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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93 해외 입양의 문제
코리안위클리  2018/01/24, 06:28:36   
▲ 성장과정 중 당연히 가져야 할 애착 대상이 없거나 여러 명인데도 잘 기능을 못하는 경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안정감이 없고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이후에 학교를 다니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몹시 힘겹게 느낀다. 사진은 해외 입양을 보내기 직전 위탁모들이 인솔자를 사이에 두고 기도하고 있는 모습.

지난주 코리안위클리를 보는데 마침 눈길을 사로잡는 기사가 있었다. 한국 보다도 경제력이 못한 나라에서도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 아동의 숫자가 줄어드는데 유독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을해외 입양을 시키는데 낫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내용도 덧붙여 있었다.
영국에도 입양을 해서 살고 있는 한국 출생의 사람들도 있고 주변의 다른 유럽에도 상당한 숫자의 한국출신 입양아들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가 곤란한 주제이긴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입양아로서 겪는 정서적인 어려움을 직접 마주보고 치료하고 있는 입장에서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어떤 이유로든 해외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주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 하면 자신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는 교포의 경우에는 이렇게 입양된 아동이 겪는 경험과 한편으로 비슷한 경험을 하는 면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변수는 있을 수 있다. 입양 아동이라면 제일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몇 살 때 입양됐는지 그리고 입양이 되기 전까지 성장 환경은 어떠했는지 등에 따라서 이후에 겪는 경험들이 각각 채색되고 달라진다. 유전적인 요인도 중요하다. 출생 부모가 현저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있었는지 등도 입양이 되고 난 이후에 어떻게 성장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지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게 해준다.
몇 년 전에 한국의 세미나에서 미국에 입양된 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떤 분들은 미국에서 필요한 입양에 대한 수요를 한국에서 채워주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는데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아동 청소년 정신과 의사로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어떻게 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한국에 남아 있을 경우에 생기는 문제는 한국에서는 입양 부모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개 시설에서 집단 양육이 된다. 1970년 이후의 여러가지 연구를 통해서 발견한 사실은 집단 양육된 아동들은 가정에서 양육된 아동들에 비해서 자존감도 낮고 각종 정서적인 문제를 겪을 확률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단 시설에서는 아동 학대라든지 왕따 그리고 시설 내에서의 여러가지 동료 관계 등이 정서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일반 가정내에서 양육하는 것이 당사자 아동에게는 최선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입양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부모를 만나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다시 찾는 과정이니까 여러가지 고려해야할 점들이 있다. 영국에서는 입양 부모가 제대로 양육을 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하고 입양 전후 교육과 서포트에 대해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인종적으로 매칭이 되는지도 따져서 백인이면 백인, 흑인이면 흑인 가정으로 입양을 해서 이후에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과정이 용이하도록 도움을 주려 한다.
물론 부정적인 기능도 있어서 이렇게 인종적으로 매칭이 되는 가정을 찾기 위해서 너무나 오랫동안 대기를 하게 되면 그 과정 중에 아동이 정서적으로 해를 입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입양이 되어야 하는 지역에 따라서 친근한 환경을 잃어 버리기도 하니까 이런 것 저런 것 따지다 보면 입양되기 전의 위탁 가정에서 몇 년씩 보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 한가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형제가 같이 입양 대기하고 있을 때에는 가급적 같이 한 가정으로 입양을 시키려 한다. 그래서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이 아이를 한 명만 입양을 원하는 경우인데도 거의 억지로 하다시피 형제까지 떠맡는(?) 경우가 생기니까 처음부터 입양 부모가 부담을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입양을 하고 나서도 생부모와 연락을 계속하는 경우도 있고 또한 생부모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경우에는 자신이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스스로 찾아다닐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실제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양부모도 사회사업가도 자신의 생부 생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만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 입장인 것을 많이 보았다. 어쩌면 장려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해외 입양인 경우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렇게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얼마전 한국에 와서 쓸쓸히 죽어간 노르웨이 입양 한국인에 대한 기사가 나왔듯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은 거의 인간의 본능에 가깝기 때문에 그 시기가 언제 온다 하더라도 한번쯤은 거쳐야 할 과정이다.
이런 입양에 관해서 이론적으로 많이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애착 이론인데 성장과정 중 당연히 가져야 할 애착 대상이 없거나 여러 명인데도 잘 기능을 못하는 경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안정감이 없고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이후에 학교를 다니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을 몹시 힘겹게 느낀다. 이런 경우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든지 웅크리고 아주 수동적인 된다든지 아니면 아주 말 잘듣는 착한 아이처럼 행동한다든지 등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이런 결핍된 자신을 감출려고 한다.
얼마전 병원에서 보았던 입양 아동도 필자랑 처음 만났는데도 너무나 친한 사람처럼 행동하고 나이에 맞지 않는 유치한 장난감을 가지고 필자랑 놀자고 한다. 중 1 학생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철이 없지만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고 또 만나고 싶은 느낌이 드는 소년이었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것이 이 소년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필자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친밀하게 굴고 거절을 하게 되면 이 소년이 다칠 것 같다는 측은함이 들도록 하는 행동들이 어떻게 보면 이 소년이 지금까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 오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말을 잘 듣고 착한 척을 하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도 별로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자기 생각도 없고 자신감도 없어서 발표도 잘 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어리게 보이기도 한다. 즉 이런 적응 행동들은 쉽게 병적인 진단을 붙이기도 쉽지 않다. 이런 식으로 지내다가 청소년 시기에 들어오면 점점 어릴적 방식이 더 이상 잘 먹히지 않고 자신도 스스로가 과연 누구인지 혼란에 빠진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의 생부 생모에 대한 집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자신을 키워주지 못한 출생부모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기 자신이 어디에 속해야 할지 모르는 자아정체성의 장애를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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