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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63 훌리건은 무슨 옷을 입을까? (2)
코리안위클리  2017/03/29, 05:14:29   
▲캐주얼 훌리건을 묘사한 그림. 훌리건들은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오래 견디기 위해 두꺼운 코트나 자켓을 주로 입었으며 활동에 편리한 폭이 넓은 배기 팬츠를 입는다. 훌리건은 클럽 칼라를 입지 않으며 서포터스 그룹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들은 경기가 시작하면 상대편 클럽 팬들을 폭행해 큰 혼란을 일으키고 일반 관중 속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영국인들은 펍(pub)에 들어가 파인트(pint) 잔에 담긴 맥주를 한잔 하면서 파이(pie)로 요기를 한다. 여기에 맘에 맞는 친구(mate)가 곁에 있고 커다란 TV에서 축구경기가 나온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펍, 맥주, 파이 등은 영국축구 문화의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훌리건을 빼 놓을 수 없다. 공 하나를 두고 22명의 선수가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축구. 그리고 축구가 우리 곁에 있는 이상 어쩌면 영원할 것 같은 훌리건이즘은 잉글랜드가 인류에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이다. 지난 글에 이어 오늘도 훌리건 옷차림에 대해 알아보자.

1970년대 후반 리버풀 훌리건들은 새로운 패션관련 하위문화를 영국에 소개한다. 클럽대항전에 참가한 리버풀을 쫓아 유럽대륙으로 넘어간 훌리건들은 생전 처음 보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화려한 패션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에 훌리건들은 로칼 상점을 약탈하고 영국으로 귀국할 때 전리품인 고급 스포츠웨어를 걸친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국 경찰은 이들이 돌아올 때 닥터마틴 스타일 부츠를 신은 스킨헤드 훌리건에만 집중하다 값비싼 옷을 입은 리버풀 훌리건들을 놓치게 된다. 그 후 이들의 주도로 대륙의 새로운 패션이 영국전역에 퍼지게 되고, 라코스테, 엘레세, 휠라(Fila)와 세르지오타키니(Sergio Tacchini)같은 스포츠 혹은 레저 브랜드가 인기를 얻게 된다.

당시 클럽대항전인 유로피언 컵이나 컵 위너스 컵은 각 나라에서 단 하나의 축구클럽만 참가를 허용했다. 따라서 자신의 클럽을 쫓아 유럽대륙으로 가는 쇼핑여행기회가 극히 제한적이었던 훌리건들은 대안으로 비슷한 스타일의 영국브랜드를 이용하게 된다. 이에 인기를 얻은 브랜드가 프레드페리(Fred Perry), 라일앤스코트(Lyle & Scott) 등이다. 이러한 새로운 스타일의 훌리건을 캐주얼(Casuals)이라고 부르게 되며 현재까지 캐주얼이란 단어는 훌리건 집단을 대표해 사용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캐주얼 훌리건들의 옷차림에는 여러 가지 전략적 의미가 담겨있다. 훌리건들은 테니스 스타 같은 세련된 옷차림을 함으로서 설마 저런 비싼 옷을 입고 난투극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따라서 경찰의 감시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아울러 이러한 옷차림을 함으로서 훌리건들은 펍 출입이 용이해졌고, 라이벌 그룹에 침투가 가능하게 되었다. 폭력과 함께 스타일을 중시한 캐주얼 훌리건들은 라이벌 그룹이나 그들의 본거지 펍을 풍지박산으로 만들 때 세련된 옷차림을 함으로서 멋지게 보이길 원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런던 서쪽에 위치한 클럽으로 박지성 선수가 한때 몸담아 우리에게도 익숙한 QPR의 훌리건이었던 로버트 엘스는 회고록에서 이렇게 전하고 있다. “1980년대에 우리는 코벤트리로 원정을 갔었다. 코벤트리 시티의 훌리건들은 휠라옷을 입고 으시대고 있었으나 사실 당시 런던에서 휠라의 인기는 한물 간 상태였다. 우리는 코벤트리 시티 훌리건들과 한바탕 하기 전에 그들이 입고 있던 옷이 유행에 처진 것을 조롱했다. 그들은 우리와의 스타일 대결에서 진 것을 곧 깨달았고 그 순간 우리와 싸울 전의마저도 상실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캐주얼 훌리건의 옷차림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짖굿은 영국 날씨도 이러한 변화에 기여했다. 사실 휠라나 라코스테 같은 레저웨어는 화창한 날씨의 테니스 코트에 좀 더 어울리는 옷으로 변화무쌍한 날씨에 비, 바람이 몰아치는 영국축구장에는 실용적인 옷차림이 필요했다. 이에 세련된 옷이면서도 거친 날씨에 입기 용이하며, 좀 더 견고한 스타일 브랜드인 버버리, 아쿠아스텀, 프라다, 아르마니, 랄프로렌, CP컴퍼니와 스톤아일랜드(Stone Island) 등이 인기를 얻게 된다. 훌리건들은 자신이 비록 노동자계급에 속하지만 옷까지 싸구려를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설사 랄프로렌 옷을 구입하기 위해 한 주 수입을 모두 쓰는 한이 있어도, 훌리건들은 부자를 위한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입고 또 입으며 그들을 향한 저항정신을 표현하였다. 아울러 그들은 이러한 캐주얼 옷을 자신들의 유니폼 같이 입으며 일반 서포터스로부터 자신들을 차별화하였다. 당시 영국의 거의 모든 펍에서는 캐주얼 훌리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 스톤아일랜드 후드 자켓을 입은 훌리건. ACAB는 All Cops Are Bastards (모든 경찰은 나쁜 놈이다)라는 뜻으로 영국죄수들은 이러한 이니셜을 문신으로 손가락에 즐겨 새긴다. 훌리건들은 ACAB를 구호로 사용하였고 후에 전 유럽 훌리건들의 사랑을 받는다.

