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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95 ‘자폐적이다’라는 뜻?
코리안위클리  2018/02/21, 09:33:10   
▲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고 한번에 여러가지 사정과 여러 사람을 배려하면서 같이 생각하지 않고 단편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한두 개 자폐스팩트럼의 소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필자가 처음 자폐증에 대한 말을 들어본 것은 의과대학 본과 3학년 때의 정신과학 수업이었을 것이다. 소아 정신과에 대한 4시간 정도의 강의에 한 시간도 안되는 분량이 할애된 자폐증에 대한 강의였는데 그때는 소아 청소년 정신과라는 아주 특수한 분야를 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정신과 의사라도 열심히 알아 둘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상당히 드문 임상경우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편견은 그 다음 해인 본과 4학년 때 소아 청소년 정신과 실습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신과 레지던트를 할 때에는 우연히 아주 집념 어린 소아 정신과 의사가 부모와 함께 자폐아를 이해하기 위해서 끈질긴 노력을 하는 것을 보기도 했지만 일반 생활을 할 때 나랑 크게 상관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소아 정신과를 십 몇 년 하면서 그리고 이러한 자폐증이 얼마나 흔한 지를 보면서 크게 바뀌었다.
이런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마도 ‘자폐증’이라는 단어가 주는 일종의 편견 내지는 오해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한다. 간혹 영화에서 본 자폐아는 말도 못하고 사람들과 있는 것을 회피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아동으로 묘사가 되는데 이런 고전적 개념의 자폐는 만 명 중의 한 명 정도로 아주 드물고 지적인 능력도 떨어져서 누가 봐도 이상하다는 표시가 금방 나는 상태이다.
하지만 자폐적(Autistic)이라는 말은 이런 고전적인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일단 언어능력이 보통사람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자폐환자도 많다. 이때 같이 있는 것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고 어울리는 것과는 물론 다른 것이지만 어렸을 때는 친구들이 하는 놀이에 끼워달라고 떼를 쓰기고 하고 친구들과 게임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물론 친구들에게 자기가 노는 방식으로 놀아 달라고 고집을 부리거나 자신이 항상 게임에서 이기려고 하기 때문에 같이 노는 또래 친구들은 사실 재미 없게 느껴서 같이 놀기를 싫어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그 아동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히려 학교에서 왕따를 시킨다고 오해할 수도 있고 아니면 애가 좀 ‘고집이 세다’ 아니면 ‘철이 없다’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그러면 도대체 자폐적이라는 것의 정의에 대해서 궁금하실 것이다. 사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 이유는 하나의 스펙트럼으로서 증세가 아주 심한 사람과 아주 가벼운 사람까지 다양하고 또한 그 중에서도 사회적 상호작용이 잘 안되거나 언어능력이 많이 떨어진 부류도 있다. 또한 이러한 세부적 상황들이 개별아동의 지적능력 그리고 가정 환경 등등과 어우러지면서 백이면 백 다른 임상적 상황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실전 현장에서 경험이 많은 컨설턴트도 진단을 놓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봐 왔다. 여자, 머리가 좋은 아동, 외모가 귀여운 아동 등등이 진단과정을 애매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한가지 특이한 경우는 진단을 받은 아동의 부모에게 물어보면 자녀가 조금 말귀를 못 알아 듣는다, 아니면 고집이 너무 세다, 너무 키우기가 어렵고 예민하다 등등에서는 충분히 동의를 하시지만 자폐스펙트럼인줄은 몰랐다는 말을 대개 하신다.
얼마전 학교에서 자살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상세한 계획을 페이스북에 올려서 학교가 발칵 뒤집힌 경우에서도 공부 잘하는 그 학생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만 생각을 했지 자신이 자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걱정한다는 것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필자가 그 학생을 처음 보자마자 느낀 것은 말할 때 눈도 안 마주치고 말의 고저장단이 없고 꼭 필요한 사실만 이야기한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말을 계속 하고는 있었지만 뭔가 그 다음 대화를 나누기가 싫거나 힘든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느낀 사람은 필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 학생 주위에 있었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상대방이 대화를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이 학생이 많은 대화를 나눈다면 주변 사람들이 눈치챌만한 문제들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그 학생의 생존전략으로 사회적 기술이 떨어지는 자신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다.
이런 개념을 좀 더 넓혀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도 어쩌면 이런 스펙트럼의 어느 한쪽에 속해 있지 않을까 라는 느낌이다. 임상적으로 정신과적인 진단을 받을만 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고 한번에 여러가지 사정과 여러 사람을 배려하면서 같이 생각하지 않고 단편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한두 개 이런 소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공부를 하고 일상 생활을 할 때 이런 두 가지 길의 사고(two tracked thinking)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귀로는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손으로는 필기를 하고 옆에서 떠드는 친구들에 한 번씩 쳐다보면서 선생님 눈치를 살피는 여러가지 임무를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들은 얼핏 생각하면 자폐증과 관련이 없지 싶지만 사실 다중 업무수행 능력이(multi tasking) 유연한 사고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유아는 출생 후 엄마와 자신의 관계 밖에는 생각하지 못하지만 점점 주변에 대한 관심과 함께 아버지라는 존재를 감지하고 신경을 쓰는 상태로 발달하게 된다. 이런 일차원적인 사고에서 이차, 삼차적인 사고로 발전하는 단계가 향후 건강한 상호작용 즉 대인관계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에 꼭 엄마가 가정교육을 못시켰다기 보다는 아니면 학교에서 선생님이 잘 못 가르쳤다기 보다는 교육의 효과가 충분히 발휘될만한 소양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기질적 영향을 무시하고 병이 생겼기 때문에 ‘치료해야 된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동의 존재 자체를 왜곡하고 억지로 고치려고 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무리하게 진행이 되면 아동의 행동도 나빠지고 부모와의 관계도 악화되어서 필요 이상으로 문제가 확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진단하는 것은 꼭 치료한다기보다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이해를 도와주는 측면이 많다. 대개의 경우 진단이 나오면 지금까지 모호하던 상태에 대해서 좀더 확실하게 자녀의 장단점을 알게 되고 자신이나 남편에게 대한 원망이나 죄책감이 줄어들면서 자식과의 관계가 향상될 수도 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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