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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17 맹모 삼천지교 孟母三遷之敎
코리안위클리  2014/11/05, 07:41:45   
▲ 부모가 너무나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자식을 3번이나 이사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좋은 부모가 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잦은 이사는 자녀 친구관계 형성과 사회 적응에 큰 어려움 줄 수도

오늘은 이사(house moving)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눈치 빠른 독자는 필자가 한국어, 한자, 그리고 영어 즉 3개 국어를 동원한 것을 이미 느끼셨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을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왜냐하면 글이라는 것이 읽는 사람이 태어나고 자란 환경 그리고 언어에 따라 받는 느낌이 모두 틀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실 이것이 오늘 주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라면 거의 다 아시는 이 한자성어는 유명한 학자인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인 맹자의 교육을 위해서 3번이나 이사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어쩌면 이런 풍습은 시대와 장소가 변한다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가까운 예를 들면 영국에서도 좋은 학교로 자녀를 보내기 위해 학교 근처로 힘든 이사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니라 아예 직장을 옮겨서라도 학교를 위해 이사하는 부모도 본 적이 있다. 이 모두가 좋은 학교를 보내면 자식들이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자격을 취득하여 좋은 직장을 가져서 좋은 인생을 누릴 것이라는 부모의 믿음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주변에서 보이는 예를 보면 이러한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이사를 했는데도 자식들이 뜻대로 따라주지 못해서 부모들이 화를 내게 되고 또한 자녀들의 자존감에 심각한 손상을 주기도 한다. 어쩌면 이사를 했을 때 어린 아동들이나 청소년들이 겪게되는 여러가지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결과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 이리라.
 오늘 진료한 청소년도 이사를 6번이나 다녔는데 물론 한 국가 내에서라면 아주 드물지는 않겠지만 이 17세 소년은 국제적으로 나라를 바꿔가면서 이사를 다녔다. 요즘은 국가간의 교류가 활발해져서 이런 환자들도 아주 드물진 않은데도 많은 경우 GP나 선생님들은 이런 국제적 이동을 자주한 아동이 오면 상당한 염려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청소년은 부모가 이혼을 했고 부모가 또한 다른 나라에 살고 있으니 좀 더 복잡해지는 요소가 있었다. 거기다가 아버지가 여자 친구가 있어서 이젠 이복 동생이 곧 태어나게 되니까 이사뿐 아니라 여러 인자들이 이 청소년의 정서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필자가 이사에 대해서 환자나 아버지에게 물었을 때 굉장히 긍정적으로 대답을 해서 놀랐다. 환자는 자신이 여러 나라를 옮겨 다녔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만 자란 청소년에 비해서 훨씬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여러 개의 언어를 하기 때문에 좋은 것처럼 대답한다. 그런 환자에게 친구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별로 대답이 없다. 대부분의 시간을 페이스북에 할애하고 자기 혼자서 전자 오락을 즐기거나 인터넷으로 채팅을 한다. 과연 이런 사이버 교류가 실제 친구관계를 대신할 수 있을까?
청소년의 친구 관계는 이미 여러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청소년 발달 과제를 잘 넘어가기 위한 필수 항목이다. 자신이 부모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주도적으로 사회관계를 맺는 경험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런 사이버상에서의 친구 관계는 여러가지 점에서 실제 관계와는 다른 점이 있다. 사이버 상에서 대인 관계를 잘 하는 것 처럼 보이는 환자가 실제 집밖에 나오는 것을 엄청나게 두려워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어쩌면 사이버 상에서는 사회에서 못하는 부분을 보상하기 위해서 오히려 다른 껍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경우도 있겠다.
어쨌든 이사를 많이 하게 되는 경우는 지속적으로 친구를 사귈수가 없고 주변의 환경 변화가 당사자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으로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많은 수의 아동,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 기술을 이용해서 다시 빨리 친구를 만들거나 이전 친구와 교류를 계속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없는 얘들은 이사를 자주 가면 갈수록 사회적으로 적응에 어려워진다. 국제 이사의 경우에는 훨씬 더 하다.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되고 새로운 문화를 익혀야 된다. 마치 자신이 지금까지 성장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던 것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점에선 아무리 장점이 있다하더라도 여러번 이사하는 것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만약에 반드시 이사를 해야 양쪽 부모와 같이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 안 좋은 것이 아닌가? 라는 질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보통 이런 경우에 애들이 어린 경우는 아빠 근무지를 따라서 이사를 하다가 애들이 큰 경우는 한곳에 정착을 하고 주말 부부를 한다. 현실적으로는 애들 공부 때문에 이런 결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것이 나은 결정인 지는 이런 실험을 한 적도 없고 할 수도 없어서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경우는 어쩌면 부모가 아동이나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이 된다.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너무 공부를 최우선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자식들이 좋은 대학을 다닌 다는 것이 자신의 체면뿐만이 아니라 부모나 가족 전체의 체면을 세워준다고 믿는다. 영국사람도 이런 경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나 의미가 한국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는 어쩌면 관계가 중심이기 보다는 성과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질 수 있다. 맹모 삼천 지교에서 정말로 필자가 궁금한 것은 맹자가 훌륭한 학자가 되기 못했다면 과연 맹자의 어머니는 맹자를 어떻게 받아들이셨을까 라는 것이다. 여전히 맹자의 어머니로서 자부심을 가지 셨을지 아니면 맹자의 동생을 또 그렇게 잡아다가 공부를 시키시려고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부모가 너무나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자식을 3번이나 이사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좋은 부모가 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이래 저래 부모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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