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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77 스마트 폰의 폐해
코리안위클리  2017/05/17, 07:12:25   
▲ 왕따나 집단 이지메를 경험하지 않더라고 학생들 자체가 이제는 주변에 막아주는 벽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신이 뭔가 못하는 것이 생긴다는 것은 주변의 친구들에게 금방 노출될 위험이 많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열등감이나 두려움이 더욱 더 강해진다.

얼마전 차를 타고 가다가 나오는 라디오 뉴스를 들었는데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스마트 폰을 사줘야 할까 안 사줘야 할까에 대해서 한창을 토론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무조건 스마트 폰을 안 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그 말을 들은 사회자는 지금 시대에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얼마전 병원에서 시행하는 금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트레이닝을 갔더니 거기서 교수가 하는 얘기가 최근에는 10대 흡연이 약간 감소했다는 얘기를 듣고 어쩌면 이런 현상도 스마트 폰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왜냐하면 과거에 흡연은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들과 학생들 사이에 끊임 없이 쫓고 쫓기는 관계를 유발했는데 아주 대표적인 반항 행동으로 치부되던게 바로 흡연이었다. 제임스 딘이 담배를 꼬나 물고 있는 장면이 10대의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의 심볼처럼 나오던 시절이 바로 이때다.
과거에는 또한 학교에 야한 사진이나 소설책을 가져 오다가 불시로 하는 책가방 검사에 재수없게 걸리면 바로 지도부 교사에게 끌려가서 빠따(?) 맞고 머리 밀리고 하던 시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때는 자해하는 학생도 적었고 우울증에 걸린 학생들고 적었고 그리고 등교거부증이나 은둔형 외톨이 이런 현상들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한데 요즘은 청소년들이 심각하게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다. 즉 우울증, 자살, 자해, 마약 등등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스케일로 전세계적으로 만연되어 있다.
이런 원인들이 스마트 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물론 너무나 단순한 논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인터넷과 스마트 폰으로 대비되는 현대 정보사회가 빚어내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폐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문제는 사람들 끼리의 거리가 너무나 가깝다는 것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너무나 즐기는 스마트폰의 기능중의 하나인데 예를 들어서 페이스북이나 카톡, 문자 등등으로 이제는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를 시시각각 찾아볼 수도 있다. 과거에 헤어져서 멀리 떨어진 사람도 이제는 훨씬 찾기가 쉽고 외국에 가더라도 이젠 더 이상 한국의 친구를 그리워하고 향수병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두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에 한국에서는 시어머니하고 카톡방에서 대화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로 홧병이 생겼다는 며느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옛날에는 전화가 와도 안받으면 되고 집에 없다고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문자로 남겨지기 때문에 왜 답을 안했는지 채근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시간도 이제는 아침이나 저녁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바로 어떤 것이 느껴지시는가? 바로 ‘피곤’이다. 대인관계로 인한 심리적 정신적 피로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많이 쌓인다. 얼마전 TV개그 프로를 보니까 이제는 소통하는 콘텐츠가 대세라고 한다. 이것은 시청자와 방송인이 많이 가까워지고 다양하게 참가하는 순기능이 있으나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들어 오니까 항상 긴장하게 되고 또한 시청자는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어지는 것도 이제는 같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서 누가 듣고 누가 보여주는 지에 대한 경계도 애매해 질 수 있다.
사람끼리 만나는 것도 끝을 내기가 쉽지 않다. 옛날에는 학교가 끝나거나 만나다가 헤어지면 안보고 안들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직간접으로 끊임 없이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은 너무나 쉽게 되었지만 헤어지는 것은 너무나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 이제는 사람들 끼리 모여사는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고독감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아이러니 한 현상이다. 왜 그런 걸까? 중고등학생 때의 특성 중 하나는 부모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친구들끼리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청소년 시기의 성장에 따른 거리 조절을 과거에는 부모나 선생님들이 도와줄 수가 있었다. 전화가 오더라도 집에 전화가 한 대 밖에 없어서 누구랑 이야기 하는지 부모님이 다 들을 수가 있었고 친구들 사이에 문제가 있으면 자리를 바꾼다든지 학급을 바꿈으로서 선생님들이 학생들간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부작용이나 문제점 들을 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 폰이 있기 때문에 자리를 바꾸거나 엄마 아빠가 그 친구 만나지 말라고 충고하는 정도로는 거리를 만들어 줄 수가 없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 언제라도 동급생들끼리 연결이 되어 있고 온라인 게시판, 유트브, 페이스북 등등으로 악성 루머나 인신 공격을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왕따를 시킬 수 있다.
사회적으로 약간 덜 떨어진 사람으로는 이러한 고차원 적인 사회기술과 지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늘 당하기 일쑤이고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것처럼 경험하게 된다. 꼭 이런 왕따나 집단 이지메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학생들 자체가 이제는 주변에 막아주는 벽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신이 뭔가 못하는 것이 생긴다는 것은 주변의 친구들에게 금방 노출될 위험이 많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열등감이나 두려움이 더욱 더 강해진다.
사회 주변에 이제는 CCTV나 Black Box가 넘쳐나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것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는 것이 이제는 어렵다는 것이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항상 누군가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가져다 준다.
사회 폭력을 줄이고 범인을 잡기 위해서 개발된 이런 기기들이 과연 우리 사회의 폭력을 얼마나 줄여 주고 있을까? 자녀들에게 핸드폰을 사주고 스마트폰의 기능으로 자녀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자녀들의 행동을 조절하고 좋은 훈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녀들을 잃어버렸다는 부모들이 나오고 행실은 갈수록 더욱 더 나빠진다는 소식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내 자녀에게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다’라는 정도의 소극적인 발상으로는 올바른 양육을 할 수는 없다. 우리 세대와는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지워진 짐이기 때문에 무거운 짐이더라도 엎어지지 않고 앞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밖에는 없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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