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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9 윔블던 (Wimbledon) 테니스 대회
코리안위클리  2012/07/04, 06:36:38   
▲ 스코틀랜드 국기가 들어간 모자를 쓴 머레이(사진 왼쪽). 잉글리쉬가 어떻게 머레이를 훔쳐가는가를 풍자한 기사에 실린 만화.

“I can cry like Roger; it’s just a shame I can’t play like him” - Andy Murray
(2010호주오픈 결승에서 테니스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로 불리는 Roger Federer 한테 완패한 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2012유로 8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일방적인 열세 끝에 운좋게 승부차기까지 갔으나 다시 한번 패하고 만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테니스는 영국에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영국인이 마지막으로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년도는 무려 76년 전인 1936년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모든 테니스 선수들의 꿈인 윔블던이다.

 1877년에 시작된 윔블던 첫 대회는 남자단식만이 열렸으며 결승전은 약 200명의 관중이 1실링 (shilling; 20실링이 1파운드)의 입장료를 냈다 (2012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전의 공식가격은 £120이나 현재 인터넷 티켓 사이트에서는 £1,700~£3,200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1884년에는 여자단식과 남자복식이 추가되었으며 1922년 전까지는 전 대회 우승자는 오직 결승전에서만 경기를 하였다. 1968년 이전의 윔블던에는 오직 성적이 뛰어난 아마추어 선수들만의 참여가 허락됐으나 이 시기를 기점으로 그랜드슬램 대회에는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가 허용됐으며, 이를 Open Era라고 부른다. 이후 모든 대회에는 프로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되며 테니스 선수들의 프로화에 기여하는 계기가 마련된다.

윔블던은 매년 6월말에서 7월 초에 걸쳐 월요일에 시작해 그 다음주 일요일의 남자단식 결승전을 끝으로 13일간의 일정을 갖는다. 대회중간의 일요일은 휴식일로 지정되며 전통적으로 경기가 열리지 않으나 비로 경기가 순연되면서 중간 일요일에도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사실 영국의 변덕스런 날씨 덕분에 윔블던의 많은 경기가 순연되며 이에 선수, 관중들, TV시청자 등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는다. 그리하여 마침내 2009년에는 15,000명 수용규모의 센터코트에 개폐가 가능한 지붕이 설치됐다.

윔블던 티켓은 언제나 구하기 어려우며 티켓을 구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자 1924년부터 시행된 Public Ballot을 이용하려면 대회가 열리기 거의 1년 전부터 팬들은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13대회를 관람하고자 하면 올해 말까지 신청서를 보내야 하는데 이렇게 모아진 신청서를 컴퓨터가 무작위로 추첨해 당첨자에게 티켓을 살 권리를 준다. 하지만 설사 운이 좋게 티켓에 당첨돼도 관람하는 경기와 날짜마저도 컴퓨터가 지정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한 팬들은 그랜드슬램 대회 중 윔블던만이 시행하는 경기 전날 밤새서 줄서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보통 경기 전날 오후 9시 전에 줄을 서면 주요 코트에서 열리는 경기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줄서기에는 전세계에서 오는 팬들이 참가하며 윔블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1996년 윔블던 남자단식 8강전에 관람차 와있던 유명가수 클리프 리차드가 즉석공연을 펼쳐 비로 인한 기다림에 지친 많은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1996년 윔블던 남자단식 8강전에 관람차 와있던 유명가수 클리프 리차드가 즉석공연을 펼쳐 비로 인한 기다림에 지친 많은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윔블던은 명성에 걸맞은 여러 전통을 자랑하는데 볼보이와 걸(BBGs)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근처의 학교에서 선발되는 이들은 평균연령이 15세이며 선발되기 위해서는 학교교장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그 후 테니스 룰에 관한 시험과 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며 2008년도에는 이렇게 선발된 600명이 2월부터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250명의 BBGs가 대회기간 중에 활동했다. BBGs는 대회기간 동안 일인당 £120~£160을 지급받는 것 외에도 윔블던에 참여하는 특별한 경험을 가지게 되며 이러한 경력은 훗날 이력서에 기재되기도 하는 등 그들의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잡는다. 또한 윔블던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완전 혹은 거의 대부분이 하얀색 유니폼을 착용해야 하며, 선수들은 센터코트에 입퇴장시 관람중인 왕실가족에게 절해야 했으나 2003년부터 여왕과 찰스 왕세자가 경기 관람 시에만 적용되도록 완화되었다. 그 외의 전통으로는 관중들이 딸기와 크림을 먹는 것 그리고 경기장 내 스폰서들의 광고가 없는 것 등이 있다.

영국은 근대 테니스의 종주국인데도 불구하고 Fred Perry의 1936년 윔블던과 US오픈 우승 이후로 남자단식에서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라갔던 스코틀랜드 출신의 앤디 머레이(Andy Murray)의 등장으로 영국 테니스계는 흥분한 가운데 이미 그는 3번의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머레이는 2006축구월드컵 당시 잉글랜드만 제외하고 어떠한 팀이라도 응원하겠다는 말에 이어 잉글랜드가 파라과이와 경기하는 날에는 파라과이팀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그 결과 머레이는 많은 비난 이메일을 받았으며, 후에 농담으로 시작된 오해라고 해명했으나, 그는 경기 중 스코틀랜드 국기 모양이 새겨진 손목 밴드를 착용하기도하며 머레이의 경기에는 언제나 많은 스코티쉬들이 나타나 응원을 한다. 필자가 예전에 만난 스코티쉬들은 잉글랜드 언론들은 올림픽 등에서 스코티쉬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들을 브리티쉬라고 지칭하고, 잉글리쉬인 경우는 그대로 표현한다며 불평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또한 언론은 머레이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브리티쉬, 아닌 경우는 스코티쉬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과연 이번에는 머레이가 영국인의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의 한을 풀어줄 것인지 많은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가 우승할 경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언론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오늘의 퀴즈
1) 윔블던은 4개의 그랜드슬램 대회중 하나다. 나머지 3개 대회는 무엇이며 각각 어떤 스타일의 코트에서 경기가 열리는가?

2) 테니스에서 0은 Love로 표시되기 때문에 테니스 선수와 사랑을 하지 말라는 유머를 예전에 전한 바 있다. 필자는 초등학생시절 테니스를 배울 때 코치로부터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서 0(zero)으로 표현 안하고 러브 즉 사랑으로 표시한다는 엉터리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과연 러브의 유래는 무엇인가?

정답
1)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그리고 US오픈. 테니스는 원래 잔디코트에서 경기했으며, 클레이(clay)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대회도 원래는 잔디에서 경기가 열렸다. 하지만 각각 1975년과 1988년에 US오픈과 호주오픈은 하드코트로 전환하게 되며 윔블던만 지금까지 유일하게 잔디코트에서 경기가 열린다.

2) Love는 달걀(egg)을 뜻하는 프랑스어 l’oeuf에서 유래했으며 달걀의 모양이 0과 비슷하다는 이유라고 한다.


글쓴이 이 정 우
jaythecolumnist@yahoo.co.uk
www.facebook.com/lovehardieyoung

Birkbeck 경영학 박사과정 중
University of Sheffield, MSc (Sport & Recreation Management)
SOAS, BA (Politics)

SM Entertainment 해외사업부, 스포츠 포탈 사이트 근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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