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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5 배안에서 동요하지 말고 대기하라
코리안위클리  2014/05/14, 05:00:27   
▲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단원고 학생들이 조문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말 잘 듣는 아이만 데려간 세월호 참사는 체질화된 유교문화·집단 중심 문화의 단면

얼마전 한국에서 일어났던 비극적 사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제는 그만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이긴 하지만 워낙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 필자가 일하는 분야와 연관 지어 한두 마디 말을 하려 한다.

심리학에서 사람이 엄청난 ‘충격’을 경험하면 여러가지 단계를 겪는다고 한다. 즉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은 저항에 따른 부인(denial)과 분노와 절망 그리고는 마지막에 받아들이는 단계로 간다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과연 어는 단계에 와 있을까 하는 것은 필자가 현지에 있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분노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선데이 타임지에 ‘한국은 현대화라는 망토만을 걸치고 있다’라는 기사가 게재되었는데 참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제 주변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니까 ‘이 기사에서는 한국이 북한이랑 별반 다를게 없다고 하니까 이런 말 하는 것이 한국 사람들에게 기분나쁘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한다. 이 얘기 듣고 처음엔 놀랐다. 혹시 바로 옆에 듣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조심하는 그의 태도에 말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한국에서는 할 말이 있어도 가려서 하고 선배가 있는 자리에서는 자기 의견이라도 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선배나 선생님이 시키는 일이라면 하기 싫어도, 동의하지 않아도 믿고 따르는 것이 옳다고 배워 왔다.

그런데 이런 가치관이 이번 세월호 참사같은 사고에서 송두리째 위협 받는다. 배안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수장된 아이들은 동요하지 말고 배안에서 대기 하라는 선장(어른)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다가 배안에서 모두가 탈출할 기회를 잃어 버렸다. 아마도 공부를 못하는 애보다는 잘 하는 애, 사고를 치고 말 안듣는 애보다는 말 잘 듣는 애들이였을 가능성이 많았을 것이다.

이렇게 문화안에서 길들여진다는 것이 무섭다는 생각을 하면서 때론 그런 습관을 가지고 영국에 사는 것이 어떻게 우리 마음 속에서 소화되고 받아들여 지는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한국 관점에서는 우린 모두다 ‘건방진’ 사람들이 아닐까.

어쨋든 그 기사 중간에 one rule of obedience for the subjects and another for the masters라고 나오는데 난 ‘밑사람들에게는 복종이라는 룰이 있고 주인들에게는 또 다른 룰이 있다’(아마도 착취나 아랫사람 부리는 를 같은 것)이라는 문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 구청이나 경찰서에 가서 민원을 신청하면 이런 저런 규칙을 핑계로 안된다고 하는데 경찰 서장이 와서 부탁하면 룰은 없고 빽만 난무한다는 것이 한 예가 되겠다.

이번 사건에서도 선장은 자신의 배에 탄 승객들을 구출할 의무가 있었지만 또한 자신의 주인을 잘 섬겨야 한다는 룰이 있었다. Malcom Gladwell이 쓴 ‘Outliers’라는 책에서 보면 괌에서 추락한 KAL기 사건이 얼마나 한국인의 ‘장유유서’ 즉 계급복종의 문화가 구급 대응을 무기력하게 했는지가 적나라 하게 드러나 있다. 비행기가 추락할 것이라는 위험을 인지했던 부기장이 비행기와 승객을 구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지만 또한 자신의 선배이자 윗 사람인 기장을 섬겨야 하는 의무가 동시에 있었고 그에게는 그 의무가 더 중요했었다는 것이다.

이 타임지의 기사는 “북한 사람들이 스스로 굶주림과 홍수에 쓰러지면서도 ‘위대하신 수령님’의 초상화를 지키기 위해서 몸을 던진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남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높은 사람’ 섬기는 것과 무엇이 그리 다르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한국 신문기사에서 보는 세모그룹의 종교 조직은 아주 폐쇄적이고 ‘영웅주의’가 만연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점점 이런 가정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아서 놀랍고도 두렵기 까지하다.

한가지 부언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문화에서 한국의 부정 부패는 굉장히 조직적이라고 이야기 해 놓았다는 점이다. 부정 부패(corruption)이라는 것이 유교 문화와 집단 중시 문화에 깊게 스며 들어서 마치 체질화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세월호 침몰에 화를 내는 사람들 중에서
과연 그 자체로만으로 화를 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도 평소에 돈없고 힘없어서
화내기 조차 어려웠던 자신의 비슷한 경험과 연관지워서
한꺼번에 분노를 표출하고 ‘이놈 죽여라, 저놈 죽여라’ 하지만
어쩌면 기껏해야 대리만족에 끝날뿐 아닐까.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유명 교수에게 진료 받는 것이 너무 밀려서 오래 걸린다 치면 사람들이 소위 ‘빽’을 쓰는데 그때 누가 나에게 신세를 졌었다, 아니면 누가 누구의 선배라며 청탁하는 것이 당연시 되고 그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세상 살기가 힘들게 된다. 그것을 부정 부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오히려 삶의 지혜라고 생각해서 사위를 고를 때도 법관을 고른다, 의사를 고른다 등등 은연중에 이런 사회 네트웍을 염두에 두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칙이 되고 그렇게 기다리다가 병이 악화되어 죽는 환자도 생길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피해자’들은 반칙하는 ‘기득권자’에게 화를 내 보지만 돈없고 힘없어서 화를 내기도 어려우니까 참았다가 어떤 계기로 이런 분노를 분출하게 된다. 아마도 이번에 세월호 침몰에 화를 내는 사람들 중에서 과연 그 자체로만으로 화를 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도 비슷한 자신의 경험과 연관지워서 한꺼번에 분노를 표출하고 ‘이놈 죽여라, 저놈 죽여라’ 하지만 어쩌면 기껏해야 대리만족에 끝날뿐 아닐까.

한국에 가서 자문활동을 하다보면 아동 청소년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늘상 비슷한 예를 겪는 것을 본다. 자신이 치료하는 아동을 다른 센터에 의뢰하는 경우 원장님 허락을 받아야 되고 또 그곳의 센터장님 허락도 받아야 한다. 곤란한 점은 원장님이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는데 자신과 생각과 많이 다를 때 그 지시를 거스를 수도 없다는데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계가 달려 있고 또 말을 안들었다간 소문도 안좋게 나고 다른 곳에서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게 되어서 ‘사회 부적응자’가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아동 청소년 센터들은 비슷한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영국에서 쓰고 있는 제도를 암만 한국에 가져가서 실행하려고 해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시스템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내에 있는 한국인 단체는 어떨까? 지금까지 영국에 한국 단체에서 몇몇 불미스런 일들이 있어 왔는데 그것도 어쩌면 영국에 있지만 한국 문화대로 운영되는 문화 충돌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을 바꿀수가 없다면 굳이 영국식대로 제도를 따라 가는 게 좋은 것인지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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