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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20 The FA Cup
코리안위클리  2013/05/08, 05:33:59   
▲1963년 FA Cup 결승전에서 만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스터 시티. 등 번호 11번의 보비 찰튼경의 모습도 보인다. 한편 맨유는 11번의 FA Cup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사진 왼쪽). ▲1971년 FA Cup 결승전에서 만난 아스날과 리버풀. 스폰서와 광고 없는 옛 유니폼의 매력이 돋보인다.

잉글랜드축구협회의 주관으로 열리는 The FA Cup은 각 나라별로 열리는 FA Cup 대회의 효시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한다. 오늘의 이야기는 영국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FA Cup이다.

FA Cup의 역사는 첫 대회가 열린 18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던 Football League Cup(스폰서의 이름을 따 캐피털 원 컵으로 주로 불리어짐)에는 단지 92팀 (프리미어리그 20팀, 풋볼리그 소속 72팀)이 참가하는데 반해 FA Cup은 모든 종류의 클럽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규모가 큰 클럽을 포함해 동네 아마추어 팀까지 참가할 수 있다. 참고로 2012/13시즌의 FA Cup 대회에는 무려 758팀이 참가했다. FA Cup은 총 14 라운드로 치러지는데 8월 달에 시작해 6번의 예선 라운드 경기를 가지며, 여기서 살아남은 32팀은 League One(3부 리그)과 League Two(4부 리그)소속의 48팀과 경쟁을 하고 9라운드부터는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와 챔피언십리그(2부 리그)팀들이 합세해 64강전이 펼쳐진다. 이론상으로는 아마추어 팀도 프로의 강팀을 꺾고 우승이 가능하고 실제로 하위리그 팀이 상위리그 팀을 꺾는 이변도 종종 벌어지는데 이는 FA Cup만이 가지는 매력이다.

FA Cup 대회에서는 어떠한 팀도 시드를 받지 않는다. 6번의 예선 라운드가 열리는 동안 지리상 가까운 팀들끼리 경기가 펼쳐져 여행경비를 줄일 수 있게 도움을 주며, 7라운드부터 벌어지는 대진추첨은 TV로 생중계 된다. 월드컵 조 추첨도 아니고 매 라운드마다 TV로 생중계되는 이러한 대진추첨에 영국인의 축구사랑이 다시 한번 느껴진다. 다른 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축구도 홈구장에서 경기가 열릴 경우 많은 이득을 홈팀은 누릴 수 있는데, FA Cup에서 어느 팀이 홈팀으로 정해지냐는 순전히 추첨에 의해 가려진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 재경기가 벌어지며 이 재경기는 첫 경기에서 홈팀의 권리를 누리지 못한 팀의 구장에서 펼쳐지고, 재경기에서도 승부가 안 나면 승부차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1990년대 이전에는 승부가 날 때까지 재경기가 펼쳐져 최대 6번까지 경기를 하기도 했다.

 


‘We fought in France, we fought in Spain
Fought in sun, we’ve fought in rain
We’ve taken the kop, we’ve taken the shed
But what we love best is kicking in Reds’


- 2013년 FA Cup 결승전에 오른 Manchester City의 응원가.
가사의 Reds는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뜻한다-





FA Cup의 결승전은 전통적으로 런던의 웸블리구장에서 펼쳐지며 우승팀은 주장을 선두로 하여 관중석의 계단을 올라가 로얄박스앞에서 시상식을 가진다. 현재 쓰이는 FA Cup 트로피는 4번째 트로피이며 첫 번째 트로피는 1895년 당시 우승팀 아스톤 빌라가 보관하다 버밍험의 한 신발가계에서 도난 당했으며 잉글랜드축구협회는 아스톤 빌라에 £25의 벌금을 물렸다 한다. 그 후 도난 당한 트로피는 다시 볼 수 없었는데 약 60년 후에 그 트로피는 녹여서 위조주화를 만드는데 쓰였다고 도난범이 자백했다 한다. 두 번째 트로피는 첫 번째 트로피의 복제품으로 1910년까지 쓰였으며 2005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2만 파운드에 팔려 현재는 맨체스터에 위치한 축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세 번째로 만들어진 좀 더 큰 크기의 트로피는 현재도 존재하나 너무 낡고 쓰기에 적합하지 않아 1992년 이후로 세 번째와 똑같이 만든 네 번째 트로피가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필자는 영국에서 본 첫 번째 FA Cup 결승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주관방송사인 BBC의 중계가 낮 12시에 시작되길래 결승전은 늦어도 30분 이내에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경기시작 시간으로는 별로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많이 지나도 도대체 경기가 시작하지를 않는 것이었다. TV 화면은 계속 지난 경기의 하이라이트, FA Cup의 명 장면들, 그리고 정장을 차려 입고 영화배우같이 멋을 내면서 웸블리 구장에 나타난 선수들의 인터뷰 등등이 끊임없이 비추어지더니, 세상에 경기가 방송시작 3시간 후인 오후 3시에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때 받은 신선한 문화충격과 함께 영국인들한테 FA Cup은 단순한 스포츠경기를 떠나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FA Cup 결승전은 공중파방송을 통해 생중계되어야 하는 10개의 스포츠이벤트 중의 하나이므로 독자 분들은 집에서 편히 ITV로 올해의 결승전을 즐길 수 있다. 올해로 132회를 맞이하는 2013년 FA Cup 결승전은 5월 11일에 웸블리구장에서 10번째 결승전에 오른 맨체스터 시티와 사상 최초로 결승전에 진출한 위건의 대결로 벌어진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우세한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할 경우 2012/13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8월에 FA Community Shield 경기를 펼치는데 다시 한번 지역라이벌의 뜨거운 대결이 기대된다.

오늘의 퀴즈
① 역대 FA Cup에서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안 한 클럽이 한번 우승한 적이 있다. 이 클럽은 누구인가?
② 1927년 이후로 FA Cup 결승전에서 불리어지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의 제목은 무엇인가?

정답
① 1927년에 우승한 웨일스의 Cardiff City.

초창기의 FA Cup에는 웨일즈뿐만이 아니라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팀들도 참가했다. 한편 김보경 선수가 활약중인 카디프시티는 다음 시즌부터 프리미어리그에 승격됐다.

② 찬송가 ‘Abide With Me (나와 함께 하소서)’
킹 조지 5세의 사랑을 받은 이 찬송가는 그가 FA Cup 결승전을 관전한 1927년 이후로 지금까지 매년 결승전 경기에 앞서 식전행사로 불려지고 있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연주됐다는 이 찬송가는 또한 1929년 이후로 매년 럭비리그 챌린지 컵 결승전에서 연주되고 있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 때도 선보였다.


글쓴이 이 정 우
gimmeacall@msn.com

Birkbeck 경영학 박사과정 중
University of Sheffield, MSc (Sport & Recreation Management)
SOAS, BA (Politics)
SM Entertainment 해외사업부, 스포츠 포탈 사이트 근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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