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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스강변에서 ‘스노드롭’을 기리며
코리안위클리  2016/02/05, 00:55:46   
▲ 근본이 흙이고 땅인 아담과 이브는 가시덤불과 엉겅퀴 무성한 황무지를 갈면서 매년 삭풍한천 눈바람 속에서 이 스노드롭 꽃들이 피게 되면 곧 봄이 머지않았음을 믿고 살았다. 꽃봉오리는 희고 작지만, 눈밭에 마치 거꾸로 매달은 작은 실버 벨 종들을 흔들어 울리는 스노드롭은 초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다.

초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

“땅이 네게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낼 것이라. 너의 먹을 것은 밭의 채소인즉 네가 얼굴에 땀이 흘러야 식물을 먹고 필경은 흙으로 돌아가리니 그 속에서 네가 취함을 입었음이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창세기 3장18절~20)
신의 준엄한 말씀이 (여호와)신의 동산 에덴동산을 흔들고, 아담이 그의 아내 이브와 함께 심히 두려워하며 말씀대로 언제나 꽃피고 안락한 낙원이자 기쁨의 에덴동산을 떠나왔을 때 바깥세상은 찬바람 몰아치고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온몸이 얼어붙어 이브가 처음 느낀 추위에 떨며 절망하고 있자 천사가 나타나 “겨울이 곧 지나 따뜻한 봄이 오리니 낙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했다. 그리고는 내리는 눈송이들을 손으로 휘젓자 눈송이는 동토에 떨어져 금새 초록빛 꽃대와 잎새에 은백색 종이 달린 듯 수많은 꽃무리로 변했다.
동산에서 추방당한 인간이 절망 끝에 희망의 촛불처럼 가장 처음 감격 속에 만난 꽃의 이름을 아시는가? 이름도 아름다운 스노드롭(snow drop)이다. 스노드롭의 전설은 꽃말 잘도 만들어낸 영국인들의 호사가적 취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성경은 이어진다.
“여호와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그 사람을 내어 보내어 그의 근본된 땅을 갈게 하시니라.” (창세기 3장23절)
근본이 흙이고 땅인 아담과 이브는 가시덤불과 엉겅퀴 무성한 황무지를 갈면서 매년 삭풍한천 눈바람 속에서 이 스노드롭 꽃들이 피게 되면 곧 봄이 머지않았음을 믿고 살았다. 꽃봉오리는 희고 작지만, 눈밭에 마치 거꾸로 매달은 작은 실버 벨 종들을 흔들어 울리는 스노드롭은 초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다.


새해 들어 아직 런던에 눈다운 첫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눈밭에 다가오는 봄을 가장 먼저 전하는 ‘눈 물방울’, ‘성모의 작은 촛불’, ‘성촉일(聖燭日)의 꽃’, ‘설강화(雪降花)’로 불리는 스노드롭을 런던의 템스강 서쪽 강변에서 만났다. 런던 도심의 정중앙 임뱅크먼트(Embankment) 지하철역에서 3분 남짓 ‘빅토리아 임뱅크먼트 가든’ 곳곳에 무더기로 피었다. 주요 관공서 건물 지역과 강변 사이 땅을 남북으로 다듬어 공원으로 만든 기나긴 정원의 잔디밭 곳곳에 십 여기의 동상들, 기념비들이 강건너 런던아이(The London Eye)를 바라보며 서있다.

스노드롭이 고개 내민 가든의 막바지 쯤 국방성 건물 후방 정원에 5.8미터 높이의 석회암 깎아 만든 첨탑이 솟아있고, 바로 그 앞에 한 영국군인 청동상이 템스 강을 향해 섰다. 2014년 12월3일 제막된 한국전쟁 기념비와 동상이다. 쓰러져 숨진 동료 전우를 얼어붙은 한반도 산야의 눈내린 동토에 초라한 봉분 만들어 묻고서 모자 벗고 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모습은 기념첨탑 뒷면에 새겨진 비문대로 머나먼 한반도의 극심한 추위 속 1950~53년의 겨울, 포성 울리는 산에서 산으로 이어진 험한 전장터들을 생각게 했다.

