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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1 ‘죽고 싶다’는 청소년은 과연 거짓말하는 것일까?
코리안위클리  2014/03/12, 06:21:05   
▲ 청소년의 경우 속상하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조절 하기에 벅찬 마음을 알아달라고 혹은 도와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 혹은 자신에 대한 분노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때 ‘자살’ 언급
힘겨운 청소년기 마음 다독여야 줘야


10대들은 행동이나 말이 과격하다. 때론 ‘죽여 버리겠다’내지는 ‘죽어 버리고 싶다’는 말들을 얼마나 신빙성있게 들어야 할지 어른들은 때로는 막연하다. 이렇게 말로라도 하면 낫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청소년들은 말로 하기보다는 간간히 친구에게 문자로 이야기를 남겨서 학교 선생님들이 질겁을 하거나 친구들이 스트레스가 쌓여서 자기 부모님들에게 이야기하고 이 부모들은 학교에 이야기 하고……. 뭐 그런 식이다.
영국에선 그렇게 선생님들이 얘기를 듣고 나면 거의 십중 팔구 필자가 일하는 지역 정신 보건 센터에 의뢰를 하는 것으로 처리를 한다. 즉 청소년의 행동거지 말투 하나하나가 어른들을 겁나게 한다. 하지만 당사자의 부모들은 때론 놀랍게도 별로 이런 이야기에 당황하지 않고 ‘애가 이런 이야기 자주 하곤 했다’는 투로 나와서 필자나 학교 선생님들을 더 곤란하게 한다. 어쩌면 이런 상반된 반응에서 보듯이 같은 말과 행동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심각성의 정도가 차이 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필자의 머리를 썩히고 있는 15세의 메어리는 근처 공립학교를 다니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우울증이 심하고 학교 다니기도 싫다고 해서 약물치료를 비롯해 상담을 받고 있는데 좀처럼 나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종종 부모와 같이 만나는 면담에서는 필자나 부모가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며 악을 바락바락 쓰면서 비난을 한다. 결과적으로 부모나 필자는 엄청난 범죄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껴야 했고 그것이 때론 부모와 치료팀 서로가 상대방을 비난하는 상황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메어리가 면담 중에 계속 죽고 싶다고 했던 말이 과연 얼마나 사실성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아버지의 얘기로는 실제로 메어리가 죽으려 했다면 수 백 번의 찬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으로 봐서 암만 봐도 거짓말 같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영국에 왔을 때 한가지 놀라웠고 또 이해가 안되었던 것은 왜 죽으려고 하는 청소년에게 이렇게 부모나 치료자가 ‘위협’을 당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성장할 때 한국에서는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학생이 있었다면 ‘먹이고 재워주고 학교 보내주는데 배가 불러서 딴 소리 한다’는 얘기 듣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영국에서는 자해를 하고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청소년은 어떤 면에서는 ‘특별 대우’를 받는다.

 
죽는 상상을 하는 청소년의 심리 뒤에는 ‘분노’가 있다.
부모에 대한 분노이든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이든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소화하지 못할 때
죽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부모에게는 스스로를 죽인 자식을 보는 것 보다
더 마음아픈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별 대우와 관심을 기울이면 그 청소년은 더욱 더 위험 행동을 하고 싶어하진 않을까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아버지에게서 필자의 옛날 생각과 비슷한 면을 발견 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한가지 또 흥미있는 점은 메어리 엄마가 메어리를 너무 순하게 대해 준다며 비난하는 아버지 모습이었다. 아버지 생각으로는 부모가 메어리에게 좀 더 단호하게 대처를 해야 하는데 엄마가 항상 봐주고 질질 끌려 다니니까 상황이 더 악화된다고 생각하고 계셨다.
그런데 한가지 이 아버지가 잊고 있는 사실은 죽고 싶다는 얘기를 이렇게 광고하듯이 하는 청소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괴롭다, 힘들다’라는 표현이야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죽어 버리겠다’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대개 필자는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 청소년을 만나면 죽고 나서 남아 있는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는지 물어 본다. 즉 부모가 놀란다든지 학교에서 난리가 난다든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에는 그런 행위가 있고난 뒤의 결과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경우에 죽는 상상을 하는 청소년의 심리 뒤에는 ‘분노’가 있다. 부모에 대한 분노이든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이든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소화하지 못할 때 죽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왜냐하면 부모에게는 스스로를 죽인 자식을 보는 것 보다 더 마음아픈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메어리의 경우는 자기 스스로가 감정 콘트롤이 되지 않아서 힘든 상황이었다. 메어리는 자신의 기분이 조절되지 않을 때에는 마치 어린애 처럼 ‘보채거나 치대는’ 행동을 하는데 아버지에게는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여겨 졌었다.
이 처럼 청소년의 경우 속상하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조절 하기에 벅찬 마음을 알아달라고 혹은 도와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린애와는 다르게 해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한 아직 잘 할 줄 모르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시기가 청소년기이다.
치료팀의 딜레마는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을 다독여 줌과 동시에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 방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래 저래 부모나 치료팀이 마음 졸이는 대상은 청소년들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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