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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음식이야기 44 이집트는 로마의 밀밭이었다
코리안위클리  2012/06/27, 06:46:23   
▲ 나일강의 비옥한 땅에서 수확되는 밀은 이탈리아 전 국민이 필요로 하는 빵의 3분의 1을 충당할 정도로 막대한 양이었다.

로맨스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정말 세계사가 바뀌었을까? 다시 말해 그녀가 미인이 아니었다면 로마의 권력자들을 품 안에 넣고 휘두르지 못했을 것이므로 역사가 실제로 전개된 것과는 많이 달라졌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정도가 아니고 ‘전혀 그렇지 않다’가 맞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역사를 가정할 때에도 그 중심에는 먹을거리가 있다는 필자 나름의 역사관이 이러한 판단의 배경이다.
고대사회에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먹을거리다. 이집트는 바로 이 먹을거리 확보에 있어서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일강에서 생산되는 곡물 ‘밀’이 그 주인공이다.
‘밀’은 ‘쌀’ 그리고 ‘옥수수’와 더불어 3대 문명작물 중 하나이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갈파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장장 6650 km에 이르는 나일강은 매년 범람했고 그때 마다 최고 품질의 흙더미들을 하루로 옮겨 놓는 일들을 충실하게도 반복적으로 수행했다. 이 하늘의 축복 덕분에 이집트 사람들은 BC 2000년경부터 나일강 유역에서 밀을 재배하며 찬란한 세계 4대 문명의 하나를 꽃피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집트 사람들은 그리스 시대부터 지중해 연안 국가들에 내다 팔 정도로 품질 좋은 밀을 나일강 유역에서 길렀다. 나일강은 이미 그리스 시대부터 유럽사람들에게 ‘밀’을 생산하는 곡창지대로서의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는 얘기다. 누구나 나일강의 곡창지대를 찬탈의 대상으로 올려 놓고 탐욕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주변으로 영토를 계속 넓히며 제국의 건설을 추구 했던 로마의 야심 찬 정치철학은 도시국가 형태의 공화정으로 나라를 모범생처럼 운영하던 그리스와 근본적으로 달랐다. 제국의 그 넓은 영역을 탈 없이 다스리려면 무엇보다도 충분한 먹을거리 확보가 최우선이었다. 그리하여 제국의 로마가 눈을 돌린 곳은 바로 이 북부 아프리카의 땅이고 그 중에서 이집트는 반드시 점령을 해야만 하는 목표였다. 비옥한 황금의 곡창 지대를 당대의 초강대국 로마가 그냥 내버려 둘 리 만무했던 것이다. 시저는 이 목표를 향해서 정확히 진군한 명석한 권력자였다.

권력자는 사랑보다 빵을 좋아한다?

시저가 이집트까지 대군을 몰간 표면적인 이유는 정적 폼페이우스를 붙잡아 제거하려는 것이었지만 이집트 자체를 놓고 그가 생각한 것은 아주 단순했다. 나일강의 ‘밀’ 그리고 이 ‘밀’이 로마 사람들에게 제공을 할 ‘빵’이었다. 그의 정치적 야심을 채워 줄 수 있는 도구로써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이 없었던 셈이다.
시저와 세기의 여걸 클레오파트라와의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필자는 그러나 ‘과연 그 사랑이 그저 순수한 사랑이었을까?’ 라는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에게 대승을 거둔 옥타비아누스가 이집트를 점령한 후 보여준 행동에서 훌륭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안토니우스를 꺾고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에 오른 옥타비아누스는 이집트를 황제의 직속령으로 공포했다. 이집트를 자신의 개인 밀밭으로 만들어 나일강에서 생산되는 밀을 제국 통치의 든든한 무기로 활용하려는 속셈에 다름 아니었다. 제정 로마시대를 연 옥타비아누스의 정치력과 힘의 밑바탕에는 나일강의 밀이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더구나 나일강의 비옥한 땅에서 수확되는 밀은 이탈리아 전국에 필요로 하는 빵의 3분의 1을 충당할 정도로 막대한 양 이었다. 시저와 안토니우스, 옥타비아누스 같은 권력자들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로맨스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로맨스에 푹 빠져 들어 그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 그러나 후세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대부분 실제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포장되기 일쑤다. 대중은 이러한 장치에 걸려들어 열광한다. 그러나 역사를 보는 우리들의 눈이 좀 더 이성적이라면, 그리하여 평생 전쟁터를 누빈 명장일 뿐만 아니라 정치인으로 최고의 권력을 거머쥔 시저의 커다란 야망을 우리가 놓치지 않는다면, 클레오파트라와의 로맨스 뒤에 가려져 있는 나일강의 ‘밀’은 좀 더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한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드러낸 마지막 집착도 바로 나일강의 ‘밀’과 무관하지 않다. 나일강의 ‘밀’을 확보하는 것은 곧 로마 사람들의 밥줄을 움켜쥐는 것이고, 그것은 언제나 제기할 수 있는 최고의 우군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통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일강의 ‘밀’은 클레오파트라의 미모가 시저와 안토니우스에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조력자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집트는 먹을거리 확보에 관한 한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나일강에서 생산되는 곡물. 밀이 그 주인공이다.

▲이집트는 먹을거리 확보에 관한 한 다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나일강에서 생산되는 곡물. 밀이 그 주인공이다.

 
역사의 중심에는 항상 먹을거리가 있다

나일강이 이집트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세계의 역사는 아마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 더 낮았더라도 세계의 역사는 별로 변하지 았았으리라. 클레오파트라가 없어도 나일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고 옥토에서는 매년 엄청난 양의 밀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클레오파트라가 없었더라도 나일강의 밀은 수많은 권력자를 이집트로 끌어들였을 것이다. 고대 서구사회에서 빵이 먹거리의 중심에서 밀려 변방으로 쫓겨나간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음식은 항상 역사의 중심에서 주연이던 조연이든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그것을 놓치고 있을 뿐이다.

(주)이 칼럼은 필자의 2012년 4월호 연합 마이다스 칼럼을 편집한 것입니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영국에서 ‘음식과 문화’를 박사과정으로 수료한 필자는
Food Trend, Eating/Dining out trend 를 분석하여 Business market road map을 제공,
음식관련업 사업자들이 성공적으로 Business strategy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Fashion Food 21. Ltd의 Directing Consultant로 활동하면서
Essen, 주간조선, 마이다스 등의 잡지에 음식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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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식 음식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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