8만1084명의 꽃다운 청춘 영국 젊은이들이 한반도에 유엔군 일원으로 파견됐고, 무려 1106명의 희생에 부상 수천명, 그리고 1060명이 전쟁포로로 참혹한 고통을 겪었다고 비문은 기록하고 있다. 첨탑 앞에 아듀 고하는 이 병사는 이국만리 전장에 묻어야했던 수많은 동료들의 육신과 넋들이 바로 두고온 그리운 고국 영국땅 겨울 산하에 꿋꿋이 피어났던 흰백색 스노드롭의 못다핀 꽃망울, 지는 꽃봉오리처럼 귀하고도 안타까웠으리라. 그리고 한때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 휴전 후 61년만에 한국 교민들과 한영 양국 정부의 합심으로 이제 영원히 ‘기억해야 하는 전쟁’이 되었고, 그 징표로 템스강변 기념비와 동상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스노드롭의 은백색 꽃방울들이 이름모를 한국의 어느 산하에 아직도 진토되어 육신이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의 생령처럼 이 헌신과 용기, 희생의 역사를 증언하는 기념비 옆에서 한겨울 설핏 기운 햇빛에 눈부시게 반짝이며 피어난다.

 ▲ 2014년 12월3일 제막된 한국전쟁 기념비와 첨탑 앞에 아듀 고하는 병사의 동상은 이국만리 전장에 묻어야했던 수많은 동료들의 육신과 넋들이 바로 두고온 그리운 고국 영국땅 겨울 산하에 꿋꿋이 피어났던 흰백색 스노드롭의 못다핀 꽃망울, 지는 꽃봉오리처럼 귀하고도 안타까웠으리라.

▲ 2014년 12월3일 제막된 한국전쟁 기념비와 첨탑 앞에 아듀 고하는 병사의 동상은 이국만리 전장에 묻어야했던 수많은 동료들의 육신과 넋들이 바로 두고온 그리운 고국 영국땅 겨울 산하에 꿋꿋이 피어났던 흰백색 스노드롭의 못다핀 꽃망울, 지는 꽃봉오리처럼 귀하고도 안타까웠으리라.

한국전 참전 기념첨탑 왼쪽으로 고개돌리면 몇 개의 동상 너머 중세영국에서 본격적인 성서번역을 주도하고 순교한 신학자이자 종교개혁자 윌리엄 틴들(William Tyndale;1494~1536)의 동상이 늠연(凜然)히 서있다. 중세말 1382년 나온 최초의 영어성서 번역자 위클리프(Wycliffe; 1330~1384)이후 라틴어가 아니라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원전에서 번역작업에 매달려 1525년 망명지 쾰른에서 완벽한 영역 신약성서를 세상에 내놓은 틴들은 구약성서 영역작업도 계속하다가 1535년 네덜란드 안트워프에서 체포돼 이단으로 정죄돼 이듬해 교살된 후 화형으로 순교한다. 그후 1611년의 흠정역 성서(欽定譯聖書, Authorized Version. King James Bible)의 기틀이자 영어의 가장 위대한 원천이 된 그의 영역성서는 사후 500여년 세월 동안 끊임없이 발간된 후세 신약성서의 84%, 구약의 75.8%가 틴들이 번역에 사용한 영어 단어들을 그대로 사용해서 지금도 말씀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 틴들 동상의 아래 비문에서 한자한자 각인된, 그가 직접 성령에 이끌려 추려낸 영어 단어로 번역한 두 개의 성서 구절들을 발견해 읊어본다.
“또한 증거는 이것이니 하나님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것과 이 생명이 그의 아들 안에 있는 그것이라.”(요한1서 5장11절)
또 시편의 다음 구절들은 영어로 소리내 읊을 때, 바로 가슴에 강같은 평화 넘치고, 시냇물처럼 흐르는 영롱한 시가 된다.
“The word is a lamp to my feet and a light to my path. The entrance of thy words giveth light and giveth understanding unto the simple.”(주님의 말씀은 내 발의 등불이며, 내 길의 빛이니이다. 주의 말씀을 열면 거기에서 빛이 비추어 우둔한 사람도 깨닫게 됩니다. 시편 119편 105/132절)

