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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85 북한의 위협?
코리안위클리  2017/09/20, 02:13:26   
▲ 한국민 전체가 점점 증가해 가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불안을 담아내기가 힘들어진다면 자신들을 구원해 줄 것 같은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그 당사자들 또한 구원자가 됨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극복하려 할 수도 있다.

요즘들어서 영국 미디어에서도 종종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된 기사들이 나오고 있고 어떤 날에는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몇시간에 걸쳐서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에게서 전화를 받고 토론을 진행하는 것을 보았다. 아마 필자만 그런 것은 아닐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 가끔 친한 영국친구에게서 ‘괜찮으냐?’면서 안부 전화가 올 때도 있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내가 너무 둔감하거나 무심한 것이 아닌가 싶어서 한국에 있는 지인이나 동료들과 이야기 해 보면 자신들의 삶에는 별로 변화가 없고 일상 생활의 변화도 미미하고 사람들은 가끔 불안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내고 있다고 대답해서 오히려 물어보는 내가 머쓱해지는 경우도 많다. 마치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어서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수천 마일 떨어져 있는 런던의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도 혹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여기까지 핵폭탄이나 생화학 미사일이 날아올 수 있다면서 걱정하는 사람까지도 보았다. 도대체 걱정하는 이 사람이 문제인지 도무지 걱정을 하지 않는 한국의 친구들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객관적인 사실은 옆집에서 이렇게 크게 ‘폭죽 & 전쟁 놀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편안하게 쉬기도 힘들고 암만 익숙해진다고 하더라도 매번 ‘폭죽’을 바꿔가면서 험한 말을 같이 쏟아낸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근처에 사는 이웃들은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만약 그 이웃이 너무 가까이 있다면 영향력은 더욱 더 클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서 집에서 매일 밤마다 부모가 ‘죽인다 살린다’ 심하게 부부싸움을 한다면 옆방에서 그 소리를 듣는 아이들 중에는 이불을 덮고 기도를 하는 애도 있을 수 있고 어떤 애들은 닌텐도 게임을 하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하는 애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너무 불안한 나머지 고함을 지르거나 악몽을 꾸고 아니면 학교를 가서도 엄마 아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나 걱정이 되어서 학교가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 애들도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는 학교에서 다른 애들을 때려 ‘학폭’으로 학교가 벌집 쑤신듯이 난리가 나서 부모가 불려갈 수도 있다. 마지막에 각각의 아동이 보이는 행동이나 토로하는 감정은 조금씩 다르지만이 모든 경우에 있어서 유발이 된 주된 요인 중 하나로는 가정 폭력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주변에서 폭력 (말로만 하는 폭력이라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같이 사는 사람이나 가까이 있는 이웃들이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가지 연관 지을 수 있는 현상은 한국사회에서 보이는 극렬한 공격성이다. 좋은 말로 하면 ‘화끈하다’라고 하는 분도 있지만 좀 더 객관적으로 설명하면 한국 사람들은 대낮에 직장에서 만났을 때 공손하고 주눅들어 있는 첫 인상과는 반대로 저녁이나 일상적 상황이 아닌 곳에서의 공격성은 상상을 불허한다. 술자리에서의 폭력이나 댓글에서 볼 수 있는 잔인성, 소위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부리는 횡포가 낮에 만났던 그 사람들이 맞는지 의심케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람들의 본성이 공격적이라서 그런가? 꼭 그렇다기 보다는 우리가 앞서서 본 가정폭력의 예에서 처럼 너무 주변에서 무섭게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항상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이 되어서 배운 것이 그런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자신이 ‘힘이 약한’ 상태에 있는 것을 너무나 두려워 하기 때문에 항상 자신이 힘을 과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즉 누구를 만나든 자신이 무서운 폭군이 되어야지 맞을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항상 아주 돈이나 파워가 세다고 믿고 싶어하고 과시하고 싶어한다.
또한 ‘왜 한국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서 두려워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는 엄마 아빠가 죽자 살자 치고 박고 싸우고 있는데 게임을 하는 아이 처럼 한국 사람들은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하는 것이 그 나마 숨을 쉬고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미사일이 터질 때마다 일희일비해서 불안해 하면 늘 괜찮을 것이라고 자기에게 최면을 걸 수 밖에 없다.
만약에 아들이나 딸이 와서 부모들에게 괜찮을런지 물어 본다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되겠는가? “괜찮을 거야 아빠 엄마가 너희들 나이 때도 그랬어. 저건 다 뻥이야” 이렇게 대답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구 처럼 늘 이불 속에 숨어서 불안해 하면서 사회의 낙오자로 살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 하면서… 아니면 이렇게 두려운 세상 속에서 산다면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주고 구원해줄 사람을 갈망하게 된다.
마침 흥미롭게도 이런 상황에서 게임을 하는 아동들은 비 현실적인 초인에 대한 갈망이 많은 것이 종종 목격된다. 이런 것과 연관이 된다고 생각되는 것이 영국에 비해 한국이 종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여러가지 사이비 종교도 훨씬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중의 하나는 불안한 상태의 사람들은 전지전능한 존재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동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는 동년배 보다 훨씬 원조 교제나 학대에 이용당하기 쉽다.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들에게 접근해서 돈도 주고 잘 돌봐준다고 하는 어른들이 너무나 믿음직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어른들이 믿음직하기 보다는 그런 존재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쉽게 유혹이나 사탕발림 말에 잘 넘어간다.
비슷한 이유로 한국민 전체가 점점 증가해 가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불안을 담아내기가 힘들어진다면 자신들을 구원해 줄 것 같은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그 당사자들 또한 구원자가 됨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극복하려 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의 사고에서는 이성적인 사고논리 보다는 흑백 논리나 파괴적인 도덕적 논리가 판을 치고 건설적인 비판보다는 살인을 방불케 하는 비난같은 마녀사냥도 자주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교수가 어떻게 제자한테 저럴 수 있나”, “의사가 어떻게 환자를 돈으로 볼 수 있나?”, “선생님이 어떻게 저럴수가, 다 도둑놈이다” 등등 일종의 ‘저놈 죽여라’ 외치면서 이리 저리 무리지어서 쫓아 다니는 군중들처럼 이성보다는 파괴적인 감정에 완전히 몰입되고 흥분되어 있는 것이 종종 발견된다. 내가 틀릴수도 있고 저사람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여유는 없고 극단적인 진실게임만 있을 뿐이다.
‘조선놈은 성질이 틀려 먹었어’ 이런 말은 바로 이런 방식의 사고와 맞닿아 있다. 자신이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마치 자기는 한국 사람이 아니고 다른 집에 멀리 떨어져 사는 외부인이 되어서 스스로는 영향을 안 받는 옆집에 있는 것처럼 느낌으로써 안전감을 가지려는 것일까.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의 트라우마로 점철된 역사와 아직도 불안한 현실 속에서 고통을 받은 피해자이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다. 한국사람은 구제 불능이고 다른 나라 사람은 신사적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흑백논리적 사고의 연장일 뿐이다. 어쩌면 한국 사람 모두가 애처로운 피해자들이고 서로가 살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나마 어려운 상황을 좀 더 살만하게 만들 수 있게 도울 수 있지 않을까.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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