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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35 우울해진다는 것
코리안위클리  2015/08/12, 06:47:30   
피해 망상증과 우울증은 둘다에서 ‘화’가 동반된다. 다만 피해 망상에서의 화는 ‘상대방’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우울증에서의 ‘화’는 자기자신에게 집중된다는 점이 다르다.

의심이 많아지고 모든 것을 남 탓으로 생각

‘우울증’이라는 말은 정신과 의사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주 쓰는 용어 중의 하나다. 역사적으로도 ‘정신분열병’과 더불어 정신과에 수록된 기록도 오래되고 어쩌면 인류의 역사가 생긴 이래로 인간을 오랫동안 괴롭혀 온 마음의 질병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우울증’이라고 일컫는 병이고 어떤 것이 그냥 ‘우울한 것’인지 일 것이다.
정신과 교과서를 읽어 보면 진단 기준으로 삼는 큰 줄기는 지속 기간과 심한 정도가 될 것이다. 너무 우울해서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든가 아니면 우울한 상태가 몇 달간 지속되면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릴 정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책에 있는 우울증의 상태는 진단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진단을 내릴 때는 그리 쉽지 않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어떤 것을 ‘우울하다’고 보는냐는 것이다. 우울한 사람이 자신이 직접 내가 우울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또 어떤 사람은 우울한 경우에 화를 내거나 아니면 그냥 혼자 염세적인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또한 말을 못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 못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생길 수 있다. 연령대로 보면 초등학교 때와 중고등학교 때, 성인기와 노인기에 생기는 ‘우울증’의 증상도 다 다를 수 있다.
사실 우울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건강하다’라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 다르게 설명하자면 자신이 우울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에는 의심이 많아지고 모든 것을 남 탓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이 늙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50대 여성이 성형외과에 가서 자신이 수술을 하면 젊어보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수술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눈에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스스로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여겨질 때는 성형외과 의사가 수술을 잘 못해서 그렇다고 의심을 하고 고소할 수도 있고 또한 친구들이 질투를 해서 자신이 젊어진 것을 못 받아들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의 우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용기가 없는 사람은 그 우울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려버린다. 그래서 어쩌면 우울하다고 얘기할 수는 있으나 질적인 면에서 다른 우울과 많이 차이가 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이 늙는 것에 대해 허무해 하지만 정원에서 꽃 가꾸기를 열심히 하고 미술관을 다니면서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 산책을 다니는 할머니는 어쩌면 템즈 강가에서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지나온 세월이 한순간 안타깝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면서 우울이 지나간다. 하지만 남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것은 ‘세월 탓’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앞서 수술을 잘 못 받았다고 생각하는 할머니는 ‘성형외과 의사 탓’이라고 느낀다. 이 경우 한가지 편리한 점은 좋은 성형외과 의사를 만나면 ‘언젠가는’ 자신이 젊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떤 점이 단점일까? 첫째는 그 성형외과 의사가 대단히 곤욕을 치른다고 할 수 있고 아마도 주변에 있는 가족도 비슷한 방법으로 시달릴 가능성이 많다. 두 번째는 자신은 우울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화가 많이 나 있을 가능성이 많다. 즉 그 의사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고 몹시 격분해서 잠도 안 오고 소화도 안 되고 돈만 내버렸다고 패닉할 수도 있다.

▲ 자신의 우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용기가 없는 사람은 그 우울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려버린다.

▲ 자신의 우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용기가 없는 사람은 그 우울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려버린다.

 
좀 더 다른 예를 들어 보면 폐경기를 맞이하여 자신이 이제는 더 이상 여자로서의 매력도 없고 사람들이 쳐다봐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밖에 외출도 하기 싫고 만사가 귀찮아 지는 경우는 중년에 자주 보는 ‘갱년기 우울증’이다. 이 경우는 꽃밭을 가꾸는 분과 피해망상을 가진 분하고 비교하면 어디에 속할까? 어쩌면 이 경우가 정신과에서 이야기하는 ‘우울증’이라는 진단 명에 들어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세 가지 다 우울한 정서 즉 ‘상실’에 기인한 반응으로서 어떠한 감정 상태가 생기는 거지만 건강한 우울도 있고 우울보다는 ‘피해 망상’이 많을 수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우울’이 두드러진 정서가 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울한 감정은 세 가지 모두에 흐르고 있고 다만 개인이 그것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는 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한가지 흥미있는 것은 피해 망상증과 우울증은 둘다에서 ‘화’가 동반된다는 점이다. 다만 피해 망상에서의 화는 ‘상대방’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우울증에서의 ‘화’는 자기자신에게 집중된다는 점이 다르다. 즉 세번째 ‘갱년기 우울증’은 자신이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너무 화가나서 견딜 수가 없고 스스로에게 벌을 준다. 이렇게 된 것이 다른 사람 탓이 아니고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 피해망상과 다르다.
한국의 고전 스토리에 많이 등장하는 ‘홧병’도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 할 수 있다. 누가 내 님을 빼앗아갔다고 생각하면서 그 대상에게 화를 내고 그 놈만 없어지면 내 님이 되돌아 온다고 생각하면서 피해망상이 생기지만 내가 못나서 님이 떠나갔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미워지고 자신에게 화가 난다. 어쩌면 ‘화’가 밑바탕에 있는 공통적인 정서이지만 그 방향이 누구에게로 향하고 있느냐가 병명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자신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과연 세 가지 중에 어떤 유형으로 살아갈 것인가는 스스로가 여러 환경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아서 고르고 아니면 또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순간적인 편함을 추구하면 장기간의 괴로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피해망상형이 그렇다. 자신이 책임을 안지니까 마음이 편한듯 하지만 다른 사람이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고 또 다른 사람들이 자신처럼 자기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운다고 생각하니까 세상이 무섭고 두려워 보인다. 그래서 이 분에게는 세상이 전쟁터고 선혈이 난자하고 처참하다. 템즈강 예를 든 정원 일을 하는 할머니는 가끔 인생이 허무하고 덧없다. 하지만 여전히 보람차고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니면 젊은이 못지 않게 바쁘고 보람차서 허무할 틈이 없을런지도 모른다.
어떤 인생이 여러분이 과연 추구하는 인생일까?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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