스노드롭 피어있는, 한 울타리 같은 정원에 4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세상을 이기는 믿음으로 신앙을 지키나갔던 순교자 틴들의 동상과, 이역만리 다른나라 사람들의 고귀한 생명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귀한 목숨을 던져 한반도 산하에서 피뿌리며 숨져간 병사들의 넋을 기리는 동상을 품에 안은 한국전 참전기념 첨탑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것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기억해야 할 사람은, 기억해야 할 역사는 그리고 앞서 간 사자들이 겪은 고통은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해도, 또 아무리 기나긴 시간이 흘러도 살아남은 자들이 엄숙히 기억하고 기록해서 남겨야 한다는 것. 영국인들의 빛나는 전통, 영국적인 것(Britishness)들의 가장 귀중한 교훈을 얻는다. 그것은 희생 헌신 믿음의 역사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인간의 기억 창고 정문에, 심중의 마음밭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피로 써서 각인해야 할 연면히 이어져가는 남은 세대들의 소명이기도 하다.

틴들의 순교 후 그의 유언이자 마지막 기도 “주여! 영국왕의 눈을 열어주소서”대로 영역 성경이 영국왕들의 눈을 뜨게 해 16세기 후반 영국 모든 마을 교구 교회당에 영역 성서가 놓였다. 그가 번역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구약 전도서 제1장)는 성경의 말씀이 2016년 새해를 맞는 우리 세대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새롭고 앞서가는 비교우위 것들의 창조에 목매달아 빛의 속도로 변하고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이 시대, 그 변화의 빅뱅에 함몰돼 허우적거리는 우리 세대에 이 메시지는 묵직한 종교적 위안을 주긴 하지만, 세속 세계에서 시간은 쏜살처럼 흐르고 영원한 것은 결코 없다는 듯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서기 원년이 시작된 이래 중세의 천년 세월을 지나 또 새로운 천년의 시작, 즉 세 번째 밀레니엄을 맞는다는 기대와 인류의 대재앙이 닥쳐온다는 묵시론적 공포와 세기말적 두려움이 교차하던 지난 1999년은 어떠했던가? 시간은 째깍거리고 있었겠지만 런던의 시간은 템스 강의 흐름만큼이나 유유해서 조바심과 성급함은 없었으리라. 그해 12월말 영국을 떠난 지 17년만의 귀환이어서 템스 강변에서 바라보는 강물의 물살은 급류돼 흐르는 것 같았고, 런던의 도심과 스카이라인은 왠지 낯설었다.

돌이켜 보면 1999년이 시작되자 새로운 밀레니엄 시작을 눈앞에 두고 사이비 종교집단과 매스컴에 확산되는 묵시론적 종말론 아포칼립스(apocalypse), 즉 인류의 대재앙 도래 예언에 편승해서 영국의 컴퓨터 및 통신업체도 정작 지구촌 주민들을 집단히스테리로 몰아가는 공포 확산·진앙지에 유언비어의 매개체가 됐다. 그토록 부산떨며 컴퓨터가 2000년을 1900년으로 연도표기를 잘못 인식해 전 세계적 정보시스템 및 전산장애로 산업 전반에 위기가 덮칠 것이라는 ‘Y2K’ 밀레니엄 버그 경고였는데, 정작 새천년 벽두엔 그냥 장수 풍뎅이 한 마리의 날갯짓도 찻잔 속 태풍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렇게 문을 연 밀레니엄은 그러나 런던의 새천년을 기념한다는 거창한 명목으로 2000년1월 그리니치 동쪽 템스 강변에 높이 100미터 건축물 ‘밀레니엄 돔’(The O2)을 랜드마크로 남겨놓았다. 그리고 옛 화력발전소를 재생한 테이트모던 빌딩, 밀레니엄 브리지, 런던시청. 180미터 절인 오이 모양의 거킨빌딩(The Gherkin Building)에 135미터 런던아이, 73층 310미터 더 샤드빌딩(The Shard)까지 런던 변화상은 견인차 역할을 하며 카디프, 에든버러, 브리스틀 등 전 영국 섬으로 확대된 듯하다.

