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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16 가정 파수꾼 아빠의 역할
코리안위클리  2014/10/22, 04:44:53   
▲ 기러기 가족의 경우 엄마와 자녀의 마음 속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어떻게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자녀 미래 결정하는 롤모델 … 금슬 좋은 부부 모습 보여줘야

‘아빠’라는 단어가 떠올리는 것은 무얼까. 사람마다 제각각 떠올리는 것이 다르겠지만 아마도 자식들과 관련되지 않을까 싶다. ‘남편’이 남자로서 아내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라면 ‘아빠’는 가족의 구성원에서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생겨난 단어라고 생각된다.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자녀들에게서 ‘아빠’라는 존재가 어떻게 다가갈까 하는 것이다.
먼저 필자가 어렸을 때는 아빠의 역할은 집안의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한국은 거지가 동네에 있을 정도로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므로 아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열심히 일해서 식솔들을 굶기지 않고 자식들 학교 보낼 돈을 벌어 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당시엔 아빠가 애들과 놀아 주어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고 또 아빠들은 너무나 피곤해서 놀아 주기도 힘들었다.
경제적으로 풍요해진 지금은 어떤 변화가 생겨났을까? 아버지가 자녀들과 보낼 시간적 여유가 생겨났을까? 불행하게도 상황은 여전히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물론 과거보다 아빠들이 애들을 안거나 유모차를 밀면서 거리를 다니는 것은 옛날과는 다른 풍경이다. 주말엔 가족끼리 나들이 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자녀들과 정서적인 접촉을 주로 하는 것은 어머니이고 아버지들은 주변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들의 변명은 아직도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이 늦게 끝나고 그 후에 이어지는 잦은 회식에 늦게까지 귀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급한 일이 생기거나 엄마도 직장을 다니는 경우는 어린 애라도 늦게까지 학원이나 공부방에 머물러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번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영국에서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파티 때문에 늦게 마쳐서 애를 픽업할 수가 없어 베이비 시터를 고용해 엄마나 아빠가 오기 전까지 있어야 한다면, 그리고 그 파티가 일주일에 두세 번 있어서 엄마나 아빠가 베이비 시터에게 애들을 맡기거나 아니면 애들끼리 혼자 놔둔다면…. 아마도 그 엄마나 아빠는 아동 보호센터에서 연락을 받고 아동 방임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물론 영국에서는 베이비 시터가 싸지도 않고 보낼 학원이 아예 없으므로 이런 방법을 생각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쨌든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것은 문화적 차이다. 한국에서는 아빠가 회사일로 늦게 오고 엄마도 직장일로 늦게 와서 애들끼리 밥을 먹거나 학원을 전전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크게 수치스럽거나 범죄적인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 엄마 아빠 먹고 산다고 고생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만약 그런 경우에 자녀가 말을 안 듣는다든지 학교에서 아니면 학원에서 말썽을 피우는 경우에는 ‘애들이 너무 엄마 아빠 고생을 몰라준다’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영국에서 오후에 자녀들을 픽업하러 학교에 가 보면 아빠들이 제법 많이 온다. 학교 면담할 때도 엄마 혼자 오기 보다는 많은 경우 아빠들이 같이 참석한다. 꼼꼼하게 질문하고 학교진학에도 무척이나 관심이 많다. 영국에서 자라는 한국 아동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다. 같은 클라스에 있는 친구들은 아빠가 데려다 주기도 하고 주말에는 축구 코치도 하고 럭비도 하는데 자기 아빠는 골프를 가고 회식을 하고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낀다. 많은 경우에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아빠가 날 싫어하나’라는 질문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생기게 되면서 자신감이 상실된다.
▲ 아버지의 역할은 좋은 남편으로서 좋은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다르지 않다. 아내를 잘 도와 주는 것이 좋은 아버지되는 필수 조건이다.

▲ 아버지의 역할은 좋은 남편으로서 좋은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다르지 않다. 아내를 잘 도와 주는 것이 좋은 아버지되는 필수 조건이다.

 한국의 사회도 어쩌면 영국처럼 아빠가 적극적으로 양육에 가담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를 해야 되겠지만 서도 오랫동안 굳어온 사회 관습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아버지하고 거리가 멀고 어머니하고만 가까우면 아동들의 발달은 왜곡된다. ‘옛날에는 다 잘 컸다’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옛날은 대가족 제도로서 엄연히 집안에 위계질서가 있었다. 아버지가 없으면 할아버지가 있고 삼촌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아동이 뭘 집어던지든 부시든 때리든 집안에 그것을 ‘잡아줄’ 남자가 없다는 것이 아동의 불안을 더욱 더 자극한다. 일반 상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아버지가 없으면 좋은 남자 모델이 없다는 이야길 한다. 좋은 남자 모델이 없으면 남자애의 경우에는 어떻게 남자가 되어야 할지 모르고 여자애의 경우에는 어떤 남자를 골라야 될지를 모른다.
또한 아빠가 있어야 엄마가 있다. 엄마의 양육 역할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지지하는 버팀목이 있어야 되는데 엄마가 아빠 몫까지 다 하면 지친다. 그렇게 되면 애들에게 짜증이 나고 외롭고 힘들어 진다. 그런 심리상태에서 양육이 잘 될 리가 없다.
여러번 기러기 가족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모든 기러기 가족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라는 법은 없다. 엄마와 자녀의 마음 속에서 아버지의 존재가 어떻게 어떤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아버지의 가치를 계속 마음 속으로 지니면서 학교를 다니는 애들과 아버지를 떠나서 아버지를 완전히 잊고 사는 기러기 가족들은 완전히 마음가짐이 다르다.
현대에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은 어쩌면 좀 더 많아졌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엄마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밖에서 일하는 것도 부부가 둘 다 한다면 양육도 반드시 둘다 나누어서 해야만 발란스가 맞을 것이다. 엄마가 전업 주부인 경우는 남자가 완전히 아빠 노릇을 개점 휴업하라는 뜻은 아니다. 아버지의 역할은 좋은 남편으로서 좋은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다르지 않다. 아내를 잘 도와 주는 것이 좋은 아버지되는 필수 조건이다. 아내에게는 막 대하면서 애들한테 잘 해준다고 아빠로서의 역할을 잘 한다고 볼 수가 없다. 금슬 좋은 부부 생활을 하게 되면 자녀들끼리도 사랑과 배려가 싹튼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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