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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108 절망과 마주 선 사람들
코리안위클리  2018/10/17, 05:14:32   
▲ 인간은 자신이 담지 못하는 어려운 감정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제목은 아주 처절하게 달아놓았지만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더 처절하고 아니면 처연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자는 인간이라면 모두 다 죽음이라는 어쩔 수 없는 명제를 달고 살기 때문에 운명적으로 ‘절망’을 가지고 산다고 이야기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약간 달관의 경지에 있는 도인이라면 자연의 이치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에 죽는 것을 가지고 ‘절망’을 한다는 것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상당히 철학적인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고 이것이 도대체 정신과나 정신건강하고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게 여겨질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등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진 질병도 많고 그에 대한 정보도 매스 미디어에 넘쳐 나기 때문에 ‘도파민’이 어떻게 되어서 그렇고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이 잘못 되어서 그렇다는 등등 필자보다도 더 앞선 지식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환자나 보호자 분들도 있는 세상이다. 이런 판국에 이런 ‘절망’ 등등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좀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신보건 컨설턴트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병을 진단하고 질환을 치료한다’라는 어쩌면 의사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병을 걸리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 즉 환자는 보호자나 가족들과 함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어떻게 그 환자나 가족의 삶을 도와줄까 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쉽게 예를 들면 5세 여아가 심한 자폐와 정신지체가 있는데 한시라도 가만 있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자기 혼자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서 밖을 구경하다가 떨어질 뻔하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도 못자고 직장도 포기하고 집에서 24시간 케어를 하다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자. 만약 정책 입안자나 사회사업가들이 그 엄마가 GP에게 가서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 하면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이런 진단과 투약 과정이 과연 얼마만큼 전체 상황에 도움을 주는지는 조금 넓은 관점에서 바라 봐야만 한다. 구청에서는 엄마가 우울증에 걸렸기 때문에 조금 더 서포트를 주려고 할 수도 있지만 만약에 엄마가 자살사고가 있다면 혹시나 어린 자녀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할 것이고 만약에 그런 정황이 발견된다면 아동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려고 하기 때문에 엄마는 더욱 더 자식들을 뺏길까봐 불안하고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어서 불안이나 우울증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부산한 딸이 자신의 에너지를 맘껏 발산할 수 있는 정원이 딸린 집으로 온 가족이 이사를 간다면 상황은 훨씬 좋아질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런던에서 그런 카운슬 하우스를 구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려울 수 있고 그러면 그 딸에게 약을 먹이더라고 조용하게 하도록 해야 될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하는 것이 5세 아동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일인지 등등은 모두 감안하고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면 그런 역할은 과연 누가 해야 될 것인가. 영국처럼 모든 일이 분업화 되어 있는 시스템에서는 정작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잘 없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영국의 전통처럼 여러 사람이 협의 하에 진행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이런 진행은 민주주의적일 수는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리거나 아니면 어려운 결정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기 때문에 정작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또한 많은 경우에는 이런 시스템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가족 특히 부모의 사고 방식에서 고질적인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불치의 병이 있거나 장애가 있으면 절망감을 느낀다. 어떤 사람은 짧게 갈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평생 가지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기 자식들이 다른 애들과는 엄청나게 기능이 떨어지고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있어야 되는 경우라면 아마도 누구라도 현실에 직면해서는 고통 스러워하고 절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부모나 그 주위의 사람들이 어떻게 그 현실에 적응하고 사는지는 다 다르다.
얼마전 소아마비가 심한 아동의 아버지를 만났는데 그 아버지는 이미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아들의 치료를 받으러 다닌 전력이 있고 영국 병원에서의 치료에 무척 불만이 많았다. 아동이 다니는 특수학교에 대한 불만도 아주 심해서 학교나 병원 모두 전전 긍긍하는 상황이었다. 한 가지 두드러진 것은 이 아빠는 아직도 밤마다 인터넷 검색을 해서 소아마비 전문 병원과 접촉을 하고 어떤 치료가 ‘특효’인지를 찾고 계신다. 지금도 돈만 모아지면 유럽으로 가신다고 열심히 저축도 하고 NHS에서는 왜 안보내 주는 지에 대해 불만이 대단하다. 소아마비가 한달 동안의 집중 마사지로 다리 근육의 긴장이 풀리게 되면 다리의 통증도 없어지고 걷는게 가능해질 것인데 그렇게 왜 안해주는지에 대해 매일 소아과로 전화해서 의사들이 피할 정도이다.
필자가 이 아버지를 만났을 때 제일 표면에 있는 감정은 ‘화’와 ‘분노’ 였다. ‘왜 치료 방법이 있는데 치료를 안해 주는냐는 것’이었다. ‘절망’은 없었다. 어쩌면 절망이라는 감정은 어딘가 깊숙한 곳에 숨어 있고 NHS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들을 치료시켜 줄 수 있는 능력자이고 주변 의료진은 무능력하면서도 조그마한 인류애도 발휘하지 못하는 구두쇠로 매도되고 있었다.
이 아버지는 ‘환자’인가? 아니면 일반 보호자인가? 학교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너무 매달려 있기 때문에 아동이 스스로의 자아를 키우지 못하고 있고 전혀 독립할 생각을 못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고 아버지는 여기에 대해서는 학교는 아들 점심밥 조차도 제대로 못 먹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자신이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까지 가서 밥을 먹여야 된다고 주장한다. 네트웍 미팅에 가보면 이 아동은 소아마비가 있고 자폐증이 있지만 학교에서는 잘 지내고 있는데 다만 이 아버지가 주변 시스템을 ‘못살게’ 굴고 있다는 얘기가 조금씩 들린다. 여기서 필자는 ‘절망’이라는 병이 이제는 아버지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학교나 병원으로 전염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이 아버지는 절망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아버지에게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아버지의 ‘절망’을 치료해 주지 못하는 의료진이나 선생님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엄청나게 ‘절망’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은 자신이 담지 못하는 어려운 감정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견고하게 패스가 되어 있어서 스스로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 종종 의사 소통을 마비시키고 단절을 일으킨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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