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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11 모든 자살은 정신과 문제?
코리안위클리  2014/08/06, 05:20:35   
▲ 자살이 많다는 것은 정신과 진단을 받을만한 ‘병’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정신적, 심리적 ‘문제’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살은 삶을 유지하려는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에 이상이 생겨 발생

자살(suicide)은 오랫 동안 인류 역사에서 격렬한 반응을 유발하는 행위이다. 모든 인간이 숨쉬고 살아가는 행위가 ‘삶’을 유지하는 데 있다는 가정에서 보면 그런 기존의 ‘사고의 틀’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때문이다. 진화론까지 들먹이진 않더라고 ‘종’의 유지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자살이 만연한다면 언젠가 인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생물학적으로 볼때도 ‘자살’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유발하도록 프로그램화 돼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면에서 볼 때 ‘자살’은 무엇인가 이 프로그램에 ‘이상’이 생겨서 생기는 비정상적 과정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과학적 아니면 의학적 논리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하드웨어 같은 신체상태가 아니고 소프트웨어 같은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아주 오래전 의과대학 실습을 하는 중에 아주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환자을 치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담당의사 선생님 말씀이 그 환자는 애인하고 헤어졌는데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는 ‘그라목손’이라는 영어 이름의 제초제 인데 운좋게 목슴을 건져도 식도 협착이 와서 평생을 고생하는 후유증이 생기는 무서운 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 후에 이 환자의 진료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지만 이러한 경우에 반드시 거쳐야할 진료가 있다면 정신과 의사의 진찰이다. 아마도 이제는 한국에서도 거의 모든 의사들이 이 같은 경우에 정신과 진료를 권하겠지만 영국에서는 일단 이런 환자가 왔을때 정신과 의사가 퇴원해도 ‘안전’하다고 이야기 하기 전까지는 환자를 퇴원 시키지 못한다. 만약에 그 환자가 퇴원을 해도 바로 다음날 다시 자살 시도를 해서 응급실로 실려 온다면 온갖 노력을 통해서 살려 놓은 것이 물거품이 되고 또한 신체적으로는 퇴원을 해도 될만큼 회복되었는지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퇴원할 만큼 회복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되므로 퇴원시킨 의사는 자신의 책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간주된다.
정신과 의사로서 응급실에서 ‘콜’을 받아서 이런 환자를 평가한다면 여러가지 상황을 체크해야 한다. 만약 이 환자가 이전부터 우울해서 죽고싶은 기분이 자주 들었고 친구들과의 사회생활도 줄어들고 잠도 자지 못하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이 있었다면 일주일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에 마음이 너무 상해서 이런 자살 시도를 했다는 것이 꼭 환경적인 충격 때문이 아니라 우울증의 증상이 심각한 판단 장애를 유발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여자 환자가 이전에 우울증의 증상을 보인적이 없고 남자친구가 자신을 배신하고 떠나간 것에 대해서 너무나 화가 나서 그 남자가 보는 앞에서 제초제를 마셨다면 이것도 ‘정신과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성격 유형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차분한 성격, 어떤 사람은 불같은 성격, 어떤 사람은 수동적이지만 아주 꼬인 성격, 어떤 사람들은 아주 능동적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신감이 결여된 성격 등등. 어쩌면 이 여자 환자는 아주 불같은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의 견해로는 그 남자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 남자가 없는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느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정신과 진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살을 결행할 때는 ‘어쩌면’ 현실판단력이 없어진 상태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병상에 누워서 정신과 의사와 이야기 할 때는 ‘우울증’, ‘정신병’, ‘성격장애’ 어느 것 하나에 꼭 들어 맞지 않는 상태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자살은 무조건 우울증이 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돈이 없어서, 사회에 불만이 많아서, 인생에 환멸을 느껴서,
분노가 쌓여서 등등 여러가지 다른 직간접적인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영국에서 이런 환자가 왔을 때 특별한 정신과 질병으로 인한 자살의 증거가 보이지 않았을 때는 강제 입원을 시킬 수가 없었다. 비슷한 예로서 약물 중독 환자를 볼 수가 있다. 영국에서는 약물중독이나 알콜 중독이라고 해서 강제 입원을 시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자유를 구속할 만한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뚜렷한 병적 상황이 아니더라고 일단 자살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판단되면 강제입원을 시킬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동 청소년 같은 경우에는 집에서 부모나 대리모에게 화를 내고 죽어 버리겠다고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에 특별한 정신과 질환이 없기 때문에 과거에는 강제 입원을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카운슬에서는 ‘secure home’같은 곳을 지어서 이런 아동, 청소년들은 입소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법이 개정되어 정신과 의사가 환자가 다른 사람의 안전이나 자신의 안전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일단 평가를 위해서라도 강제 입원을 시킬 수 있다.
자살이 꼭 우울증이나 정신병으로 인한 직접적 영향은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가족이나 사회 구성원이 정신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어 왔다. 애착 이론을 창시한 볼비도 부모나 가계에서 자살한 사람이 있는 군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서 연구를 했었고 한국사회에서 자살이 많은 것이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서 자살과 정신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자살은 무조건 우울증이 있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돈이 없어서, 사회에 불만이 많아서, 인생에 환멸을 느껴서, 분노가 쌓여서 등등 여러가지 다른 직 간접적인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복지 국가로 가는 이유 중에 하나도 이런 부정적인 요인들을 줄이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어 가지 위해서가 아닐까한다. 그러면에서 자살이 많다는 것은 정신과 진단을 받을만한 ‘병’이 있다 없다를 떠나서 정신적, 심리적 ‘문제’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꼭 진단을 받을 만한 상태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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