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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41 인권 존중과 정신병원
코리안위클리  2015/11/18, 08:06:43   
▲ 영국도 최근에 사회 전반적으로 일반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로 바뀌면 사회일원에 심각한 해를 끼칠수 있는 사람들까지도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기준점이 바뀌었다.

‘정신병원’이라고 하면 아직도 한국 사람들 마음속에서는 환자를 ‘감금’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치료’ 보다도 환자의 자유를 억제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더 강한 것 같아 유감이지만 이 또한 정신과 의사들을 비롯한 여러 병원에서 공헌한 바(?)가 없지 않으니 일반인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러 비리를 밝히는 사회기사들이 신문과 뉴스를 장식하면서부터 서서히 이러한 부작용들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일반 대중들 뿐만 아니라 정신보건의 일선에서 일하고 있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 편견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에서는 작년부터 정신 병원들 직원들을 대상으로 환자의 인권 교육을 의무화 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병원이나 정신보건 분야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가끔 연수를 오기도 한다.

정신 보건 분야의 ‘인권 존중’이라고 해서 사회 전반적인 ‘인권 상황’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한국의 문화는 기본적으로 ‘유교 문화’를 토대로 사회 계층이 상하로 놓여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인권 존중이라고 보기 보다는 계급과 나이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그런 관계로 상위 계급에 있는 사람이 아랫 사람의 인권을 잘 지켜 주지 못하면 그야 말로 ‘인권 존중’은 물 건너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한국도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인터넷이나 여러 매체의 발달로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계급간의 ‘견제’로 이끌어 가는 균형이라기 보다 윗사람들이 끌어가는 제도라는 점에서는 아직 유럽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왜 이런 의료와는 관계없는 사회 철학 이야기를 하냐 하면 정신보건에서의 인권 존중이란 ‘얼마나 사회전체가 병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질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도 최근에 사회 전반적으로 일반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로 바뀌면 환자를 강제 입원 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고 환자의 인권을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강제 입원을 막는 법률이 약간은 느슨해진 것 같다. 물론 자주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이전에는 정신적인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강제 입원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사회일원에 심각한 해를 끼칠수 있는 사람들까지도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기준점이 바뀌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어느 제도 라도 완벽한 것이 없는 것이 영국의 제도에도 적용이 된다. 환자를 강제 입원시키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은 환자의 인권 존중을 위해서는 좋지만 부모나 다른 사회분야에서는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아주 폭력적이고 여러번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힌 경력이 있는 청소년인 경우에도 환자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강제 입원이 안되는 수도 있다. 이럴 때는 구청에서 인력을 사다가 그 청소년 주위에서 항상 지키면서 사고를 못치게 감시하고 집도 완전히 따로 사다가 그 인력 만을 위해서 엄청난 돈을 들이고 있는데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는 강제 입원을 강력히 주장하지만 환자의 가디언이 반대 의견을 내게 되면 또 이런 저런 의논이 길어지면서 그야말로 수렁에 빠지듯이 상황이 변화하지 않게 된다. 한국 사람들이 보게 되면 아마도 엄청나게 쓸데 없는 곳(?)에 그야말로 수억 원의 돈을 퍼붓고 있는 것이 이해가 안되겠지만 영국에서는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시스템이 움직이다 보면 무엇하나 확실한 결정없이 질질 끄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렇게 터무니 없는 경우도 있지만 또 다른 상황에서는 환자의 강제 입원이 쉽지 않고 환자의 인권을 보호해 주는 장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확률은 확실히 적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사고 방식은 의사들의 면허 갱신과도 연결이 되는데 영국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5년마다 의사들이 자신의 의사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환자들과 다른 직원들에게서 받는 피드백을 꼭 첨부하여야 한다. 옛날에는 이러한 제도가 없어도 대개의 의사들은 평생 공부를 하면서 환자들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왔는데 아주 극소수의 의사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행위를 해서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면서 의사에 대한 단속이나 평가를 좀 더 강화시키려다 보니 생긴 제도이다.

이러한 과정을 도입하고 5년 마다 갱신하기 위해서 들이는 시간과 예산을 생각해 보면 과연 이럴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이 한두 명의 잘못된 의사를 걸러내서 수백, 수천의 선의의 피해자를 지키기 위한 제도라고 보면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환자의 인권도 마찬가지의 입장에서 볼 수 있겠다. 일반 대중이나 정신 보건 종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마련해 놓은 여러 장치들이 소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면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로 인해서 드는 시간이나 예산 또는 부작용이 어떤 것일지라도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는 정신과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일반 병원을 다니는 환자들도 얼마든지 의사들에 대해서도 불평을 이야기 할 수 있고 또한 자신들의 인권이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고발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다만 이 또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신경증이 있는 여자 환자가 의사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자신에게 한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고발해서 몇 달 동안 그 의사가 의료활동을 정지당할 수도 있고 그것으로 인해서 우울증을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과 제도 때문에 피해자가 덜 나오고 환자로서의 인권이 잘 지켜질 수 있다면 누구나 그런 의료제도 속에서 진료를 받고 싶을 것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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