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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58 정신세계와 약물의 관계
코리안위클리  2016/08/03, 07:45:26   
▲ 우울할 때 우울하게 느낀다는 것은 그 정도나 빈도에서 정상인의 범주를 넘어갈 때만 비로소 임상적으로 문제가 된다. 이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알콜이나 마약류의 오남용에 빠지기 쉽게 된다.

의과대학에서 처음 정신과 교수가 강의하는 것을 듣게 되었을 때 주로 정신분열병이라는 질환(?)과 치료방법으로서의 약물(?)에 관한 것이었는데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필자에게 그 이전까지는 정신과라는 것이 주로 심리적인 것에 관한 학문이고 치료도 심리적 접근으로 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한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정신과에서의 약물 치료는 다른 치료 방법에 비해 그다지 역사가 오래된 것은 아니고 1940년대 이후 약물학의 발달과 더불어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도입이 되어 이제는 오히려 정신과라고 하면 약물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을 만큼 정신과 치료의 메인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왜 약물치료라는 것이 충격적이었나 하면 사람의 정서나 생각이 약물로서 변화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두려운 일로써 생각이 되었고 인간의 고매한(?) 영혼과 한 개인의 인격이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질감을 유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삼국시대에 나오는 화타도 사람을 마취시키기 위해서 약물을 사용했고 고대 이집트나 로마에서도 향수를 사용해서 인간의 기분을 고취시키는 비전을 대대로 물렸으니 사람의 의식이나 정서라는 것이 우리가 외부에서 주입하는 약물로서 변화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아주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에너지 드링크나 술 등만 보더라도 정신상태를 긴장시키거나 긴장감을 줄이고 기분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아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약물이 꼭 외부에서 복용을 통해 들어온다고만 볼 수도 없다. 즉 인체 내부에서도 기분이나 의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화학 물질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어쩌면 의식적인 마지막 과정에서 우리가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을 때 그 행복감이라는 것이 뇌에서 어떤 신경전달 물질의 효과로 인해서 생긴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계속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 약물을 사용한다면 그것의 효력도 반감이 되고 결과적으로는 행복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기 위해 사용한 약물이 자신에게 해를 입히고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필자가 어렸을때 한국에서 자주 회자되었던 이런 인체 분비 화학 물질 중의 하나가 소위 ‘행복 호르몬’ 라는 엔돌핀이다. 인간이 어떤 생활 습관을 추구하는지가 이런 엔돌핀의 분비에 관련이 되어 있고 그래서 행복한 생활 습관을 가지는 사람이 행복 호르몬을 잘 분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특히 많이 웃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엔돌핀 분비가 많기 때문에 그 당시 많이 웃는 생활 습관을 권장하고 이미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웃을 사랑하라’ 같은 선행활동의 효과를 증명하는 것 같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 중에는 이러한 생활습관을 발전시키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엔돌핀을 지속적으로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관심을 더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동화속 이야기에서 처럼 ‘금’으로 만든 알을 낫는 거위를 잡아서 거위 뱃속을 갈라 보면 엄청난 금덩어리가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믿었던 욕심쟁이처럼 엔돌핀을 인체내에서 합성해 낼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운 마음 가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것을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더 쌓여서 엔돌핀이 분비되지 않고 불행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많아 지지만 자신들이 돈을 많이 벌고 더 큰 집에 살게 되면 엔돌핀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올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돌핀을 증가시키는 민간요법이나 오르가닉 건강식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또한 많은 돈을 들여 그것을 구입하는 대중들이 생겨났다.
필자가 보기에는 사람이 행복하게 느끼든 우울하게 느끼든 이러한 기분변화는 뇌의 신경물질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맞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신경 물질이 아직도 ‘물질’이라는 것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물질’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 수 있는 것, 아니면 어디서 가져 올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신경 전달 물질은 우리가 어디서 ‘뚝’ 쉽게 가져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우울증 약을 처방하면 흔히 듣게 되는 환자의 불평이 기분은 좀 좋아졌지만 이것이 자기 기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해석하는 것은 의견이 분분해 질 수 있는데 요컨데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아주 단순하게 기분만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학시험에 낙방하고 인생에서 항로를 잃은 배처럼 비틀거리고 있는 청소년이 우울증 약을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자신이 이제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확신을 가지는 환자가 있다고 하면 그 환자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우울증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시험에서 낙방해서 엄청나게 낙담해 했던 청소년이 그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약을 먹고 현실을 부인하는 조증(?)으로 발전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분이라는 것은 아주 복잡한 심리 작용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우리가 뇌를 통해서 느끼게 되는 눈에 보이지고 않고 누구에게 증명할 수도 없는 정신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단지 기분만 좋아졌다고 해서 우울증이 나아진 것이 아니라 기분이 더이상 우울하지 않아도 될 근거를 자신의 내부에서 충분히 찾아 내어야지만 자신의 기분이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스스로에게 설명이 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신세계속에서 자신의 기분이 자리를 잡고 그 속에서 자신의 감정 상태로 묻어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이 마치 다른 곳에서 ‘남의 것을 빌려 온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지고 그렇게 되면 현실과의 괴리감만이 더욱 커지게 되어서 자신의 감정에서 탈출하려는 절박감만 강해지게 된다.
우울할 때 우울하게 느낀다는 것은 꼭 병이 아니라 그 정도나 빈도에서 정상인의 범주를 넘어갈 때만 비로소 임상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우울할 때 우울하게 느끼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 할 때도 감정적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약물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하고 알콜이나 마약류의 오남용에 빠지기 쉽게 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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