▲ 스톤아일랜드 후드 자켓을 입은 훌리건. ACAB는 All Cops Are Bastards (모든 경찰은 나쁜 놈이다)라는 뜻으로 영국죄수들은 이러한 이니셜을 문신으로 손가락에 즐겨 새긴다. 훌리건들은 ACAB를 구호로 사용하였고 후에 전 유럽 훌리건들의 사랑을 받는다.

 
캐주얼 메이커 중에 특히 이탈리아 브랜드인 스톤아일랜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잉글랜드 훌리건들은 1992년 스웨덴에서 열린 유로 92 당시 스톡홀름의 한 상점에서 스톤아일랜드 옷을 발견하고 이를 약탈한다. 그리고 잉글랜드가 유로에서 탈락하자 이들은 스톤아일랜드를 입고 대규모 난동을 부린다. 상의 왼쪽 팔에 부착된 컴퍼스 패치로 유명한 스톤아일랜드는 이후 캐주얼 훌리건들의 대표 유니폼으로 자리 잡는다. 한편 이 컴퍼스 패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가운데 원이 있는 켈트십자가와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여, 영국경찰은 한때 스톤아일랜드 로고와 켈트십자가의 연관성을 조사한다. 훌리건들과 깊숙이 연계된 덕분에 스톤아일랜드를 입은 사람들이 여러 곳에서 곤란을 겪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이 브랜드를 입은 사람들은 펍 출입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들어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훌리건들은 대표적인 캐주얼 브랜드 옷에서 탈피하는 경향을 보이거나, 혹은 자신이 보유한 스톤아일랜드의 컴퍼스 로고를 떼어내기도 한다. 한편 버버리와 프라다는 자사의 옷을 입은 캐주얼 훌리건들로 인한 브랜드 가치 하락에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고, 그들과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한 디자인의 옷을 판매하지 않는다. 특히 버버리는 훌리건을 비롯해 반사회적인 청소년 문화인 차브(Chav)가 자사의 모자나 옷을 교복처럼 입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거나 마약 등을 하게 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특유의 체크무늬를 가리고 이를 제품 안감으로 사용하는 디자인 혁신을 단행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 유지에 성공한다.

2000년대에 인기를 얻은 힙스터(hipster) 트랜드를 뒤로 하고 2010년대에 들어 뉴 래드(nu lad) 혹은 뉴 캐주얼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이 인기를 얻는다. 축구장 테라스문화에서 영향 받은 뉴 래드 스타일 젊은이들은 적당한 가격에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스포츠웨어를 즐겨 입는데, 이에 다시 한번 휠라와 리벅 같은 브랜드가 인기를 얻는다.

영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세계적인 악명을 떨친 훌리건들이 나타나 이를 영국병(The English Disease)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러한 훌리건들은 시간의 변화에 함께 자신들만의 독특한 패션 문화를 발전시켜 나간다. 아마도 여러분들의 옷장에는 본 칼럼에서 언급한 옷 브랜드가 꽤 많이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렇다면 각박한 생활에 지치고 힘들 때 훌리건 스타일로 잠깐의 일탈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모드, 스킨헤드 혹은 캐주얼 어느 스타일이라도 상관없다. 훌리건 옷을 입고 TV를 켜 축구경기에 채널을 고정하자. 그리고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시며 (한국식으로) 치킨을 겻들이자.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것이다.

▲ 캐주얼 훌리건들에게 스톤아일랜드의 컴퍼스 패치는 열정, 돈 그리고 용감성을 상징한다. 스톤아일랜드가 왜 훌리건들의 대표 유니폼으로 자리 잡게 됐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으나,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한 답을 컴퍼스 패치의 존재에서 찾고 있다.

▲ 캐주얼 훌리건들에게 스톤아일랜드의 컴퍼스 패치는 열정, 돈 그리고 용감성을 상징한다. 스톤아일랜드가 왜 훌리건들의 대표 유니폼으로 자리 잡게 됐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으나,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한 답을 컴퍼스 패치의 존재에서 찾고 있다.

 
글쓴이 이 정 우
gimmeacall@msn.com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외래교수
런던대학교 (Birkbeck) 경영학 박사
셰필드대학교 스포츠 경영학 석사
런던대학교 (SOAS) 정치학 학사
SM Entertainment 해외사업부, 스포츠 포탈 사이트 근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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