인류역사를 바꾼 산업혁명 중 기계화로 인한 제1차 산업혁명의 진앙지 대영제국인만큼 앞으로 인류의 미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디지털-바이오-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융합의 제4차 혁명에서도 선점하려는 듯하다. 영국의 패러다임 변화노력이 21세기 초반 런던의 현대화와 영국 정부의 사회·경제·정보·문화·예술 전반의 쿨 브리타니아 (Cool Britannia) 프로젝트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과거를 지키고 또 다지는 ‘보수주의’ 가치에 연면히 이어온 기나긴 전통을 강점으로 내세워온 영국은 런던 도심 스카이라인을 다시 그려내는가 하면, ‘새천년의 혁명’이라는 시나리오에 맞게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치르면서 곳곳에 멋진 영국 ‘쿨 브리타니아’의 메카 새로운 런던을 연출해 놓았다. 도시와 마을, 집, 거리 형태, 그리고 거기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들, 삶의 양식들, 무리지어 이룬 사회와 집단이 변하고 있다. 또 그 관계망을 잇고 제어하는 시스템과 제도, 체제가 이곳 영국섬에서도 바야흐로 아날로그적 사고 및 환경에서 인터넷 중심의 정보화 시대 디지털적 사고 및 환경으로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다.

‘하늘 아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세속의 명제, 즉 ‘모든 만물은 변한다’는 사실 그 자체만 이 물질만능의 시대에 변하지 않고, 모든 물질적·정신적인 것들이 이 21세기 초반을 지나고 있는 영국도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상을 영국을 다시 방문한 이방의 나그네가 단 보름 사이에 온몸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 먼저 놀랍다. 가까이는 1990년부터 밀레니엄 전야의 십년 세월이 까마득한 과거로 밀려나가고, 2000년 이후 지난 15년의 변화와 변혁의 깊이와 크기, 그 속도가 엄청나다.

이미지의 기호가치가 최상의 가치가 되면서 실재와 실제를 넘어서는 과잉실재, 극실재로 전환되는 이른바 시뮬라시옹[Simulation; 프랑스 철학가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이론으로 실재가 실재 아닌 파생실재로 전환되는 작업이 시뮬라시옹Simulation이고 모든 실재의 인위적인 대체물을 ‘시뮬라크르’Simulacra 라고 부른다)의 위력이 넘쳐나는 21세기 포스트모던시대가 지난 15년 다문화 영국사회다. 지난날 전통 및 제국주의사회에서 뿌리내렸던 영국의 정통성, 영국의 가치, 정체성, 영국적인 것들도 모더니즘 시대를 겪으면서 파편화돼 가는 이 포스트모던 시대에 그 설자리를 아쉽게도 잃어가고 있다.

▲존 밀턴의 딸이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위해 시를 받아 적고 있다.

▲존 밀턴의 딸이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위해 시를 받아 적고 있다.

