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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61 조증 사회(manic society)
코리안위클리  2016/09/21, 05:01:56   
▲충격적인 일이 연속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의 심리는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를 겪는다. 한국의 사회는 조증식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는 ‘불안의 사회’다. 사는 것은 더욱 격렬해지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불안을 잊어버리기 위해 ‘일탈’을 일삼고 있다.

한국과 영국을 학술 교류차 왕복한 지가 어언 십몇 년이 흘렀다. 그동안 영국도 그리고 한국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으니 그중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사회의 분위기리라.
한국을 방문하자마자 동료교수를 만나서 하는 이야기중 하나는 ‘올해는 평안하십니까?’같은 이야기이다. 그 질문의 배경인 즉슨 항상 한국 방문을 앞둔 며칠 전에는 큰일이 있고 그 일 때문에 사회전체가 둘쑤셔 놓은 듯 반응하는 것을 매스컴을 통해서 접하기 때문이다. 물론 매스컴도 그렇게 팔아야 할 뉴스 거리가 있어야 먹고 살 수가 있겠지만 그 사건 사고의 빈도라는 것이 도무지 영국과 비교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빈번하고 강력하다. 어쩌면 사회 전체가 반응하는 것 또한 스윙을 하듯이 이리로 쏠렸다가 저리로 쏠렸다가 하는 특이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단골로 나오는 것은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았다든가 아니면 북한에서 전쟁을 도발하는 발언과 행동 등을 한다든가 인데 이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효과가 떨어져서 더 이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충격적인 일 또한 그 끝이 없어서 도무지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에 그 재료의 고갈은 오지 않는 것 같다.
한가지 궁금한 것은 영국 언론이나 사회의 반응이 한국하고 다른 건지 아니면 충격적 일의 빈도 자체가 한국이 많은 건지 잘 모르겠다. 자세히 따져 보면 둘 다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문화 자체가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은 언론 자체도 이러한 문화속에서 자라고 수용되어 뉴스 자체도 도발적이고 사람들의 반응도 격렬하다.
이러한 충격적인 일이 연속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의 심리 또한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변화를 겪는 것 같다. 아까 언급했던 ‘둔감해 지는 것’도 하나의 적응이라고 볼 수 있고 둔감하기 보다는 아예 다른 사람 일처럼 보는 절단(cut off) 같은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해리 현상도 잘 일어나고 평소에 맨정신으로 할 수 없는 일들도 일시적으로 행하는 어쩌면 다소 정신병적인 상태가 보여 지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가 추석명절 스트레스에 며느리가 ‘빙의(possession)’현상이 생긴다든지 히스테리성 발작을 일으킨다든지 하는 것이다. 남성들은 사회적으로 다소 묵인되는 음주라든지 성인쌀롱을 드나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보다도 좀 더 근본적인 심리 변화는 바로 ‘조증’으로의 회귀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당장 내일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앞날을 알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싶어한다. 논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미래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안다고 하는 것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감정적으로 불안한 사람은 그럴 수도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이런 경우 점집(fortune teller)을 찾아가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예견해서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대학입시나 새로운 사업을 앞둔 사람들이 점집을 찾아가는 빈도가 많다는 것이 이런 주장을 뒷바침 하는 증거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산업혁명 이후 인간들이 교만해졌다는 말은 어쩌면 이렇게 인류사회 전체가 조증으로 되었다는 이야기이고 그 결과가 어쩌면 이후의 전쟁과 인간성의 파괴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소아 정신과를 하다 보면 임상적으로 아주 심한 학대나 박탈을 경험한 아동에게서 이런 현상을 많이 보게된다. 가정이 붕괴된 후에 격리되어서 근처에 있는 새로운 가정으로 위탁이 되었을 때 자신이 그 가정에 잘 적응해야 되는 절박한 사정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무리 말썽을 많이 부려도 그 위탁 가정이 그것을 받아내야 된다고 생각하고 또한 그 가정이 자신을 받아주지 못하면 사회사업가가 새로운 위탁 가정을 금방 금방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처럼 전쟁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많거나 아니면 사고가 빈번하거나 옆의 동료나 상사가 뛰어 내려서 내일 당장 자살할 수도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어떠한 말썽을 부려도 다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려고 한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억만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한 그 돈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나 자신이 결혼을 했더라도 어른이 아니라 책임없는 아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모두 다 할 수 있다고 믿으려는 것들이 이런 조증식 사고와 관계가 있다.
걱정스럽게도 필자가 오랜만에 방문한 한국의 사회는 이러한 조증식 사고방식이 만연해 있는 ‘불안의 사회’였다. 사는 것은 더욱 격렬해지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불안을 잊어버리기 위해 ‘일탈’을 일삼고 있었다.
심리 이론에서는 ‘상실’을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조증이 된다고 한다. 마술처럼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거나 이러한 상실을 견딜 수 없을 때에는 종교생활도 아주 부정적인 부분이 강화되고 단체에서도 전지 전능한 ‘지도자’ 만을 찾고 의지하는 현상이 보인다.
예를 들어서 십몇 년 동안 한국을 방문하면서 대통령만 해도 4명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한국에 갈 때마다 대통령을 잘 못 뽑아서 모두가 고생한다는 얘기를 한번도 안 들은 적이 없다. 어쩌면 이러한 정부에 대한 비판도 마술같은 지도자에 대한 열망과도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족관계에서 이런 측면을 보면 엄마가 자식들을 보내기가 힘이 들면 마마보이가 생기고 아빠가 자신의 엄마를 놓기가 힘들면 외도를 한다. 내 자신 젊음에 집착하면 성형중독이 생기고 우울증이 생긴다. 어쩌면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상실을 견디기 힘든 것은 아직도 우리에게 지난 세월의 가난과 전쟁의 트라우마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우고 있는 것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우리 다음 세대가 되면 과연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과연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을지 아니면 기성세대의 뼈아픈 각성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시점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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