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토 커뮤니티 구인 전화번호 지난신문보기
전체기사
핫이슈
영국
한인
칼럼
연재
기고
스포츠
연예
한국
국제
날씨
달력/행사
포토뉴스
동영상 뉴스
칼럼니스트
지난신문보기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76 인터넷이 의사 생활을 편하게 하는가?
코리안위클리  2012/06/20, 06:46:03   
▲ 인터넷에는 무한한 정보가 제공되어 있다. 어떤 것은 충분한 자료와 근거가 명시되어 있고 어떤 것은 개인적인 주장만 가득한 것이 있다.

최선의 의료 서비스는 환자나 보호자가 현명한 결정 내리도록 도움 주는 것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필자가 수련 받을 때가 벌써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강산이 변해도 두 번 변한 세월이다. 정신과는 그 증상의 발현 양상이 그 사회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세월 변화에 민감하다. 예를 들어 필자가 처음 수련을 시작했을 때 피해 망상을 가진 환자들은 주로 중앙 정보부를 많이 거론했다. 그러다가 안기부를 거쳐 이제는 국정원으로 주체들이 옮겨 간다. 또한 의처증이 있는 사람들은 남편의 지갑에서 명함을 발견했다느니 볼펜이 나왔다든지 하다가 요즘에는 메일이나 문자에서 무엇을 보았다는 호소들이 많다. 이처럼 주제는 비슷하지만 구체적으로 소재가 되는 자료들은 시대에 따라서 조금씩 변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례적인 변화 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점점 의심이 많은 사회로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은 나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다. 과학의 발달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고 모든 사회가 카메라나 도청으로 많은 것을 이루는 사회로 변할 때 인간들이 점점 피해망상이 증가하고 의심병이 많아진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볼 때는 일종의 과학의 부작용 같기도 하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컬 하지 않는가?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으면 그것을 채워주는 지식이나 문명이기가 있으면 의심병이 없어지거나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점점 다른사람들의 삶에 가까이 접근하고 마음만 먹으면 너무나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의심이 많아진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들이 너무나 진실을 단순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인간의 복잡한 정신세계를 한두 마디의 병명으로 설명해 내는 것이
가능한 일이 아닌 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러한 불가능한 일을 종용받는 것이
정신과 의사의 운명인 것 같다.

이러한 의심이 대인 관계에서 영향을 미치지만 또한 진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요즘 환자들은 너무나 많을 것을 알고 오신다. 이번주만 하더라도 보호자 두 분이나 인터넷에서 어떤 병명을 발견했다고 몇십 장을 A4 용지에 프린트 해 오신다. 예를 들어 말을 아주 안 듣는 7세 아들이 있는다. 부부사이의 문제가 아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 했는데 다음에 올 때는 ‘Pathological Avoidance Syndrome’병에 자기 아들이 걸린 것에 틀림이 없다면서 거기에 나오는 대로 치료해 달라고 한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도무지 부모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필자를 원망하고 화를 내고 매니저 만나게 해달라고 떼를 쓴다.
필자가 처음 정신과 수련을 시작할때 미국 정신과 학회에서 나온 진단학회 분류집을 보니까 약간 과장해서 이 세상 사람들 절반 이상이 병이 있는 것으로 진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우울증 같으면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충분이 진단 가능한 병으로 인식될 정도다. 이것이 어쩌면 정신과 의사가 되는데 충분한 트레이닝과 경험이 필요한 이유도 되겠다. 인간의 복잡한 정신세계를 한두 마디의 병명으로 설명해 내는 것이 가능한 일이 아닌 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러한 불가능한 일을 종용받는 것이 정신과 의사의 운명인 것 같다.
치료에 관해서도 인터넷에는 무한한 정보가 제공되어 있다. 어떤 것은 충분한 자료와 근거가 명시되어 있고 어떤 것은 개인적인 주장만 가득한 것이 있다. 소아 청소년 치료중에는 ‘돌고래 치료’라는 것이 있는데 미국 등지에서 자폐증에 치료가 있다고 주장하는 그룹이 있다. 물론 과학적인 확실한 근거는 없고 ‘효과가 있는 것 같다’라는 보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부모들이 절박하게 될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끊임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치료법과 병명들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는 누구를 얼마나 믿어야 될지 혼란에 빠지고
계속해서 효과가 없는 치료를 받으면서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 다니게 된다.

성인 환자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지식인 검색에서 인지 행동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나와 있으니 그것을 해달라는 환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분명히 글로 읽는 것과 실제 행하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환자나 보호자들의 절박한 마음과 그것에 편승해서 사업을 하려는 일부 업자들 때문에 끊임 없이 새로운 치료법과 병명들이 생긴다. 결국에 환자는 누구를 얼마나 믿어야 될지 혼란에 빠지고 계속해서 효과가 없는 치료를 받으면서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 다니게 된다.
필자가 공항에 미니캡을 타고 가는데 나이가 지긋한 운전자가 자신의 아들이 뇌종양에 걸려서 젊은 나이에 죽은 사실을 이야기 한다. NHS병원에서는 가망이 없으니 포기하라고 했는데 이 아버지는 아들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미국까지 아들을 데리고 입원시켜서 수술을 시킨다. 비용이 우리나라 돈으로 2억이 들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단다. 의사인 입장으로는 어리석은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 ‘나라면 과연 포기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았다. 어쩌면 의료는 서비스로서 의사로서의 최선은 환자나 보호자가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최종결정권은 의사에게 있지않고 환자 당사자들에게 있다는 것이 맞는 얘긴 것 같다. 그리고 그 결정은 존중 받아야 될 것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기사 더보기
 플러스 광고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청소년과 정신건강 78 폭력 청소년은 얼마나 위험한가? 2012.07.18
아동의 양육과정, 성장 후 폭력행동과 밀접한 관계
청소년과 정신건강 77 영국에서는 학교폭력은 어떻게 다루는가? 2012.07.04
다른 학생에 위협 판단되면 위험 대책 세워 대응
청소년과 정신건강 76 인터넷이 의사 생활을 편하게 하는가? 2012.06.20
최선의 의료 서비스는 환자나 보호자가 현명한 결정 내리도록 도움 주는 것
청소년과 정신건강 75 환자라고? 누가 환자지? 2012.05.30
아동 청소년 환자 문제 부모와 직결 … 자녀에 대한 욕심 버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청소년과 정신건강 74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 2012.05.16
환자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것이 우울증 치료의 핵심
핫이슈 !!!
영국 재향군인회 송년 행사 개최    2021.11.23   
31일 서머타임 시작    2024.03.21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통    2024.02.22   
찰스 3세 국왕 뉴몰든 첫 방문    2023.11.09   
해군 순항훈련전단, 런던한국학교서 문화공연 가져    2023.11.05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
31일 서머타임 시작
제 22대 국선 재외선거 신고·..
영국 차보험료 사상 최고 기록
넷플릭스의 웨스트 엔드 진출 의..
영국,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
영국 투자 부동산에 대한 세금..
‘한식 전파 프로젝트’를 시작합..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당..
영국 2월 집값 상승
포토뉴스
 프리미엄 광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생활광고신청  |  정기구독신청  |  서비스/제휴문의  |  업체등록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B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
Cavendish House, Cavendish Avenue, New Malden, Surrey, KT3 6QQ,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