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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75 환자라고? 누가 환자지?
코리안위클리  2012/05/30, 21:26:37   
▲ 아들이 아스퍼거나 주의력 결핍장애가 없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희망대로만 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욕심을 하나둘 씩 버리고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 어머니가 되는 스텝을 밟는 것이다.

아동 청소년 환자 문제 부모와 직결
자녀에 대한 욕심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아동 청소년들과 일하다 보면 정말로 누가 환자인지 정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일단 연령상으로 보았을 때 아동 청소년들은 자신이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와 함께 있음으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정체성)이 정해 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아동의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가 되고 부모의 문제는 또한 아동의 문제로 직결된다. 물론 거시적인 환경으로 보면 집안에 누가 살고 있는지 또한 그 부모들은 어떤 서포트를 받고 있는지 학교에서 보조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지에 따라서 개개인의 차이가 당연히 나고 또한 개인 자신의 기질이나 유전적 요인에 따라서 문제가 발현되는 방식이나 시기가 많이 차이 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일단은 연관이 아주 많다는 정도로 해 두자.
얼마전 클리닉에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스퍼거와 ADHD(주의력 결핍장애) 진단을 이미 받은 바 있는 청소년이 폭력 문제로 찾아 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청소년은 이제 GCSE를 거의 다 치르고 있는데 당사자는 진학에 별로 관심 없고 학교만 졸업하고 나면 자신이 좋아하는 기계체조를 하면서 그 쪽으로 좀더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엄마의 희망은 이 친구가 대학에 특기생으로 진학해서 공부를 더 해서 성공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클리닉을 찾아온 발단은 이 학생이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욕설을 해서 정학을 당했고 졸업 때까지는 학교에 돌아갈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학생 당사자는 오히려 학교 가기 싫은데 잘 됐다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이야기 했고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때문에 분함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필자의 머리 속에는 왜 이 어머니가 아들을 병원으로 데리고 왔을까 하는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학생 본인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불편한 것이 없고 그렇다고 정신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만의 계획이 뚜렷하게 있었다. 오히려 본인의 진단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 상황 설명을 필자에게 하는 것만도 굉장히 능력이 많다고 생각됐다. 그런데 어머니의 태도는 아들을 경멸하고 꾸짖고 도무지 옆에서 보고 있기 민망할 정도라서 밖에 잠깐 나가 계시라고 할 정도였다.
이 어머니는 자신의 아버지가 아스퍼거가 있었는데 자신의 어머니가 그런 아버지에게 늘 고함을 당하고 야단맞고 괴로워하는 것을 평생 보고 사셨고 그래서 인지 도무지 자신의 아들이 다른 학생들과 다르다는 점이 여러가지로 마음에 걸렸다. 또한 안타깝게도 아들이 자신의 능력에 비해서는 훨씬 잘 컸고 그 부분에서 어머니 본인도 많이 기여해서 그렇다는 점을 전혀 보지 못했다. 마치 어머니 본인이 어린애가 된 것처럼 아들이 자신 마음대로 안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생떼 쓰는 것 같았다. 오히려 학생 본인이 어머니 눈치를 보고 어머니 기분이 맞추어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아동 청소년들은 자신이 부모와 함께 있음으로서
자신의 아이덴티티(정체성)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아동의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가 되고
부모의 문제는 또한 아동의 문제로 직결된다.

그러면서 필자의 머리속에는 누가 과연 환자인지라는 의문이 떠나가지 않았다. 혹시나 이 어머니는 자신의 상황을 의사에게 열심히 토로하고 짜증을 부리고 떼를 씀으로서 자신의 과거에 있었던 괴로운 상황과 그러한 상황에서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이제 지금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 어머니에게 이야기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 어떻게 이 어머니가 느끼고 있는 절망에서 구해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오직 단 하나 자신의 계획대로 아들이 대학을 진학하고 현재 다니는 학교를 말 잘듣는 양처럼 순하게 다니고 순조롭게 졸업하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약’도 없다고 믿기 때문에 오늘도 내일도 계속 절망만을 하게 될 것이다.
비단 아들이 이런 아스퍼거나 주의력 결핍장애가 없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희망대로만 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욕심을 하나둘 씩 버리고 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 어머니가 되는 스텝을 밟는 것인데 이분은 아직도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이런 경우는 다른 사람 비난을 많이 한다. 특히 병원 직원이 욕을 많이 먹고 학교도 거의 매일 어머니에게 비난 받는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무언가 ‘기적’을 찾아 이러 저리 헤매고 다닌다.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욕을 하는 것은 ‘병’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학교 다니기 싫어하고 자신이 단체생활을 너무 힘들어 해서 회피하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아들의 어려움을 어머니가 받아 들이기 힘들고 ‘왜 우리 아들은 다른 애처럼 하지 못하나’라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다면 꼼짝 달싹 하지도 못하는 그런 함정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인생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사로잡혀서 살아야 되나.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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