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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80 런던화재 그리고 재난 정신의학
코리안위클리  2017/07/05, 05:21:16   
▲ 런던 화재의 카운슬 아파트에서 사는 많은 주민은 어쩌면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불리함을 많이 가진 사람일진데 그런 이유로 이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심각한 심리장애나 PTSD를 앓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예상치 못한 천재 지변 같은 재난이 정신병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어쩌면 인류가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심각한 사고로 인해 신체적으로 장애가 발생해서 여러가지 기능이 상실된다든지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결과이므로 쉽게 인지할 수 있지만 그와 더불어 발생하는 심리적 외상(trauma)이 마음에 장애를 발생해서 심리적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다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러한 재난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심각한 것 중의 하나는 전쟁이다. 병사들의 전투력이 중요한 전쟁상황에서는 병사들이 항상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유지 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어떤 이유인지 전장에 나가서 팔다리가 없어지는 장애를 겪지 않았는데도 수면장애가 생긴다든지 극심한 공포로 인한 심리적 공황상태로 인해 현저하게 전투력이 떨어지고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제대를 시켜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국가적으로도 이러한 병사들의 정신문제 때문에 정신의학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후에는 보상 문제를 위해서 이러한 정신장애를 의학적으로 구분하고 진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특히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서 발생한 많은 미군 병사들의 정신장애를 적절하게 치료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에 대한 진단 체계가 발전한다.
이미 오래 전에 유럽에서도 세계대전 이후에 전쟁터에서 돌아온 병사들이 악몽에 시달리고 수면부족과 심각한 심신 기능장애를 보이는 것에 주목하여 특별한 심리지원 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어쩌면 오늘날 지구촌에서 뉴스에 보여지는 각종 범죄, 폭력, 전쟁과 지진같은 재난의 숫자만큼 이런 심리적인 황폐화를 겪는 환자들이 생격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 보다도 어쩌면 더한 노력을 경주하여 이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해야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들에게 보여지는 특징적인 증상중의 하나가 잠을 자거나 깨어 있는 상황에서는 재난 상황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즉 사고가 난 상황이 종료된 후에는 다른 상황으로 심신을 옮겨 나가야 되는데 이상하게도 재난 피해자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상황을 악몽으로 재현하거나 플래쉬 백 같은 사진처럼 선명하게 그때 그 당시를 보고 듣는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에 온 몸의 신경이 그때처럼 다시 곤두서게 되고 마음의 휴식을 가질 수가 없게 된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재난을 다시 스스로 재현함으로서 자신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경험을 가지려는 시도로 보았지만 어쨌든 이것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증상이 되어 극복은 커녕 자신이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
흥미롭게도 모든 피해자들이 이런 PTSD를 겪게 되는 것은 아니다. 즉 사고가 난 뒤에 얼마간은 식사도 못하고 자꾸 그때 생각이 나고 무서워 지고 잠도 안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회복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치 신체적으로 난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 아물듯이 마음도 시간이 약인 것처럼 서서히 좋아진다.
하지만 상처도 그냥 아무는 것이 아니고 식사도 하고 잠도 자야 회복이 되듯이 마음도 영양분을 섭취하고 안정을 취해야지만 회복되는 것은 당연하다. 보통 재난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담요나 물, 따뜻한 음료나 음식같은 구호물자들이 그것이다. 헬리콥터에서 떨어뜨려지는 물보다도 주변의 이웃에서 직접 건네주는 커피 한잔이 훨씬 도움이 되듯이 신체적인 영양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누군가 있어주고 위로를 건네 주는 것이 다른 어떤 치료보다도 도움이 된다.
재난 현장에서의 카운셀링이란 딱히 특수한 치료를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있어준다는 것 그리고 옆에서 자신의 괴로움을 들어주고 같이 경험해 주는 사람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치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조기 카운셀링이 나중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얼마만큼 예방해 줄 수 있는지는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심리적 외상도 신체적인 외상과 마찬가지로 원래의 심리적 기초가 허약한 사람일수록 크게 다치게 된다. 즉 부모와 불안정한 애착을 가진 사람이나 대인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재난을 당하게 되면 이후에 PTSD같은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 사회적으로 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결손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또한 신체 혹은 정신장애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재난을 당하게 되면 심리적 후유증이 크게 남을 확률이 높고 그 사람이 부모라면 또한 자녀의 양육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의 런던 화재를 보고 이러한 카운슬 아파트에서 사는 많은 주민은 어쩌면 사회적으로 여러가지 불리함을 많이 가진 사람일진데 그런 이유로 이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심각한 심리장애나 PTSD를 앓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얼마전 한국에서 6.25 전쟁에 대한 얘기가 다시 나왔는데 당시 못먹고 헐벗었던 상황의 한국 사람들에게 전쟁이라는 상처가 얼마만큼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정신적 상혼을 얼마나 오랫동안 남겼는지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재난에 따른 심리 장애는 아직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얼마전 세월호 사건이 있었을 때도 국가적으로 온 국민이 재난의 피해자가 된 것처럼 혼란을 겪고 죄책감에 몸부림을 쳤는지를 본다면 어쩌면 기본으로 돌아가서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고 그 원인 제공자를 처벌하는데만 사로잡히지 말고 피해를 받은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런던화재가 있은지 얼마도 되지 않은 지금 뉴스에서 들리는 것이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에만 신경이 가 있지 이제 그 피해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듯하다. 어쩌면 불난집에서 겨우 살아난 사람들 걱정보다는 우리집에 불나면 어떡하나만 걱정하기 때문일까?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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