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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19 치료와 마음 수양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코리안위클리  2014/12/03, 06:26:59   
▲ 오늘 마음의 평정을 찾은 사람도 얼마든지 내일 마음이 좁아지고 인생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노력을 해야만이 자신의 인생이 쪼그라드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부모가 어떻게 돌봐야 자녀들의 마음을 성숙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정신과는 이론적 모델이 근본적으로 의학적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래서 정신과라는 분과가 의과대학에 생겨있고 진료과 로도 엄연히 나누어져 있다. 이런 의학적 모델이 다른 개념과 틀린점은 많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이론을 중시하고 질병의 진단과 분류 그리고 거기에 따른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의학 분과와 나란히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적어도 정신과나 아니면 정신보건 센터를 찾아오는 환자나 보호자들은 이런 모델과 나란히 의학적 모델에 따른 ‘치료’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온다. 예를 들어서 자신이 행복하게 느끼지 못하고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우울증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이며 이 우울증을 낫게 하는 ‘치료’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 같은 것들이다.(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환자를 보다 보면 꼭 이런 의학적 모델에 기초해서 볼 수 없는 경우들이 있다. 가령 어떤 환자는 자신의 인생이 항상 불행하고 재미도 없고 공허하게 느껴져서 병원을 찾아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분에게 ‘우울증 약’을 처방하면 기분이 나아지고 인생이 행복하게 느껴지게 될까? 이분이 느끼는 불행이 배우자를 잘못 만나서 그렇다거나 아들이 말을 안듣고 속썩혀서 그렇다면 약을 먹는다고 인생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모든 괴로움을 잊게 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약은 없고 정신과 의사들은 아마 질병으로서의 ‘우울증’은 치료할 수 있지만 이분의 인생은 바꾸어 줄 수 없다고 말 할 것이다. 그럼 이런 분들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카운셀링을 받는다고 남편이 싹 바뀌어서 오는 것도 아니고 내 아들이 어느날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애로 바뀌는 것도 아니니 이것도 저것도 다 소용 없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는 어쩌면 ‘치료’라는 말은 부적절한 말일지도 모른다. 마치 구원이나 해탈을 약속하는 종교처럼 정신과 의사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치료라는 말 보다는 ‘수양’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한다.
수양, 즉 ‘마음 수양’이라는 것은 ‘성장’을 의미한다. 우리가 마음이 성장하는 것은 어린애 같이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전혀 무시하는 마음 상태에서 점차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주변의 입장에서 자신을 보는 능력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살을 붙인다면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자신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못된 짓을 많이 하고 있는 지를 자각 하는 과정이 마음의 성장이고 또한 ‘수양’이 된다.
이런 수양이라는 것은 내가 오늘 ‘도’를 통했으니까 내일부터는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오늘 마음의 평정을 찾은 사람도 얼마든지 내일 마음이 좁아지고 인생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는 노력을 해야만이 자신의 인생이 쪼그라드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성숙은 누군가가 나의 분노를 받아주는 경험과 함께 출발한다고 한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분노를 받아들이고 궁리하고 수양하지 못한다면 
그 자녀의 마음이 성장할 가능성이 몹시 적어지는 것이다.


필자가 자주 보는 청소년 환자들이 하는 말 중에 ‘선생님들이 아니면 부모님들이 도대체 나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어요’ 그래서 이들은 볼멘 소리로 화를 내면서 자신들이 억울하고 괴롭다고 한다. 이런 환자들이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을 힘들게 하고 그래서 자신이 미안하고 죄스럽게 느낀다는 것을 받아 들일 수 있게 할까 하는 것이 항상 관건이 된다.
청소년들의 마음 수양은 어떻게 시켜야 하는 것일까? 부모나 선생님들은 정신과 의사에게 와서 제발 이 ‘학생’ 아니면 ‘우리 아들’을 ‘치료’ 좀 해주세요 사정을 하거나 ‘왜 이렇게 치료가 안되냐’라고 불평을 하기도 한다. 마치 아들의 마음 성장이 안된 것이 의사 잘못인 것처럼. 어쩌면 환자도 의사가 자신의 마음을 키워 줄 수 있다고 기대를 하거나 또 기대대로 안되면 좌절하고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정이야 어떻든 자신 마음 수양을 억지로 남이 시켜 줄 수는 없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경우 우리가 주위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부모자녀 관계를 예를 든다. 즉 부모가 어떻게 ‘가정 교육’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교육이 아니라 ‘돌봄(caring)’을 통해서 자녀들의 마음을 성숙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길 권한다. 어떤 부모는 강력한 훈육으로 자녀들이 좋은 버릇을 가지게 된다고 믿기도 하고 또 어떤 부모는 친구처럼 관심을 항상 가져 줌으로서 자녀들이 잘 자란다고 믿는다. 그 부모들의 믿음이 어떤 것이든 간에 자녀들의 마음이 어떻게 자라는 지는 그 부모들의 태도에 많은 부분이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고 집에서 부모에게 대들어서 병원에 데리고 오는 경우에 무조건 ‘우리 아들 고쳐 달라’라고 이야기는 하는 부모에게서 그 분들이 어떻게 자녀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 부모는 왜 우리애가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궁금해 하고 궁리해 보는 것이 부족한 분들이고 자신들의 성찰이나 수양을 하기 보다는 바깥에서 이유를 찾는 분들일 가능성이 많다. 자연히 자녀들도 그것을 배워서 자기를 들여다 보기 보다는 주위탓만 하고 주위 상황이 자신의 의도대로 진행이 안되면 다른 사람 탓을 주로 하게 된다. 이런 경우 가족내에는 서로 남탓 하는 사람들로만 넘치게 되고 그런 환경에서 마음의 성숙이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는 단순히 모든 것이 ‘내 탓이오’라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다. ‘누구 탓’을 하는 것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고 그런 비판적인 마음속에서는 생각보다는 형벌과 두려움 만이 난무할 뿐이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면 성숙은 누군가가 나의 분노를 받아주는 경험과 함께 출발한다고 한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분노를 받아들이고 궁리하고 수양하지 못한다면 그 자녀의 마음이 성장할 가능성이 몹시 적어지는 것이다.
결국 치료란 어떤 부류의 환자들에게는 메디컬 모델이 만들어낸 일종의 신기루 같은 개념일 수도 있고 차라리 이런 분들에겐 마음의 수양을 도와 주는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접근이 얼마나 의료 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가 있을까라는 현실적 장벽도 있다. 한국 처럼 5분, 10분 만에 환자를 보아야 하는 환경에서는 메디컬 모델로 밖에는 환자를 볼 수 없지 않을까.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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