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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 (破竹之勢)
코리안위클리  2022/01/29, 00:02:15   

[눅1:1-4]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2 처음부터 말씀의 목격자가 되고 일군 된 자들의 전하여 준 그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 붓을 든 사람이 많은지라 3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나도 데오빌로 각하에서 차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노니 4 이는 각하로 그 배운 바의 확실함을 알게 하려 함이로라.
2022년 새해 벽두에 누가복음을 받아 들고서 한참을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와 함께 풀어갈 일년의 영적 화두에 대해서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검은 고양이 네로’를 즐겨 불러본 적은 있었지만, 이제 인생 오십 줄에 들어서서 검은 호랑이를 만나게 되니 기대반 우려반 설레임을 숨길 수가 없다. 누가복음을 공부하다 보니, 가장 먼저 이 책의 ‘두께’(Thickeness)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우선, 누가의 예수 이야기(24장)는 사도행전(28장)이라는 후속편을 품고 있기에, 다른 제자들이 기록했던 복음서와는 그 내용적 볼륨감이 남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의 예수 이야기는 그 ‘내용적 두께’에 있어서도 다른 복음서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누가복음만이 기록하고 있는 이야기가 31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그 이야기 하나 하나는 고스란히 누가복음을 무게와 두께를 더하고 있다. 삭개오 이야기,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나인성 과부, 가버나움 백부장, 자기 소유로 예수님을 섬긴 무명의 여인들, 열 명의 문둥병자들, 가난한 과부, 그리고 십자가 위에 달린 강도의 회심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초기 성서 시대의 사회적 약자들이 만들어가는 방대한 분량의 ‘상향식’(Bottom-Up) 이야기 전개는 분명 마태복음의 ‘하향식’(Top-Down)과는 명백한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독특한 이야기 진술 방식은 헬라인 누가를 통해서 전달되는 열방을 향한 ‘복음의 역동성’(눅4:25-28)과도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대인들의 입장에서는 복음의 이러한 역동성이 자신들을 패싱(Passing)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폭력적인 불쾌감으로 표출되기도 하였다: “회당에 있는 자들이 이것을 듣고 다 크게 화가 나서 일어나 동네 밖으로 쫓아내어 그 동네가 건설된 산 낭떠러지까지 끌고 가서 밀쳐 떨어뜨리고자 하되”(눅4:28-29). 하지만, 예수께서는 유유히 그 위험한 현장을 벗어나신다. 언제나 그렇지만, 복음의 역동성은 역경과 고난을 넘어가는 능력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박해 받을 것을 알면서도 복음이야기 전달에
시대적 사명감을 느꼈던 누가처럼
우리도 2022년, 대나무를 가르는 믿음으로
두껍게 신앙생활을 해 보자

두 번째 누가복음은 ‘시간적으로도 두꺼운 책’이다. 우선, 예수님의 족보만을 놓고 비교해 보았을 때도, 마태복음은 예수님의 뿌리를 아브라함에게 소급한다: “아브라함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세계라”(마1:1). 당연히 유대인 마태가 염두에 둔 세상은 유대인의 혈통적 반경을 넘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뿌리를 아브라함 넘어서 아담에까지 소급해 가고 있다: “그 이상은 셋이요 그 이상은 아담이요”(눅3:38). 이러한 시간의 두께는 예수 이야기를 듣는 청중들에게 시간적 장엄함과 그 스케일을 전달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누가복음은 하나님의 구속사가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실현되어 가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역사적 사건 진술에 익숙했던 누가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독특한 방식이다. 이는 누가복음에 유달리 구체적인 역사적 시점(눅1:1:5; 2:1-2)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베료 황제가 통치한 지 열다섯 해 곧 본디오 빌라도가 유대 총독으로, 헤롯이 갈릴리의 분봉 왕으로… 있을 때에”(눅3:1-2). 누가가 전하는 예수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차원이 달랐다. 인간의 실존적 문제와는 전혀 무관한 이데아적 유토피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닥 사람들의 땀 냄새, 피 냄새가 흠뻑 묻어 있는 역사적 현장감을 최대치로 전달해 주고자 한다: “그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전하로 호적하라 하였으니 이 호적은 구레뇨가 수리아 총독이 되었을 때에 처음 한 것이라”(눅2:1-2).
사실, ‘성경의 역사’와 ‘성경 속의 역사’는 엄연히 다르다. 이것을 History in the text와 History of the text의 차이라고 말한다. 성경 속 예수 이야기는 AD.30년이 배경이지만, 누가복음이 기록되던 때는 유대 역사가 격랑치는 시대적 전환기 AD.70년경이었다. 네로 황제의 폭정으로 위대한 복음 전도자 바울과 대(大)사도 베드로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AD.66년 유대전쟁으로 얻었던 일장춘몽의 평화기(PAX)는 로마 장군 티투스(Titus) 부대의 잔인한 칼날에 4년 만에 종이장처럼 갈갈히 찢어져 버렸으며,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으리라는 40년 전 예수의 경고(눅21:6)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현실이 되어 버렸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한 절망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누가는 이러한 역사적 잿더미 속에서도 한 가지 중대한 결단을 하게 된다: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노니 이는 각하가 알고 있는 바를 더 확실하게 하려 함이로라”(웃1:3-4). 누구든지 경건하게 살고자 하면 박해를 받을 것(딤후3:12)이라던 바울의 예고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는데, 누가는 데마(딤후4:10)처럼 믿음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신앙의 가벼움과 얕음을 강요받는 시대의 중심으로 들어가지만, 누가는 오히려 ‘두께’(thickness)를 선택한다. 예수와 동행했던 목격자들과 말씀의 일군 된 자들에게 듣고, 배웠던 그 복음 이야기를 더 확실하게, 더 두껍게 전달할 시대적 사명감을 느꼈던 것이다. 결국, 누가는 기호지세(騎虎之勢) 하여 파죽지세(破竹之勢) 하기로 뜻을 정한 것만 같다. 그렇다면, 2022년 우리도 누가복음과 함께,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타서, 대나무 한 끝을 내리치는 믿음으로 두껍게 신앙생활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박종범 목사
재영교회연합회 부회장
런던 열방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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