17세기 영국의 대시인 존 밀턴(1608~1674)은 거대한 서사시 ‘실낙원’(失樂園, Paradise Lost)에서 불순종한 인간이 죄의 나락에 떨어지는 광경과 그 결과에 대해서 묘사한다. 구약성서를 소재로 아담과 이브의 타락과 낙원추방을 묘사해서 인간원죄를 주제로 한 이 웅대한 규모의 작품은 마지막 11~12권에서 인류의 역사와 구원의 예언이 묘사되며, 아담과 이브는 가죽옷을 입히신 신의 자비와 섭리를 믿으며 낙원 에덴을 떠난다.
신의 구원섭리를 믿으며 언젠가 다시 오곡백과와 화초가 만발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에덴동산에 복귀하고자하는 인간의 간절한 소망을 밀턴은 실명 속에서도 타계 3년 전 다시 이어쓴 복낙원(復樂園, Paradise Regained)으로 간구한다.
제2의 아담, 예수그리스도를 통해 상실한 낙원회복 및 완성이라는 그 간구와 희망, 구원과 사랑의 메시지를 오늘 이 한겨울 영국섬 곳곳에 꿋꿋이 피어나는 스노드롭이 전해준다. 꽃으로 운명을 말하는 탄생화를 챙기는 서양세계에서 1월1일 탄생화 스노드롭의 꽃말은 위안, 희망, 그리고 첫사랑이다.

영국 떠나 16년의 부재 후 템스강을 걷고, 36년만에 찾는 웨일스 주도 카디프 등을 순례하는 초로의 반백 친영주의자(Anglophile)가 실용성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영국인들이 그래도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반갑게 인정하고, 악덕이든 미덕이든 영국적인 것(Britishness)으로 애써 간직하고자 안간힘쓰면서 나열해보는 목록들은 상금도 차고 넘친다.

먼저 읽고 쓰는 업이 팔자인 필자가 가장 먼저 뉴스에이전트 달려가 한보따리 들고나온 다양한 일간신문들과 무려 백수십페이지와 부록 특집기사로 읽을거리 넘쳐 매주말 기다리는 토·일요신문들. 스타벅스와 코스타커피가 거리거리마다 들어선 카페의 커피머신에서 끓고 있지만, 정성들여 오래 뭉근하게 끓여 신선한 밀크 부어 마시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티. 스콘(scone 영국의 대표 요리로 베이킹소다나 베이킹파우더를 밀가루 반죽에 넣어 부풀려 만드는 빵의 일종) 곁들여 요기하는 잉글리시 애프터눈 티 한잔의 그 떫고도 부드러운 맛. 일찍이 케밥과 피자의 이국적 맛에 길들여진 뒤 하이스트리트에 진군한 빅맥, 버거킹,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장작불에 갓 구운 난도스 치킨이 젊은이들의 입맛과 기호를 바꿔가지만, 체다치즈 녹여 혀 안에서 뜨겁게 부서져 흩어지는 재킷포테이토와 식초와 소금 뿌려 신맛 즐기는 피쉬앤칩. 화가 컨스터블이 즐겨 그린 시골의 목가적 전원 풍경. 그 시골마을 어귀 B&B에 머물면 시골 아낙들이 점심요기로 내놓는 요크셔푸딩과 모닝커피 한잔에 한 접시 비우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감자와 쇠고기 다지고 부추 곁들여 튀겨낸 패스트리의 감칠맛. 마을마다 전통을 자랑하는 동네 사랑방 선술집pub과 거기서 열광하는 TV 축구 중계하며 마을 청년들의 열띤 다트시합과 스누커 관전. 1952년 초연 후 64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일 런던 코벤트가든 세인트 마틴극장서 공연되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희곡 ‘쥐덫’(The Mousetrap)의 간판은 West End에 감도는 영국 예술의 아련한 오로라다. 2차선 구불구불 좁은 도로를 잘도 누비는 영국 도로의 명물 빨간 이층버스Routemaster와 빨간 우체통에 이제는 “between train and ground’s edge”라는 뒷멘트 덧붙여 ‘Mind the Gap’를 들을 수 있는 세계 가장 오랜 역사의 런던 지하철역,

