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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31 행동수정(?)
코리안위클리  2015/06/10, 06:50:34   
▲ 행동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야단치는 것보다 좋은 행동을 칭찬해 주면 나쁜 행동을 할 시간이 줄어 들어 좋은 행동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아이 나쁜 행동 야단치지 말고 좋은 행동을 칭찬해 줘라

행동을 바꾸는 데는 여러가지 방법과 치료(?)가 있다. 누가 그것을 행할 것인지 아니면 누가 얼마만큼 능동적인 주체로 참여하는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행동 수정’이란 용어에서 보여지는 만큼 개인의 행동을 유발하는 감정이나 동기에 대한 접근 보다는 ‘행동’ 그 자체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접근을 하는 치료가 ‘행동 치료’이다.
필자는 이런 것을 치료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약간의 주저함이 있는데 과연 치료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9살 짜리 아들이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쳐 가다가 들켜서 엄마에게 야단을 맞는다고 치자. 그런 것을 우리가 ‘치료’ 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양육’ 또는 ‘훈육’이라는 말로 부른다. 그런데 이 아들이 훈육을 아무리 받아도 나쁜 버릇이 고쳐지지 않으면 혹시 ‘병’이 있다고 생각되어서 ‘병원’에 데리고 오면 비슷한 ‘훈육’을 받아도 ‘치료’라고 불리게 된다. 물론 병원에 데리고 왔는데 병원에서 ‘나쁜짓 하면 안돼!’라고 야단을 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아동이 병원에서 ‘행동치료’를 받게 되면 거의 십중 팔구 부모가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야단치지 말고 좋은 행동을 칭찬해 줘라’라는 것이다. 행동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야단치는 것보다 좋은 행동을 칭찬해 주면 나쁜 행동을 할 시간이 줄어 들어 좋은 행동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운전을 하다보면 버스 운전자들이 ‘행동 치료’를 한다. 15년전 처음 영국에 와서 운전을 했더니 한가지 신기한 것이 여기 버스 운전자들은 ‘욕’을 별로 안 한다는 것이다. 운전중에 대형 차가 앞에 오는 것이 싫어서 많은 운전자들은 버스 뒤에 서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버스들은 손님을 태우고 차선으로 진입을 하려 할 때 애를 먹는다. 그때 버스가 들어가도록 뒤에서 기다려 주면 여기 버스 운전자들은 십중팔구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려준다.
어느덧 영국에서 운전하다 보면 뒤에서 버스가 차선 진입하도록 기다려 주면 이런 인사를 기대하는 나를 보면서 이러한 ‘칭찬’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는 버스가 들어올 때 무리해서 앞질러 가면 버스기사가 ‘욕’한다. 그래서 과연 내가 무서워서 아니면 ‘욕’을 듣기 싫으면 더 뒤에서 기다리고 있게 되는지 아니면 이렇게 영국의 방식처럼 고맙다고 인사받고 싶으면 기다리게 되는지는 직접 한국과 영국에서 운전해 보면서 비교하면 쉽게 알게 될 것이다.
소아 청소년을 데리고 오는 많은 부모들은 이런 ‘한국 운전’ 스타일의 ‘훈육’을 하고 계신다. 물론 그 애의 행동이 너무나 심하게 문제를 일으키면 부모도 사람인지라 고함을 지를 수도 있고 야단을 심하게 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야단을 치는 부모도 그런 방법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치료’나 아니면 ‘도움’을 받을 사람은 애가 아니라 부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효과가 없는 무리한 ‘훈육’을 억제하고 효과있는 ‘행동 치료’를 부모가 집에서 할 수 있는지가 임상적 만남에서 중요해진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에서 보면 이렇게 부모를 교육시키는 것 만으로는 의도했던 효과를 성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상하게도 책을 보거나 리서치 결과를 보면 효과가 있다고 되어 있는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별로 재미(?)가 없다. 부모를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 해보면 실제로 머리로는 이해되는 데 집에서 실천에 옮기기가 무지 힘들다고 한다.
앞에서 예를 든 9살 짜리 환아는 일단 ADHD가 있다. 충동성이 있어서 행동 문제가 잘 조절이 안되는데 하도 부모에게 야단을 많이 맞아서 자존감이 아주 낮아져 있고 아동 스스로도 부모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래서 부모가 자신이 돈을 훔치는 버릇이 있는 것에 대해 창피해 하고 꼼짝 못하는 것을 보고 어느 한편으로는 ‘통쾌’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이 애의 아버지는 회사에서 거의 매일 늦게 들어 오시는데 회식도 많아서 자주 음주를 하고 귀가 한다. 불행하게도 이 아버지는 술버릇이 고약해서 술취한 상태에서 난폭해지고 집에만 오면 어머니랑 부부싸움을 하신다. 덕분에 이 어머니는 남편에 대해 아주 불만이 많고 만성적인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보니 이혼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지만 먹고 살길이 막막하고 애들하고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서 감히 입밖으로 내지는 못하고 있다. 종종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고 잘 나가는 동창 친구나 친정 언니들을 보면 인생이 참 불공평하고 자긴 참 재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9개월 된 둘째 아이는 밤마다 잠을 잘 자지 못하고 깨고 울면서 보채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데 아들은 자기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것도 모자라 학교에서 친구 지갑에 손을 대어 자기보고 학교까지 불려가도록 하고 있다. 그런 아들이 너무 밉고 이런 자신을 도와 주지 않는 남편도 너무 싫다.
아들의 도벽이 너무 고쳐지지가 않아 소아정신과에 갔더니 ADHD니까 약을 먹어야 된다고 해서 약을 몇 개월 먹여 봤는데 도벽은 고쳐지지가 않는다. 놀이 치료를 시키라고 해서 놀이치료를 시켰는데 애가 몇 번 가더니 재미 없다고 가지 않으려 한다. 도벽은 그대로고 학교에서는 자꾸 전화가 온다. 이젠 다른 애를 때렸다고 ‘학교’폭력 운운하는 것 같다. ‘남편이 폭력 쓰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들까지’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부모교육을 받으라고 해서 갔더니 이건 마치 내가 제대로 애를 못 길러서 그런 것 같이 들린다. 마음속으로는 ‘여보세요들 우리 애한테 이런 것 저런 것 책에 나오는 데로 다 해봤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라고 고함 지르고 싶다.
이것은 필자가 만들어낸 100% 가상 시나리오지만 우리가 이야기 하는 행동 수정 혹은 행동 치료라는 것이 얼마나 다른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다시 버스기사 이야기로 돌아가면 무엇이 영국 버스기사들이 양보해주는 다른 운전자들에게 ‘인사’를 하게 하고 무엇이 한국 버스기사들에게는 양보 안해주는 운전자들에게 ‘욕’을 하는 차이점을 만들까? 영국 기사들이 운전교육을 잘 받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 운전 기사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는 여유가 있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 알고 계시는 분들은 저에게 좀 알려주시길 바란다. (참고로 한국 버스 운전자들은 요즘에 많이 세련되어 지셨다. 이 비교는 순전히 저의 강조점을 위해 억지로 부풀린 점이 많다는 것을 부언해 두고 싶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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