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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7 인생 단계별 ‘버리는 것’ 배우기
코리안위클리  2014/06/11, 04:57:39   
▲ 버린다는 것은 인생에서 ‘성장’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살아본 사람은 이렇게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만 생각해도 너무나 가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가!

청소년기는 ‘누구 누구의 자식’이라는 지위를 ‘버리고’
스스로의 위상을 정립하는 힘든 시기


‘버린다’는 말은 그 특유의 어감이 있다. 먼저 연상이 되는 것은 ‘더 이상 쳐다보지 않는다’ 내지는 ‘더이상 연연해 하지 않는다’라는 것인데 일종의 ‘마음 비우기’와도 연관될 수도 있겠다. 필자처럼 정신 건강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 왜 난데 없이 버리는 이야기를 하는 지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정신건강에서 이 ‘버리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거의 모든 중요한 분기점에서 무엇을 버리는 것을 요구받는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면 어린 아동이 집에서 엄마 아빠랑 지내다가 학교갈 나이가 되면 이제는 항상 엄마를 옆에서 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버리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가 돌아가시면 부모를 버리는 것에 대해서 배워야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면 배우자를 버리는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버린다는 것은 인생에서 ‘성장’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살아본 사람은 이렇게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만 생각해도 너무나 가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가!
인생을 여러 단계로 나눈다는 것은 다분히 작위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시기에 버리는 대상이나 지위가 정해져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긴 인생을 펼쳐보면 이러한 시기가 좁은 간격으로 숨가쁘게 연결되어 있는 단계가 소아 청소년 시기이다. 어쩌면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왜 소아 청소년들이 정신건강에서 취약한 위치에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은 정신세계 뿐만이 아니라 신체적 요소도 급격히 변하므로 더더욱 혼란스러운 시기다. 신체가 변한다는 것은 그들이 그 이전의 육체적 상태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몸이 커진다는 점에서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내가 몸이 커져서 더이상 엄마 품속에서 안겨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면 버려야 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정신건강에서 ‘버리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거의 모든 중요한 분기점에서
무엇을 버리는 것을 요구받는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대개의 청소년들은 이런 문제를 드러내 놓고 하지는 않고 대신 시험 걱정으로 필자에게 상담하러 온다. 이번에 시험을 못칠까봐 걱정되고 점수가 안 좋으면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해서 인생이 어려워진다고 걱정하는 청소년들이 우울증으로 많이 찾아 온다. 이런 청소년들은 어쩌면 자신이 더이상 엄마 아빠의 귀여운 아들 딸로서 살지 못하고 자신들이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을 가져온다고 볼 수도 있다. 즉 ‘누구 누구의 자식’이라는 지위를 ‘버리고’ 스스로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결혼은 자기의 자식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 또한 엄청나게 많은 것을 ‘버려야 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이기심을 버리고 배우자를 위한 자기 희생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자기를 버리는’시기이다. 또한 자식이 생기면 자신의 배우자를 자식에게 양보하는 것도 감수해야 하고 자기 앞에서 자신의 배우자와 자식이 관계형성하는 것을 용인하고 받아 줘야 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더구나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신체가 급격히 변화하고 처녀의 몸이 없어지고 어머니의 몸으로 바뀌게 되면서 버려야 할 것들이 더 많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버린다는 것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고 때로는 ‘충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자신의 멋진 몸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더라도 자식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를 버리고 다른 것 하나를 얻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변화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는 정신과학을 통한 데이터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기에 정신병리나 자살 확률이 다른 시기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임신과 출산을 한 여성들이 우울증이나 정신증이 발병하여 병원치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남성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많은 남편들은 아내의 출산 후에 방황하기 시작하여 가정폭력을 일삼기도 하고 외도를 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은 ‘버리는 것’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 결과로 종종 아버지나 남편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마치 ‘애’와 같은 행동으로 자신이 버려야 할 것을 억지로 끌어 안으려는 무리수를 보인다.
시어머니는 어떠한가? 아들이 결혼하고 나면 아들을 버려야 하는데 계속 끌어안고 있으려고 해서 고부갈등을 유발하고 아들이 아들 지위를 버리고 남편이나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러한 ‘버리는 것’을 프로이드는 애도(mourning)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애도가 되지 않으면 ‘우울증’이 생긴다고 했고 이러한 우울증은 상실에 따른 ‘분노’와 관련된다고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기는 것은 분명 화나는 일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곧 화를 삭히고 운명을 받아들이지만 또 어떤 사람은 계속해서 화를 내고 내내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가 ‘홧병’이 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버리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가 손에 쥔 것을 끝끝내 놓지 않으려 할 것인지 아니면 손에 쥔 것을 나눔으로써 다른 사람의 웃음을 통해 내가 미소지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되겠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웃음에서 자신이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거나 엄청난 굴욕감을 느끼게 되니까.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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