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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83 한국인들에게 명문 대학이란?
코리안위클리  2017/08/16, 07:06:23   
▲ 부부가 자녀의 양육에 공히 관여를 하는 환경에서는 서로의 교육관이나 가치관을 둘러 보고 자신들의 독선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어떤 지인과의 대화에서 한국부모들에게 명문대를 보내는 것은 거의 종교라는 말을 들었다. 이 ‘종교’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더 이상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불허하는 주제라는 얘기이며 한국 학부형들을 만나서 아동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이야기 할 때 ‘왜 좋은 대학을 보내려고 하시느냐?’는 질문을 한다는 것은 아주 현실적인 상황을 무시한 바보같은 질문이라는 뜻이다.
사실 특히 한국에서 온 교포들이나 한국에 살고 있는 청소년 학생들을 진료할 때 가장 흔하게 나오는 주제가 학교 성적에 따른 부모와의 갈등, 정체성 및 자아 존중감 문제다. 이런 것들이 청소년들의 심리 발달에 아주 핵심적인 문제인데 한국에서 방금 이야기한 이런 부분들은 바로 학교에서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가, 어느 레벨의 학교를 다니는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진료하는 의사나 방문하는 부모들은 이런 성적에 관련된 문제를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 않거나 아니면 자신들은 이러한 부분을 포기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로 마음 속에서 공부에 대한 아니 대학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는지는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한국에서 주류사회에 편입되기를 포기한다는 말과도 동일시 될 수 있으며 부모 자신들의 정체성이나 사회적 위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국 사회의 가치관으로 볼 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어쩌면 너무나 많은 가치들이 공부나 성적에 몰입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심지어 예능을 잘 한다든지 스포츠에 특기가 있다는 것도 대학진학에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공부이외의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그런 예능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느냐는 강박에 시달려야 한다. 워낙 공부와 성적에 강요를 받다 보니 청소년이 학창 시절에 필요한 교우관계나 방랑 생활에 시간을 투자할 틈이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이런 ‘질풍 노도의 시기’는 십대에서는 더 이상 할 수가 없고 대학생이 된 이십대에 이런 청소년 시기에서 겪어야 했던 혼란상태를 겪는 경우도 많다.
문화적으로 이러한 특성은 권위 대상에 대한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데 아주 반항적이거나 아주 순종적인 두 가지 극성 반응이 나타나는 것 같다. 반항적인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감정에 충실하여 극단적인 행동으로 자신들의 자아정체감을 세우기 위해서 노력하며 순종적인 청소년들은 부모나 선생님의 말을 잘 들음으로서 권위 대상의 정체감을 복사하여 마치 자신들이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하면 인생에 장미빛 미래만 있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살고 싶어한다.
어쩌면 그들은 진실에 대해서 속고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기만함으로서 성장에 따른 필연적인 좌절이나 불안을 조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때문에 어쩌면 대학 진학후에 나타나는 ‘억울함’이나 ‘분노’들은 꼭 부모나 선생님들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오히려 역으로 투사(projection)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부모는 어쩌면 자신의 잘못으로 자녀들이 혼란 상태에 빠졌다고 죄책감에 사로잡혀서 패닉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결과적으로 ‘내가 잘못 생각해서 우리 애가 이렇게 되었다’는 식의 사고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 방식은 바로 혼란을 겪고 있는 자녀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씻어 버리기 위해서 하는 ‘방어’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한국에서의 ‘대학병’ 혹은 ‘명문대병’은 정신의학적으로 볼 때는 심각한 문제다. 청소년 시기에 장려되어야 할 자율성(autonomy)을 완전히 죽여 버리고 부모나 선생님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성적이 올라가고 따라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자유로워지기 보다는 ‘억압’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머리’로만 이러한 현상을 받아들이려 하고 도전하거나 의문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습성은 어른이 되어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한국에 가서 세미나를 하거나 집단 토론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앞에서 이야기 하는 연설자는 ‘권위자’로서의 존재로 그 이야기를 절대적인 진리로 생각하고 따르려고만 한다. 마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틀이나 모델이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흡수하고 베끼려 하지 자신의 것으로 ‘소화’를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것은 어쩌면 참석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했는지를 보면 지극히 잘 이해가 되는 현상이다.
또한 이러한 억압된 감정은 비적절한 형태의 방식으로 해소되기 때문에 사회적 일탈이나 다소 파괴적인 방식으로 분출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계속해서 지시하고 제어하는 부모의 목소리와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독립에 대한 욕구는 계속적인 갈등을 일으켜서 한 개인의 일생동안 일어나는 성장과 독립, 결혼과 부모의 역할, 그리고 늙어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식들에게 평생동안 도움이 되고 생존에 필수적인 가치관을 주입하려고 안절부절 할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자녀들은 도움이 되는 어려운 과정은 회피하고 자신들에게 당장 만족을 주는 활동들에 매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부모는 계속적으로 자녀들의 학업이나 교우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학원을 보낸다든지 어떤 친구는 못 만나게 한다든지 등등 부모로서 생각할 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양육을 하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부모로서의 배려나 교육이 얼마나 자녀들의 자율성을 방해하고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버리느냐 하는 것이다. 대개의 일에서 그렇듯이 ‘균형’을 잡는 것은 쉽지 않다. 마치 ‘좋은 양육’과 ‘방임’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몇가지 도움을 주는 방법은 있는데 그 중에서 하나는 자녀양육을 부부가 같이 하는 것이다. 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것 뿐만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녀의 양육에 공히 관여를 하는 환경에서는 부부가 서로의 교육관이나 가치관을 둘러 보고 자신들의 독선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현실적으로는 많은 부부가 자신들 사이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아니면 이런 가치관의 충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수면 위로 이런 문제를 떠올려서 의논하기 보다는 유아무야로 넘어가거나 연속된 위기 현상 속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기 보다는 손쉽고 빠르게 해결하는 임시 방편만을 찾는다. 하지만 이런 갈등에 대해서 부부가 고민을 하고 서로의 아픈 부분을 성찰하는 노력이 없이는 자녀들이 스스로의 성장에 대해서 ‘고통’을 회피 하려고만 하는 것을 도와줄 수 없다. 자신들도 못하는 것을 어떻게 자녀들에게 바라겠는가?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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