이 자신들이 좋은 아파트에서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무능해서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마음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차라리 우울증이 생긴 것이다. 즉 자기가 자책감으로 자기를 미워하기 보다는 주위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마음이 덜 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꾸 마음을 바꾸어 먹으라고 하면 환자를 더 불안하게 만들거나 더 궁지에 몰아 넣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인지 행동 치료나 약물 치료도 우울증이 낫고 싶은 환자에게 해야지 우울증에 머물고 있는 것이 차라리 낫다라고 여기는 환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가 왜 이런 마음 가짐을 갖고 있는지 이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강요가 아닌 공감으로서 환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집에서도 남편이 ‘당신 마음 좀 예쁘게 가져!’라고 야단칠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많이 힘들게 했지’라는 이해가 중요하다. 내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옆에 있는 사람도 나에게 감사할 수 있다. 심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것이 훨씬 성숙한 상태임에 틀림 없고 더불어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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