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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33 인생에서 ‘상실’의 의미
코리안위클리  2015/07/08, 05:55:09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 밖에 없는 과정 … SNS 등 기술 발달로 고통 심해져

‘상실(loss)’ 이라는 것은 인생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의 하나이다. 무슨 짓을 해서도 피해갈 수도 없고 왕후 장상이라 한들 비껴갈 수 없는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과정이다.
정신건강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바로 이 ‘상실’이라는 과제에 대해서 개개인이 어떻게 직면하고 다루고 있느냐에 대해 매일 매일의 임상에서 씨름하고 있다.
오늘도 한 직원이 급한 환자가 생겼다면서 필자에게 자문을 요청한다. 17살 소녀가 자기 치료사에게 갑자기 죽고싶다면서 자신이 적은 유서와 함께 자살 계획을 이야기한다. 며칠전 손목에 그은 자해 자국도 보여준다. 지난 주말에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를 보고 반해서 자기를 배신하는 것처럼 느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상실’은 과연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물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상실’은 단지 남자 친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만이 아니다. 어쩌면 자기만을 쳐다보고 이뻐해 주고 사랑해 주는 존재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어쩌면 약간은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존재의 ‘상실’일 수도 있다.
이러한 대상에 대한 추억은 거의 누구에게나 있고 우리 모두가 겪었던 경험들이다. 즉 자기만을 이뻐해 주고 사랑해주는 절대적 존재인 ‘어머니’ 즉 심리적인 용어로는 어쩌면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우리는 엄마의 자궁에서 인간세상으로 쫓겨나면서(?) 항상 보호되고 감짜줄 수 있는 포근한 공간을 ‘상실’하고 여러가지 인간사의 괴로움이 시작된다. 초기의 유아기에 어떻게 조그만한 애기가 이렇게도 처절한 현실을 감내하고 견디면서 클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여러 정신분석가와 심리 발달 학자들의 연구가 있어 왔지만 우리가 언어로 기억하기엔 너무 어린 연령대의 경험들은 단지 우리가 추측만 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성인에서 이러한 유아기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는 있는데 앞서 말씀 드린 소녀가 그 한가지 ‘예’이다.
이 소녀는 자신에게서 그러한 절대적 믿음을 앗아간 남자친구에 대해 너무나 분노하고 그 분노 때문에 자신을 물어뜯고 싶은 충동을 극심하게 느끼고 있다. 여기서 물어뜯고 싶은 대상은 사실은 자기 자신이 아니고 자신을 버린 남자 친구이지만 이러한 극심한 분노 상태에서는 자신과 남을 구별하는 능력이 상실되어서 자신의 몸이 자기를 버린 남자친구와 마치 다른 몸인 것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영유아기 때 같이 거의 자신의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상태에서는 이러한 행동들이 철저하게 유아의 마음속에서 ‘환상’을 통해 일어나게 되면서 이러한 환상속에서 자신에게 젖을 물려 주지 않는 엄마는 처참하게 물어뜯기고 너덜거리게 되는 대상으로 만들어 진다. 이럴 때 엄마가 어떻게 유아의 ‘화’를 적절하게 ‘담아 주느냐’가 건강한 심리 발달의 원동력이 되지만 어떤 유아는 보통보다도 ‘화’가 많다든가 엄마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서 ‘담아 주기’를 제대로 못해 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상실’에 대해서 너무나 두려워 하거나 절대적 대상에 대해 과도한 ‘집착’을 하게 된다.
정신과 진료를 할 때에도 어떤 ‘마술적’인 치료를 찾아서 헤메는 환자나 보호자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A라는 의사가 자기 병을 못 낫게 해준다고 생각하면 B의사를 찾고 또 나중에 C의사를 찾는다. 지방대 출신 의사는 못믿고 서울 명문대 의사는 자신의 병을 낫게 해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 이런 과정에서도 ‘신같은 존재’에 대한 ‘집착’은 계속된다.
이러한 상실에 대한 과도한 반응은 인생의 여러가지 변곡점에서 더욱 더 쉽게 발견하게 된다. 유아기 때도 이유식이나 엄마와의 분리로 그렇지만 청소년 때는 자신이 보호받는 어린이에서 이젠 스스로를 간수해야 되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극심한 ‘상실 반응’을 유발한다. 그만큼 이상적인 존재에 대한 집착이 많아지고 이런 현상은 ‘아이돌’이나 ‘연예인’에 대한 반응에서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어디 청소년 뿐이겠는가 어른이 되면 자신이 평수 넓은 아파트에 살고 골프회원권이 있으면 인생이 너무나 순조로울 것같이 생각이 되고 아들이나 딸들이 서울명문대를 가면 자신의 인생이 장미 빛으로 변할 거라고 믿고 있는 강남 어머니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소위 ‘중년의 위기(midlife crisis)’로 들어가게 되면 사람들은 더욱 더 초조해 지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 가진 것에 대해서 질투하거나 자신이 못가진 것은 ‘못먹는 호박 찔러보기’ 같이 그냥 짓밟아 버리기도 한다. 부부들이 이혼을 많이 할 때도 이 시기이다. 파트너가 나이가 드는 것을 못 받아 들이고 자신은 영원히 젊을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옆에서 보면 유치하기도 하지만 애틋하기도 한 시기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요즘은 테크놀로지 발달로 이러한 ‘상실’에 대한 반응들이 여러가지로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이다. 최근에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들이 불륜의 온상으로 사용된다든지 아니면 십대들의 ‘왕따’나 공격의 무기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인간들이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 만든 기계들이 이제는 인간들을 더 힘들게 한다. 떨어져 있는 것이 싫고 더 가깝게 있고 싶어서 핸드폰이라는 것이 나왔고 사람들이 더 자주 보면서 이야기하기 위해 인터넷과 스카이프가 나왔는데 이런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가 ‘상실’을 제대로 받아 들이는 것을 아주 힘들게 하고 있다.
80대 할머니도 10대 소녀처럼 인터넷 상에서는 행세할 수도 있고 지구 반대 쪽에 살아도 마치 같은 집에 사는 것처럼 대화할 수도 있다. 이런 기구들을 통해서 우리가 상실을 보상하면서 살 수 있을 것처럼 기대를 했지만 종국에는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것은 정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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