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토 커뮤니티 구인 전화번호 지난신문보기
전체기사
핫이슈
영국
한인
칼럼
연재
기고
스포츠
연예
한국
국제
날씨
달력/행사
포토뉴스
동영상 뉴스
칼럼니스트
지난신문보기
  뉴스칼럼니스트정갑식 음식칼럼니스트 글짜크기  |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53 “가을… 그리고 사과… 그리고 영국”
코리안위클리  2012/11/07, 08:13:23   
▲ 영국 사람들은 한때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사과나무를 과실수로 심었다고 할 정도이니, 사과에 대한 애착을 알 만하다.

영국서 가장 큰 사과밭 단지 ‘위슬리 가든’ … 개량종 포함 680여 품종

사과가 나왔다. 아니 사과가 언제는 나오지 않았나? 아니다 내가 이야기 하는 그 사과는 항상 이맘때만 나온다. 따라서 아마도 가을에만 나오는 제철사과 임이 틀림 없다. 지난해부터 이맘때 즈음이면 남쪽 한인촌에서 이 사과를 팔기 시작했다. 커다란 비닐봉지에 아무렇게나 담았는데 오히려 그게 더 풍성하고 넉넉해 보여서 좋다. 게다가 예쁘장한 진열대에 얹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잔칫집에서 하객들에게 나누어 줄 음식 보따리처럼 엉거주춤한 품세로 길 앞에 혹은 매장 앞쪽 입구에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 또한 좋다. 한인촌에서 파는 이 사과가 연출하는 소박한 풍경에 경주 시골사람인 나는 처음부터 한 눈에 필이 확 꽂혀 버렸다. 촌각의 주저함도 없이 한 봉지를 사와서 먹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일년이 지난 지난주 나는 다시 그 사과를 만났다. 여전히 그 모양새 그대로 봉지까지 달라진 것이 없어서 얼마나 기쁜지 한 봉지를 와락 가슴에 안고 왔다. 정확히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 사과는 독일에서 건너온 사과라고 한다.
그렇다면 영국에는 사과가 없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영국과 사과는 정말로 뗄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인연이 깊고 이야기도 많다. 독자 여러분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사과나무가 있는 곳이 어딘지 아시는가? 바로 영국이다. 그것도 바로 런던에서 지척의 거리에 있다. 런던에서 남쪽으로 잠시 차를 운전해서 가면 Royal Horticultural Society 소속의 Wisley Garden이 있다. 아주 오래 전(7~8여 년 전) LG 그룹의 연암 문화재단 부사장님을 모시고 이곳 연구원들과의 미팅 통역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과의 품종을 재배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 Wisley Garden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자그마치 개량종을 포함하여 사과의 품종이 680여 종이나 되었다. 영국에서 가장 큰 사과밭 단지가 그곳에 있는데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런데 더욱더 놀랄만한 일들은 대부분의 이 사과나무들이 1950년대 심어졌다는 것이다. 영국 사람들의 사과에 대한 사랑은 역사가 길다는 반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 구분을 eating용 사과와 cooking용 사과로 잘 분류를 해 놓았다. 그때 까지만 해도 내가 알고 있는 사과 종류는 10가지를 넘지 못했으니, 내가 놀라서 “Pardon?”이라고 재차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날 이후 집집마다 정원을 잘 가꾸며 살고 있는 영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 심는 과실수가 바로 사과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한때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사과나무를 과실수로 심었다고 할 정도이니, 사과에 대한 애착을 알 만하다. 마치 어릴 때 어느 시골마을을 가더라도 그 집 마당에 감나무 한 그루 정도는 늘 있었던 우리네 전통 가옥을 생각하면 될 듯하다. 즉 영국 사람들의 사과 나무 정원수는 한국의 감나무 정도로 이해해도 무리는 아니다.

영국은 세계에서 ciders라고 부르는 apple wine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즐기는 나라이다.
England 남부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좋다.


