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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62 행동치료 프로그램
코리안위클리  2016/10/05, 07:28:17   
▲ 주위에서 행동치료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거나 너무 지쳐서 포기했거나 너무 우울하다면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우더라도 백방이 무효하다.

얼마 전에 참석한 수많은 미팅중에서 느낀 바가 있어서 글을 적고 싶어졌다. 영국에서는 정신지체나 자폐증이 있는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 갖가지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있게 된 배경에는 최근에 일어났던 몇가지 의료 사고들과 연관이 있는데 특히 정신병원이나 보호시설에서 기거하던 정신지체 환자들이 심한 학대를 당한 것이 BBC panorama(한국의 PD수첩과 비슷한 것?) 프로그램에서 고발되면서 촉발되었다. 많은 정신지체자들이 특별한 정신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원 시설에 있게 됨으로서 그들의 자유가 박탈되고 인권이 유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 골자다.
이런 많은 정신지체자들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 행동문제이다. 많은 이들은 언어구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이해도 하지 못하고 대인관계가 안되기 때문에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주로 행동을 통해서이다. 당연히 세련된 의사 소통은 불가능하고 때론 그들의 좌절감이나 분노가 함께 행동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옆에서 돌보는 사람들이 볼 때는 정신병이 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아주 위험한 인물로 간주되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 입장으로서는 정신상태를 제대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을 때린다든지, 문다든지, 찬다든지 등등의 급박한 상황에서는 안전을 위해 입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배경에서 요즘 국가적으로 프로모션을 받고 있는 치료는 긍정행동 프로그램이다. 원래가 행동치료는 정신지체아동이나 자폐증에 이전부터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었지만 병원을 폐쇄하고 남는 비용으로 지금까지 입원을 시켜왔던 장애인들을 감당해야 하니까 좀 더 예방쪽으로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런 다소 이상한(?) 플랜에 대해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다. 우리가 행동치료라고 할 때는 그것을 실행에 옮겨줄 사람들을 필요로 하게 된다. 대개의 경우는 부모나 돌보미가 전문가가 짜준 프로그램을 직접 살고 있는 환경에서 적용하게 된다.
하지만 주위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거나 너무 지쳐서 포기했거나 너무 우울하다면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우더라도 백방이 무효하다.
좀 더 절망적인 이야기를 해본다면 어떤 정신지체 아동이 심각한 문제 행동을 보이고 있다면 그 이유 중 하나가 어쩌면 부모나 돌보미가 일찍부터 그 아동에게 적합한 행동 교정을 시켜주지 못했고 그것이 점점 만성화되어서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할 수 없는 부모들을 데리고 하라고 강요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다.
특히 필자가 일하고 있는 지역의 많은 부모들은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민자들이 많고 경제적으로는 아주 저소득층이고 싱글맘이 대부분인데다가 본국에서 또 영국에 와서도 가정폭력같은 트라우마를 겪은 엄마들이 많다. 이런 어머니들에게 행동 프로그램을 아무리 잘 짜서 제공해도 제대로 실행될리가 만무하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들이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어떻게 하면 긍적적인 행동을 장려하고 부정적인 행동을 감소시키는 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서 자기 애기가 장난감 인형을 가지고 놀 때 물어뜯고 있다면 엄마가 “인형이 아야 하겠다”라고 이야기 하거나 넘어진 인형을 일으켜 세워주면 박수를 쳐줌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좋은 행동을 장려시킨다.
오랜 세월 이런 과정을 거쳐 애기들은 성장하며 이제는 엄마가 옆에서 박수를 치지 않아도 스스로에 대해서 뿌듯하게 느끼면서 긍적적 피드백을 해 줄 수 있게 된다.
또한 많은 경우 아동들과 이런 배우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서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선생님이 좋고 능력이 있어도 학생이 너무 겁을 내고 있다면 불안해서 어떻게 학습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서 엄마가 우울증이 심해서 늘 수심에 가득찬 얼굴로 낮에도 자고 있거나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태로 있다면 애기는 엄마가 또 자기를 버리고 잠들어 버리면 어떡하나 싶어서 온 신경이 어떻게 하면 ‘엄마의 신경을 자신으로 향하게 만들수 있을까’에만 쓰지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란 아주 힘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행동 치료 프로그램이 아니라 엄마를 정서적으로 도와주고 힘을 차리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엄마들을 도와준다는 것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많은 엄마들은 이미 상당한 피해 의식에 젖어 있고 전문가들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마치 자신에게서 애들을 빼앗아 가거나 자신을 비난하기 위해서 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어느날 ‘기적’이 일어나서 말 못하고 장애가 있는 자신의 아들이 말 잘 듣고 착한 아이로 바꿔지길 기대한다.
또한 카운슬에게 돈을 더 퍼다 주어서 좀 더 많은 돌보미들이 와서 자신을 도와 주고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나가 놀아주고 재워주고 했으면 한다. 어찌 인간이라면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겠는가? 특히나 힘든 과거를 겪고 현재에서도 쉽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부모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럴 때 그들은 미움과 증오로 뭉쳐져 있다. 하늘과 운명을 원망하고 자신들을 도와 주지 못하는 카운슬과 의사를 원망한다. 그래서인지 정신지체와 일하는 많은 경우에 원망과 고발이 난무한다. 누가 잘못했고 누가 직무유기를 했고 등등.... 그 와중에서도 깨물고 발로 차고 침을 뱉고 난장판을 치는 행동을 더욱 심하게 하게 되는 아동과 청소년들은 이런 악순환 속에서 점점 악화될 뿐이다.
어쩌면 영국 정부가 긍정 행동 프로그램이 정신지체자의 정신과 입원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비용삭감에 지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순진한 희망도 어떤 마술같은 ‘기적’을 바라는 부모의 심리와 별로 다를바 없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그들이 바라는 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때 그 이유가 게으르고 능력이 없는 의사나 프로페셔널의 잘못이라고 비난한다면 정부 또한 악순환을 반복시키는 부모들과 같은 실수를 범하게 될 것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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