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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10 훌륭한 의사소통의 매개체 ‘예술’
코리안위클리  2014/07/23, 05:09:40   
▲ 정신과 진료를 할 때 미술 도구가 도움을 줄 때도 있다. 적나라하게 의사에게 하기 힘든 이야기라도 비유적 혹은 은유적인 그림 등을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기분 표현 어려운 우울증 환자 위해 미술 등 다른 매개체 이용

예술이란 창의적인 활동이다. 창조적인 것은 파괴적인 활동과 상반되며 그 자체로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많은 예술 작품들이 개인의 절망과 혹은 불행에서 태어나며 때론 그것이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일까?
정신분석 학자인 프로이드는 인간에게 삶의 본능이 있다고 했고 이것을 Libido라고 이름지었다. 일반인들은 이것을 단순히 ‘성욕(sexual instinct)’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성적인 부분 보다는 죽음을 향해서 가는 것과는 반대인 삶의 의지나 본능에 대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좀 더 타당하다.
프로이드는 이러한 본능적인 충동이 현실에서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형태로 바꿔서 대리 만족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러한 본능 충족에서 예술의 역할이 대두된다. 즉 프로이드는 예술이 가지는 상징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본능을 만족시키는 역할이 있다고 보았다.
프로이드 사후에 들어서는 인간이 가지는 ‘죽음 본능’에 대해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됐는데 이러한 죽음 본능과 연관되어서 생기는 대상에 대한 죄책감 - 이것은 어쩌면 모든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 대상과의 이별하고도 연관되는데 - 그것에 따른 분노를 받아 들이고 그러한 분노나 죄책감을 대상을 파괴시키는 것이 아니고 ‘복구’하는 것에 정신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마음의 ‘성숙’을 의미한다고 한다.
실제로 진료상황에서도 마음이 병들어 있는 사람이 활발한 창조 활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강박적으로 반복적으로 예술 비슷한 활동(?)을 하는 환자를 본 적은 많이 있다. 매일 스케치북에 낙서나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회피하거나 삶 자체가 예술 활동으로 덮여버려서 삶이 오히려 파괴되는 현상을 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마치 변태적인 현상을 보는 것처럼 주객이 전도되어 예술이 무엇보다도 숭상되면서 삶이 동전 한 닢 마냥 가치 없게 평가절하되는 현상이다. 옆에서 보면 예술 활동을 통해서 무엇인가 활발한 승화 과정을 겪는 것처럼 얼핏 생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본인들은 그러한 예술 활동을 통해서 승화를 경험하기 보다는 오히려 죄책감이나 불안을 더 느껴서 차라리 ‘마음의 치료’라기 보다 ‘마음의 파괴’라고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의 경우 예술이란 자기 자신의 마음 속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행위라고 말한다. 마음 속의 괴로움을 예술 작품에 담았다고 할 때에도 어쩌면 그것을 봐주고 이해해 주는 독자나 관객이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지 그 작품을 파괴하는 사람들로 둘러 싸여 있다고 생각하면 아마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자신이 예술 활동(?)을 하고 나서 피해 의식이 증가한다거나 두려움으로 휩싸인다면 세상에 대한 믿음 보다는 자신이나 대상들이 가지고 있는 ‘긍정의 힘’, 즉 프로이드를 인용 한다면 ‘삶의 본능’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활동은 더이상 ‘예술 활동’이라고 부르기 조차 어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울증이 있는 환자들은 자신의 기분을 언어로 도저히 표현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 중에서 미술이나 다른 매개체를 통해서 자신의 정서를 나타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들도 무조건 요청한다고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앞에 앉아 있는 치료사나 의사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지만 마음이 동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감정의 교류가 행동이나 개인적인 상징으로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인이 동의한 방법으로 일어나는 것이 문명화가 진행되었다는 표시이다. 즉 ‘언어’라는 것이 인간이 야만적인 활동을 멈추고 쉽게 갈등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경우에도 서로를 잘 이해해서 상대방을 파괴하지 않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발달되었다.
이런 언어 기능을 개인들이 사용하지 않고 좀 더 미개화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성숙 과정에 역행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많은 심리 치료들이 이런 언어화를 치료의 최종목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술치료나 예술 치료의 경우에는 ‘언어화’를 통해서 자신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른 매개체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그 혜택을 느껴봄으로서 자신 안에서 숨어있는 ‘껍질’을 깨고 나오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정신과 진료를 할 때도 이런 미술 도구가 도움을 줄 때도 있다. 성인이나 청소년일 경우에는 주로 간단한 크레용이나 색연필, 그리고 도화지 정도로 하는데 말을 못하고 머뭇한다거나 진료 자체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 경우에도 의사에게 말하기는 힘들어도 대신에 종이에 끄적 끄적 무엇을 적거나 무엇을 그리는 (혹은 낙서) 등을 하는 경우는 흔하다. 이런 경우 적나라하게 의사에게 하기 힘든 이야기라도 비유적 혹은 은유적으로 그림 등을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엄마에게 끌려 오다시피 진료실에 온 청소년이 있었는데 엄마가 암만 채근해도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필자가 그 애에게 종이와 펜을 주고 엄마하고만 계속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 소년은 상어에 잡아 먹히는 물고기를 그리고 있었다. 필자가 그 청소년에게 자기집에서는 누가 상어고 누가 물고기 인지 물어 보았더니 그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쫓기듯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렇듯 때론 예술이라는 것은 언어와는 또 다른 훌륭한 의사 소통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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