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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인구에서 10% 정도 이상에서 발병하는 성격장애는 개인뿐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전체가 받는 영향으로 보았을 때 결코 적은 영향을 끼치는 질병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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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장애란 역사적으로 보면 정신분열병이나 우울증에 비해서 비교적 관심을 적게 받은 분야이다. 하지만 일반인구에서 10% 정도 이상에서 발병한다고 하니 숫자로서만 봐도 가볍게 넘길 부분이 아니고 또한 개인뿐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전체가 받는 영향으로 보았을 때 결코 적은 영향을 끼치는 질병은 아니다. 여기서 생길 수 있는 질문은 ‘저사람 성격이 안좋은데 과연 저걸 병이라고 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하지만 정신보건에서 일해본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성격장애 환자들이 범죄, 중독, 자해, 실업, 아동학대나 방임, 공공 업무 방해 등등에 걸쳐져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작은 것이 아니고 어쩌면 만성적으로 한 사람의 일생 내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정신과 질병 중의 하나이다.
학문적으로 보면 성격은 청소년 시기가 마치는 10대 후반에 성격이 결정된다고 한다. 청소년기가 한 개인의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단계로서 이러한 성격을 형성시키는데 중요한 시기 중의 하나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청소년 시기의 특성 중의 하나가 변화 무쌍한 정서 상태에 있으므로 이 시기에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대개의 전문가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청소년들도 상당수는 어쩌면 이미 성인 수준의 성격적 틀이 형성되었으며 그들의 많은 수는 여타 청소년들처럼 유동적인 성격형성의 마음 상태가 아니라 마치 성인들처럼 굳어져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것 만큼 변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주장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일선에서 일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 들에게 성격장애란 말을 붙이는 것이 마치 ‘평생 꼬리표를 달고 다니면 어떡하나라는 걱정 때문에 많이 주저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 선생님들이나 사회 사업가들은 ‘성격이 꼬였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병이 있다’라고는 생각을 잘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가지 어려운 점은 대개의 경우 좋지 않은 양육 환경 때문에 학생들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 개선을 하는데 촛점을 두지 이러한 청소년들이 특별한 정신과 진찰 또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도대체 그럼 성격장애란 어떤 병을 이야기 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생길 것이다. 정신과 교과서에서 이야기 하는 성격장애는 크게 세 가지 군으로 나뉘어 지는데 그 각각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하는 것은 오늘 주제와 맞지는 않고 다만 이런 성격장애는 우리가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여러가지 좌절이나 불안을 겪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것들을 다루고 넘어가는 방식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릴 수 있다.
한 개인이 자신이 겪는 어려운 상황을 처리하는 모습은 매번 새로운 방식이 아니라 버릇처럼 굳어져서 일종의 패턴을 형성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든지,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을 잘 극복하지 못해서 쉽게 거절감을 느끼거나 화를 내거나 등등의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 그리고 단체 생활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항상 불안하고 지속적이지 못하고 신경질을 많이 내는 등등의 양상들이 자주 되풀이 되다보면 ‘저사람은 으레 그래’라는 것처럼 그 사람의 성격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다든지 그 사람의 대인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서 그 사람의 사회생활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성격장애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성격장애 환자들이 자신들이 괴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 현장이나 소년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룹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회규칙을 잘 지키지 않고 자신들이 마음대로 룰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동정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극도로 떨어지는 마음 상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는 병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을 돌보는 부모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정신 보건 분야에서 자주 만나는 환자들은 좌절이나 화에 대한 반응이 아주 과대하여 자기 자신들이나 타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또한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해서 어떤 때는 기분이 좋았다가 금방 기분이 안좋아져서 신경질을 심하게 내는 다소 예측 불가능한 정서 상태를 보인다. 이런 것이 응급실에서 자주 보는 히스테리나 경계선적 성격장애 인데 특히 경계선 인격장애는 자아의 심각한 분열상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응급상황을 많이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서 자신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서 안좋은 얘기를 들었다고 화가 나면 바로 자해를 한다든지 기차에 뛰어 들겠다고 부모나 학교에 협박? 한다든지 등등의 경우이다. 자신이 화가 났을 때 그것을 달래주는 자기 자신이 있어야 되는데 이들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여러가지 다른 경험들을 유동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자신이 누구에게서 야단을 맞으면 스스로가 아주 가치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을 하고 살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자살 충동을 심하게 느껴져 자해를 한다든지 아니면 실제로 자살 시도를 한다.
보통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경우 스스로가 자신을 위로하거나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얘기를 한다든지 할텐데 이들은 마치 한사람이 자신을 미워하면 마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고 욕한다고 생각해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힘들다. 신체적으로 비유를 하면 마치 뼈가 튼튼하지 못하여 조그마한 충격에도 금이 생기거나 부러지는 것과도 비슷하다. 조그만 스트레스가 쌓여도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심하면 부러져서 정신병적인 증상이 일시적이지만 생긴다든지 또한 많은 경우에 심한 우울증을 같이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상황은 이렇게 자아의 상태가 취약한 사람들은 스스로가 마음이 붕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어쩌면 자신이 일부러 하지 않더라도 자아가 쪼개져서 마치 이중인격을 가진 것처럼 어떤 때는 천사같다가 어떤 때는 또 아주 폭력적이 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한가지 문제는 이렇게 쪼개진 상태로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한 ‘짓’에 대해서 반추해 볼 수도 없고 그런 관계로 자기 마음은 편하게 있을 수 있겠으나 상황이 개선은 잘 되지 않는다. 주위에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자신이 스스로의 행동을 인정하고 받아 들일 수 없기 때문에 반성이나 후회란 있을 수가 없고 그런면에서 야단이나 처벌은 극심한 반항심만 유발할 뿐이다.
발달학적으로 보면 처음 인격형성이 될때 부모 특히 엄마나 어떻게 아기의 좌절을 견디고 받아 주고 소화해서 돌려주는 것이 중요한가도 많이 강조되지만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 사람의 ‘뇌’는 좌절감각에 대해서 몹시 민감하고 화를 조절하는 기관의 발달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임상적인 경험에서 보면 많은 경우 이 두가지가 동시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경우 예후가 더 좋지 않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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