이런 정황을 잘 이해 한다면, 사실 뉴턴이 발견한 역학의 단초가 사과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쩌면 아주 당연하다. 현대 물리학의 첫 장을 열어 나간 사람으로서 오늘날 과학이라는 학문의 토대를 마련하였던 뉴턴의 사과는 세계를 바꾸어 버린 대 역사이다. 솔직히 말해서 좀 과감히 이야기 하자면 뉴턴 이전에 과학은 사실 없었다.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해서 이성적인 생각은 있었으나 그 누구도 논리적인 체계를 학문으로 완성하지 못했으니 이것이 철학인지 과학인지 지식인들 조차 헷갈리던 그 시절이 아니었던가? 뉴턴의 사과는 잡탕밥이나 짬뽕처럼 한 무리로 이해가 되어 철학자 혹은 사상가들로 통틀어 일컬어 지던 당대의 학자들을 과학자라는 신분으로 이끌어낸 역사적이 사건이다. 학자들 그리고 학문의 구분이나 경계가 정말로 명확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이것이 과학이다라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 바로 뉴턴이고 사과는 그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한 셈이다. 사실 굳이 사과가 아니어도 그 역할을 어떤 과일 혹은 다른 물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사는 시간과 한 순간, 소위 말하는 ‘촌음의 찰라’가 만들어 내는 미학이 얼마나 많은가. 사과는 억세게 운이 좋게도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요즘 말로 대박의 순간에 대박의 자리에 있었던 셈이다. 운이 좋던 아니건 간에 사과는 빛나는 세계사의 중요 장면의 하나로 등극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영국은 세계에서 ciders라고 부르는 apple wine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즐기는 나라이다. England 남부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좋다. 전통적으로 영국의 apple wine은 알코올 함유량이 2~8.5% 정도라, 취향에 따라 선택하기도 좋다. 애주가들에게 영국의 apple wine은 정말 밋밋한 맛 때문에 박대를 당하기 일수 이다. 그러나 이 가을에 딱 어울리는 술이라 생각하고 한 번 권하고 싶기도 하다. 사실 술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권하는 것이고, 사과와 뉴턴을 권하고 것이고, 사과와 역사를 권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이 가을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 아니던가.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영국에서 ‘음식과 문화’를 박사과정으로 수료한 필자는
Food Trend, Eating/Dining out trend 를 분석하여 Business market road map을 제공,
음식관련업 사업자들이 성공적으로 Business strategy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Fashion Food 21. Ltd의 Directing Consultant로 활동하면서
Essen, 주간조선, 마이다스 등의 잡지에 음식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정갑식 음식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플러스 광고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55 콘월은 잉글랜드가 아니다? 2012.12.05
Wales, Cornwall 그리고 Walnut(호두)의 공통 어원은 ‘외국’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54 타바스코에는 타바스코 소스가 없다 2012.11.21
멕시코의 타바스코 고추가 미국의 타바스코 소스가 된 사연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53 “가을… 그리고 사과… 그리고 영국” 2012.11.07
영국서 가장 큰 사과밭 단지 ‘위슬리 가든’ … 개량종 포함 680여 품종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52 ‘영국 강아지가 인도 소 보고 울고 간다’ 2012.10.24
힌두교 숭배 대상 ‘대접 받는 소’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51 “포크와 젓가락은 싫어요 손가락 더 좋아요” 2012.10.10
인도의 수식(손으로 밥먹는 행위) … 깨끗한 음식에 대한 결벽증 내재한 종교 영향
핫이슈 !!!
영국 재향군인회 송년 행사 개최    2021.11.23   
31일 서머타임 시작    2024.03.21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통    2024.02.22   
찰스 3세 국왕 뉴몰든 첫 방문    2023.11.09   
해군 순항훈련전단, 런던한국학교서 문화공연 가져    2023.11.05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
31일 서머타임 시작
제 22대 국선 재외선거 신고·..
영국 차보험료 사상 최고 기록
넷플릭스의 웨스트 엔드 진출 의..
영국 투자 부동산에 대한 세금..
영국,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
‘한식 전파 프로젝트’를 시작합..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당..
영국 2월 집값 상승
포토뉴스
 프리미엄 광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생활광고신청  |  정기구독신청  |  서비스/제휴문의  |  업체등록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B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
Cavendish House, Cavendish Avenue, New Malden, Surrey, KT3 6QQ,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