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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13 관음증의 사회 = 좌절의 사회
코리안위클리  2014/09/10, 06:22:45   
▲ 자기 내면의 ‘진실’에 대한 통찰을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비밀 행각에 더 관심을 가지는 ‘관음증’ 환자처럼 이러한 사건 사고들이 일종의 도착증으로 발전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다른 사람 손가락질 하기 보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얼마전 한국을 갔다 왔다. 도착하자마자 한 현직 검사의 변태 행위에 대한 매스컴의 대대적인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여느 때처럼 텔레비젼 뉴스에서는 선정적이고 낯뜨거운 내용에 사회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현직 지검장의 몰락 등등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들을 잔뜩 방영하고 있었다. 텔레비젼에 나오는 뉴스 저편에는 거기에 눈과 귀를 박고 자신들의 생각을 쏟아 내는 방청자들이 또한 있었다. 그 프로가 끝나자 이제는 유병언의 집에 재산이 얼마고 언제 어떻게 했고 아는 사람이 누구고 등등 사돈의 팔촌까지 완전히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대 해부(?)가 진행 되고 있었다.
영국에서 오래산 덕에 다른 스타일의 보도에 익숙한 필자로서는 한국에서의 이런 심층(?) 보도가 이상하게 영 마음을 성가시게 했다. 가만히 이유를 생각해 보니 기사를 보고 이리 저리 비판을 해대는 사람들은 많이 보이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뉴스가 지향하는 바가 서민들의 ‘아는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있다면서 마구마구 자극적인 테마의 이야기들을 끝도 없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필자의 시각에서는 이 ‘아는 욕구’가 과연 ‘진실을 알고자 하는’욕구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다. 다른 이의 치부를 보면서 손가락질을 해대고 비판하지만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이런 사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에 관해서는 아주 소홀한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진실’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자극적인 뉴스들로 몹시 ‘흥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즉 자기 내면의 ‘진실’에 대한 통찰을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비밀 행각에 더 관심을 가지는 ‘관음증’ 환자처럼 이러한 사건 사고들이 일종의 도착증으로 발전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우려가 생겼다.
정신분석의 영역에서는 인간이 태어나서 ‘좌절’을 겪는 것이 ‘사고’ 과정이 발전하는데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좌절이라는 것은 환상이나 꿈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부닥치는 한계점 때문에 인간들이 겪게되는 필연적인 현상인데 이러한 좌절을 각 개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인격의 성숙도가 결정된다고 했다. 또한 이러한 좌절을 견디기 힘들면 ‘누구 탓’을 하거나 자신들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전지전능한 상태로 빠진다고 했다.
지금 필자의 눈에 보이는 한국 사회는 ‘좌절’의 사회였다. 하지만 이러한 좌절을 과연 자신 발전의 원동력으로 쓰고 있는지는 의문스러웠다. 자신들 마음대로 사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누구 탓’이라고 플랭카드를 휘날리며 목소리를 드높이고 또한 자신들이 모든 해결 방법을 다 아는 듯이 주장하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대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싸움이 일어나고 누가 맞고 누가 틀리다는 식의 ‘흑백 논리’가 판을 치고 있었다.
방금 필자와 같은 이런 얘기를 하면 이것을 ‘생각’을 촉진시키는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 너 잘 났다’, 아니면 ‘여기가 한국이지 영국이냐’ 등등 금방 나쁜 ‘이물질’ 같은 것으로 간주되어 거부되어 뱉어내 버린다.

▲ 현직 지방검찰청의 수장인 김수창 제주지검장이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매스컴은 서민들의 ‘아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구마구 자극적인 테마의 이야기들을 끝도 없이 하고 있다.

▲ 현직 지방검찰청의 수장인 김수창 제주지검장이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매스컴은 서민들의 ‘아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마구마구 자극적인 테마의 이야기들을 끝도 없이 하고 있다.

 

한국에 가면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나의 용모에 대해서 코멘트를 한다는 것이다. ‘살이 빠지셨네요’, ‘염색 하셨어요?’등등 영국 문화에서는 아주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말들을 많이 한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용모에 관해 관심이 아주 많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아주 많다고도 볼 수 있겠다. 이 부분은 어쩌면 앞서 말한 ‘관음증’과도 연결시킬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 지에 과도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도가 지나칠 때가 있다. 하기사 영국에서도 엄청난 양의 CCTV들이 설치되어 있고 개인 정보 남용에 대한 논란이 많이 있어 왔지만 서로에 대한 사생활에 대해서는 과도할 정도로 존중해서 필자의 경우에 같이 일하는 여자 직원이 결혼을 했는지 애가 몇인지도 잘 알지 못한다.
이런 대중들의 개인 사생활에 대한 관심은 그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히기도 한다. 앞서 말한 한 검사의 인생은 매스컴으로 인해서 파괴되었으며 그 가족 또한 평생 얼굴 들기조차 어려워 하면서 살아야 할 지 모른다. 만약에 그 뉴스를 접한 사람들이 흥미 위주보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재료를 썼다면 ‘왜’ 우리 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한번쯤 돌아보지 않게 되었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과 아버지 역할의 부재로 생기는 왜곡된 가정 환경이 제 2, 제 3의 노출증 환자를 만들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되며 어쩌면 우리가 손가락질 하고 비웃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두 다가 똑같은 병리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남성’을 과시하기 위해서 뻐기고 다니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돈이 많고 권력이 높은 양반들은 마치 사람들을 자신의 손가락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고 또한 자신의 ‘힘’을 보여 주지 못해서 안달하는 사람 또한 얼마나 많은가. 이 모든 사람들 또한 ‘노출증’의 소지가 있다고 봐야 될 것이며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손가락질 하기 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런 짧은 글이 비판의 댓글을 유도하기 보다는 ‘생각’을 촉진하기를 기원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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