오랜 속담 ‘An Englishman’s Home is his castle’(영국인의 집은 그의 성이다)이 주는 사생활보장과 인권존중이라는 전통. 치외법권의 성이자 유일한 안식처 가정의 신성함 속에 영국 남정네들의 말릴 수 없는 정원가꾸기 취미. 어릴 적 축구클럽을 평생 동정 지키듯 고수하는 축구사랑과 프리미어리그, 출생 자체에서 결정돼 사회곳곳에 은연중 스며든 계급코드. 일상대화 속에 화제로 최우선하는 날씨 이야기. 겨울날 아침저녁 도시에 점령군처럼 진군해 ‘런던포그’(London Fog)란 단어가 사전에 올라있는 섬나라 명물 안개. 잠시 갰다 잠시 비오고, 또 갰다가 또 비오다 또 개고 하루에도 사계절이 교차하는 변덕스런 섬나라 날씨 british weather. 정직하고 솔직하며 용감하지만 과묵하고 내성적이며, 소극적 공손함을 지니지만 형식적 예의 속 기교와 위선과 유머, 변덕스러움이 복합돼 있는 캐릭터. 선하고 좌절에 잘 빠지는 듯하면서도 상식적이며 토종적인 자유 잉글랜드인의 워너비 영웅, 존 불(John Bull)의 후예들. 스캔들 잠잘 날 없는 영국왕실 가족이지만, 평생 함께한 공기 같은 존재로 국민들이 그냥 존경하고 좋아하는 대영제국의 넘버원 브랜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그리고 영국국민들의 안방극장으로 군림해오면서도 정부 실책과 권력의 오만에는 비판의 목소리 높여 세계공영방송의 전범이 되고있는 BBC.

필자가 쏟아내는 이 한정없을 ‘Britishness’ 나열에 셰익스피어와 윌리엄 워즈워드, D.H 로렌스, 찰스 디킨즈 등은 자신들의 저작을 E-Book으로 클릭해서 보내려 모바일 작동법을 배워야 할 것이고, 해리포터, 셜록 홈스, 007 제임스본드와 비틀즈 등은 피커딜리 광장 피켓시위를 벌일 지도 모를 법하다. 그러나 진실로진실로 말하노니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고 했다. 그리고 영원한 것이 없는 현세의 하늘아래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도성은 무너지며 체제는 부서지고 인걸은 재로 변할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에덴동산 추방을 명한 신은 아담과 이브의 죄악과 처벌을 슬퍼하여 가죽옷 입히며 다가올 봄을 약속한 스노드롭을 눈밭에 피게 했으니, 이 구원의 메신저 스노드롭은 이 지구상에 영원히 피고지고 또 필 것이다.

영원한 눈처럼 순백의 꽃, 그 스노드롭은 지금 템스강변 한국전 참전 기념탑과 틴들의 동상 사이 정원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밭에도 영원히 피고지고 또 필 것이다. 그것이 하늘아래 단 한 가지 변하지 않을 신의 인간에 대한 조건없는 거저주는 사랑이며, 희망은 언젠가 성취된다는 구원의 약속일 것이다. 떠나온 에덴동산은 영원히 닫혀버린 동산이 아니라는, 그래서 우리는 이곳 현세의 황야에서 상처입어 터진 손으로 가시덤불 헤치고, 땀에 젖고 멍든 두 어깨로 괭이와 낫 휘둘러 엉겅퀴 걷어내어 땅을 일군다. 거기 고이 씨뿌려 신이 주는 축복 Blessing을 열매로 맺기 위해 오늘도 아담과 이브의 후예들은 스노드롭의 고절한 인내심을, 정금(正金)같은 사랑을 겸허하게 배운다. 약속된 처벌로서 실낙원해서 내쳐진 방황자의 땅, 에덴의 동쪽에서 회개해서 에덴동산으로 어서 돌아오길 기다리는 신의 사랑과 자비가 우리를 구원하길.


글쓴이

글쓴이: 한 준 엽
joonyeobhan@msn.com
전 주미공보공사
전 해외홍보원장
주영 시사저널 특파원1992~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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