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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80 입양 아동 평가 후기
코리안위클리  2012/08/15, 07:33:28   
▲ 영국에서는 부모가 자기 자녀를 보는 시각 뿐 아니라 학교나 다른 기관에서 아동 청소년을 어떤식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도움을 주는 방법이 달라진다.

환자를 있는 그대로 판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
선입견 버리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어떤 환자든지 정신 건강 평가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환자를 만나기 전에 사전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정확한 목적과 전략을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환자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의사도 사람인지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환자의 피부색, 환자의 말투, 옷 차림새까지도 자세히 관찰하면서 진단 평가의 정보로 이용해야 되겠지만 동시에 그것이 나의 객관적인 판단을 흐릴지도 모르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객관성은 비단 의사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아동 청소년에 대해 부모만 정신 건강 센터에 의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를 얻겠지만 대개는 학교나 구청에서 압박을 넣으면 부모로서는 의뢰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부모가 자기 자녀를 보는 시각 뿐 아니라 학교나 다른 기관에서 아동 청소년을 어떤식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도움을 주는 방법이 달라진다.
얼마 전에 의뢰된 아동은 미국에서 온 동양인 입양 아동인데 백인 양부모에게 10살 때 입양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영국으로 오게 된 경우다. 이 경우 입양 시기나 방법이 영국 관계자들에게 많은 걱정을 끼치는데 왜냐하면 입양 절차나 행정이 미국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영국 사람들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10살 때 입양하는 것은 영국에서는 이제 거의 드물고 또한 백인 부모가 까무잡잡한 동양계의 남자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 또한 영국에서는 거의 금기시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학교나 관계 기관에서는 벌써 이 아동이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조그만한 문제도 굉장히 부풀려서 문제를 만드는 경향이 있었다. 부모는 부모대로 도무지 학교에서 왜 그렇게 자꾸 문제를 크게 만드는지 짜증이 나 있었고 학교는 학교대로 부모가 전혀 협조적이지 않다며 여러 기관에 보고하고 있었다.
특히 학교에서 걱정하는 문제는 이 남자아이의 성적인 행동인데 문제의 발단은 학교에서 이 아동의 적응을 위해서 여자 아이를 단짝으로 붙여 주었는데 이 아동이 그 여자 아동을 졸졸 쫓아 다니고 무언가 굉장히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 여자애는 학교 선생님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선생님은 교장에게 교장은 남자 아이 학부모와 여자아이 학부모를 각각 만나서 장시간의 미팅을 했다. 또한 교장은 그 남자아이가 양부모와 지나친 신체 접촉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결과는 학교에서 정신보건 센터에 의뢰를 추진했다.
필자가 만나 보니 그 학생은 영국에 온 지 1년 밖에 되지 않고 그 동안 많은 친구를 사귀기도 했지만 몇몇 친구들에게는 왕따를 경험하기도 했었다. 그 여자 아동과의 문제는 전혀 그 후에 더이상 발전이 없었고 그냥 서먹서먹하게 지낸다고 보고를 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자란 환경이 남들과 많이 틀리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양육 환경이 불안정 했을 때 정서적인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힘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입양 부모는 자신의 입양 아들이 고아원에서 자랐고 지금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니 개인 카운셀링이 필요하다고 주장을 했다. 벌써 이 예를 보면 학교도 그렇지만 부모까지도 자기 자녀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아원에서 자랐으니까 양육 환경이 척박했을 것이고 자연히 정서적으로 문제가 많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문가의 입장으로 본다면 물론 양육 환경이 불안정 했을 때 정서적인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힘(resilience)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 아동의 경우는 자신이 10살 때 지금 부모에게 선택된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자신이 선택된 이유가 다른 아동들에 비해 어렸을 때 양육 환경이 좋았고(부모가 경제 문제로 포기) 그래서 나중에 정신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해서 였단다.
그 이야길 들어 보니 왜 그렇게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는지 충분히 이해됐다. 혹시나 자신이 평가를 받고 문제가 있다고 밝혀지면 겨우 만난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쳐 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불안 때문이다. 그래서 이 학생의 평가는 필자가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일종의 치료를 안 받기 위한 치료. 필자가 이렇게 설득을 하니 비로소 그 학생은 다시 오는데 동의했다. 만약 필자가 부모나 학교의 시각처럼 이 학생이 어떤 치료가 필요하다고 미리 단정했다면 이런 이해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항상 되풀이 하는 말이지만 ‘환자가 진실이다’라는 말은 정말 가슴에 새겨야 할 명언인 것 같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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