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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81 등교 거부
코리안위클리  2017/07/19, 06:42:43   
▲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학생 본인이 ‘실패자’ 혹은 ‘낙오자’라는 의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거부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 때문에 분노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삼사십년 전에는 학교에 가기 싫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가기 싫다는 것은 있었어도 그것을 부모에게 그리고 선생님에게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라고 하는게 좀 더 맞는 말이리라. 당시에는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는 도시락을 하나 아니 때론 두개씩 가방에 쑤셔넣고 먼 학교까지 걸어가서 등록금 못가져 와서 야단 맞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 그런 환경이었다. 필자가 영국에 오기까지도 학교가기를 거부해서 집에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 듯 드문 경우였다. 헌데 2000년도 중반부터 한국에 가서 세미나를 할때 들려오는 이야기는 한국에도 등교거부를 하거나 기존의 학교에 적응을 하는 것을 실패해서 대안학교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에 영국에서 소아청소년 정신과를 하고 있던 필자로서는 영국과의 다른 접근방법에 다소의 흥미가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영국은 16세까지는 의무교육이었는데 학교에서 이러한 제도를 실행시키는 방법에 있어서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예를 들어서 학생이 학교를 가지 않거나 못가게 되면 다른 방법을 쓰더라도 교육을 제공할 의무가 선생님이나 학교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자세였다. 그 한가지 예로 병원에 입원하는 학생도 교육에 큰 지장이 생기지 않게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선생님들이 방문을 한다거나 10명 정도 입원시키는 정신병원에서는 학교를 운영해서 거기에 정규직 교사가 상주하고 있어서 정상적인 커리큘럼을 놓치지 않도록 배려한다. 당연히 대안학교라는 것도 정부에서 쳬계적으로 만들어서 개인들의 적응장애나 문제의 정도에 따라서 정규학교를 대신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학교들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일반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정학 그리고 퇴학을 당하면 한국처럼 전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정규학교가 아닌 정부에서 마련해 놓은 대안학교로 보내질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전학갈 학교에서 자신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학생들의 교육 그리고 행동일지를 미리 검토하고 학부형과 학생이 미리 그 대안학교를 방문하여 서로가 의논을 거친 다음 최종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 만약에 학부형이나 학생이 정부에서 마련해 놓은 학교를 거부하고 다른 사립 대안학교 같은 곳을 가려고 할 때는 교육청과 아주 세세한 미팅을 통해서 그 학생에게 왜 이 특별한 학교가 맞는지 반드시 증명해야 교육청에서 학비를 지불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대개 비용이 비싸서 교육청에서는 이미 자신들이 마련해 놓은 대안학교에 학생들을 보내려고 하기 때문에 어떤 학부형들은 소아청소년 정신과 의사에게 사립진료를 요청해서 자녀가 이런 저런 문제가 있어서 지금 교육청에서 보내려고 하는 학교가 왜 자신의 아들이나 딸에게 부적합하고 왜 자신들이 선택한 사립학교가 특별히 자신의 자녀들에게 맞는지를 증명하려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화나 제도적 차이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전반적으로 등교거부를 하거나 적응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다. 단순히 과거보다 풍요로운 환경이 학생들의 버릇을 해쳤다든지 부모님의 고마움을 모른다든지 하는 것은 너무나 현실을 단순히 보는 견해이다. 조금씩 포괄적인 면에서 이것을 바라 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는 몇십년전의 사회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중의 하나는 정보사회 즉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많이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전제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의식하게 만든다. 특히 한국처럼 체면이나 자신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한 사회에서는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을 본격적으로 의식하기 시작하게 되는 때는 청소년 시기이다. 자신의 외모나 자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무렵에 학교라는 단체생활 속에서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대인 불안이 특히 많이 발생하게 되며 문제 행동을 일삼는 폭력배가 되거나 아니면 우울증, 불안증이 생겨서 학교생활을 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일부 미디어에서는 인터넷이 많이 문제라고 하는데 사실 인터넷, 페이스북, 카톡 등등은 자신감이 떨어진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이 많은 청소년일수록 이런 매체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기 때문에 부모나 선생님이 이것들을 못하게 하기란 쉽지 않다. 즉 그들은 자신이 열등감을 이런 매체를 통해서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못하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등교거부 문제로 영국에서도 필자를 찾아 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모두가 같은 원인은 아니다. 어떤 이는 대인불안으로 거부하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자신들이 그냥 가기 싫어서 안간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집이 너무나 대단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학교에 가게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본인이 ‘실패자’ 혹은 ‘낙오자’라는 의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거부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 때문에 분노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라 하더라도 본인이나 부모에게 절망보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가족들이 ‘포기’하고 컨설턴트를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일년 혹은 이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학교에 보내려 하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크나큰 절망감 속에서 전문가를 만나기 때문에 필자는 시간이 걸리지만 희망을 잃지 않도록 주문한다. 왜냐하면 학교를 결국에 못간다 하더라도 그것이 끝은 아니고 어떤 경우는 대학 때쯤 되어 툭툭털고 밖으로 나가 생활하는 좋은 예후를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등교거부로 인해서 가족들이 필요이상으로 상처받거나 하면 나중에 그 학생이 회복하더라도 돌아올 곳이 없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나머지 가족들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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