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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12 가족이 얼마나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
코리안위클리  2014/08/20, 07:39:43   
▲ 사회생활을 못하는 청소년은 요즘 시대에 왕따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고 학교에서 생존하기 힘들어서 우울증이 빈번하고 자해나 행동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행복한 가정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이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만든 것인가를 깨닫게 해 줘


뭔가 형사물 같은 제목이지만 사실은 2003년 영국에서 아주 인기 있던 소설이다. 필자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주인공이 아스퍼거 신드롬을 앓고 있는 15세 청소년이었기 때문에 무언가 직업상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책을 사서 한두 페이지 넘기는 순간 이 소설이 가지는 의미가 단순한 정신과 진단을 떠나서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개의 경우 한 인간의 성장궤적을 그려보면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치고 어른이 되어서 가정을 이루고 애를 놓고 애를 기르고 가정생활을 하고 늙어 간다. 태어나서는 어린아이로서 어른의 돌봄을 받고 또 성장해서는 자신이 어른으로서 어린아이의 성장을 도와주는 과정을 겪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가정이라는 것이 혹은 가족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지난 주에 웨스트엔드에서 처음 책을 읽은지 10년 만에 영국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프로페셔널의 입장으로 다시 이 소설물을 연극의 형태로 접했을때 당시에 뭔가 깨닫지 못한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라든가 서로간의 갈등에 대한 나의 시각이 많이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몇 십년 전에는 서양 엄마들의 아이에 대한 애정이 한국 엄마들에 비해 훨씬 약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즉 한국의 엄마들은 자식들을 마치 자신들의 분신처럼 아니면 그 이상으로 여기면서 온갖 희생을 다 하는데 책이나 영화에서 묘사된 외국 엄마들은 자신들을 너무 위하고 자식들은 항상 두번째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이 소설에서 보면 아스퍼거아동을 키운다는 것이 너무나 힘든 나머지 부부사이에 갈등이 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 어머니가 옆집 남자와 바람이 나서 가정을 떠나 딴 살림을 차린다는 것인데 어쩌면 쉽게 말해서 엄마가 애를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지극히 단순한 시각일 수도 있다. 필자의 어린 시절의 관점처럼 ‘어떻게 엄마가 애를 버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엄마가 자신이 버린 애에 대한 애정이 적다고 쉽게 말하기도 힘들다.
이 연극을 보면 엄마가 아스퍼거 장애가 있는 아들을 자신이 잘 키워 내지 못한다는 자괴감 그리고 남편이 기르는 것이 차라리 애를 위해서 낫겠다는 열등감 등이 작용하여 엄마가 집을 떠난 것으로 나온다. 한국에서 자주 접하는 이혼 부부의 경우 제법 많은 엄마가 자녀와의 접촉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자녀들이 성장하는데 혼란을 줄까봐 염려해서라든지 아니면 새 엄마에게 구박을 받을까봐 걱정을 해서 등이다. 이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고 희생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예에서 보듯이 남의 집 가정생활을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많은 정신과 문제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다. 겪어 봐야만 알 수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집에서 중풍환자가 있어서 집에서 수발을 들고 있는 가정주부의 경우 주변에서 얼마나 힘든지 알아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말귀 안통하고, 말 안듣고, 고집세고, 고지식한 애가 있다고 했을 때 그 어머니가 힘들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엄마가 가정교육을 잘 못시킨다고 오히려 비판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주변의 시선이 또한 이차적인 상처가 되어서 환자의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 실제로도 이 소설에 나오는 부부처럼 이혼해서 따로 살게 되는 가족도 많이 보이고 어떨 때는 애를 완전히 포기해서 카운슬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 카운슬에서는 위탁모를 쉽게 구하지 못하고 어쩌다 찾았다 하더라도 아동이 변화에 적응을 못하는 특성 때문에 위탁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필자는 이 연극을 보면서 비단 아스퍼거 장애가 있는 아동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장애나 어려움이 있는 가정들이 생각이 많이 났었다. 그날 오전에도 진료중에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기 싫어하고 집에서 컴퓨터만 하고 싶어하는 17세 소년과 그 소년을 어떡하든 어른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모들. 그들이 눈물과 한숨으로 지샌 날이 몇날 며칠이던가. 이런 문제는 영국이고 한국이고 할 것 없이 비슷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회에서 이런 가족들을 돕기 위해서 과연 어떠한 노력들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될 것 같다. 항상 사건 사고가 나면 그런 곳을 들여다 보기 바쁘지만 이렇게 음지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가족들에 대해서는 아직 정서적, 그리고 경제적 지원들이 빈약한 것이 아닌지. 요즘 한국을 보면 이런 가족들에 대해서 급격한 사회적 지원이 늘어 났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필자가 느끼는 것은 이런 정부보조금이 늘어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공동체로서 우리가 얼마나 이런 사람들과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경제적인 것 보다는 따뜻한 사회의 시선 그리고 이웃의 격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 영국의 NHS에서 일하는 것도 힘이 든다. 어떨 땐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그리고 부모의 갈등 때문에 아동이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보면서도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어야 될 때가 많다. 제한된 시간과 장비를 가지고 많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최대한의 치료가 아니라 최소한의 치료를 해야될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의사로서는 무척이나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리라.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curious incident 연극은 정신과 의사로서 내 자신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또한 우리가 행복한 가정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이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만든 것인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이 연극에서는 주인공이 A level 수학을 잘 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그것으로 선생님과 부모가 자부심을 찾는 것으로 마쳐 지는데 실제의 경우에 이렇게 되는 경우는 사실 많이 드물다.
사회생활을 못하는 청소년은 요즘 시대에 왕따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고 학교에서 생존하기 힘들어서 우울증이 빈번하고 자해나 행동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공부를 잘해서 그래머 스쿨까지 가는 아스퍼거 환자들은 가끔 있었으나 A level까지 순항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어쩌면 이 소설에서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은 삶의 다른 가치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혹시 자녀때문에 힘들어 한 적인 있는 부모들에게는 필독을 권한다. 연극도 좋았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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