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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바스코 소스를 담아내는 병이 좀 가늘면서도 보기가 좋은 이유는 바로 처음 소스를 담았던 병이 남들이 쓰고 버린 향수병이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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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타바스코 고추가 미국의 타바스코 소스가 된 사연
비즈니스나 여행 등으로 외국에 머물다 보면 뭔가 얼큰한 한국 음식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것은 바로 우리 입맛을 지배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 양념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특히 얼큰하고 매콤한 음식은 한국 사람과 뗄래야 뗄 수가 없다. 고추 혹은 고추장을 많이 사용하는 한국 음식의 특징이다. 이때 가장 요긴하게 사용되는 것이 바로 튜브로 만들어진 휴대용 고추장이다. 이 고추장 양념은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할 만큼 한국 음식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준다. 식품제조회사들이 여러 종류의 휴대용 튜브로 만들어진 고추장을 만들어 출시하는 이유 또한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대한 속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우리가 고추장을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식당에 가면 고추장과 비슷한 무엇이 없을까 하고 메뉴판이나 테이블을 살펴 보거나 종업원에게 매콤한 소스가 없는지 물어 보기도 한다. 중국식당에서 칠리 소스를 부탁하면 언제든지 군소리 없이 테이블에 가져다 주기 때문에 갈증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양식당에서 매콤한 맛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양 음식에서도 고추를 많이 사용한다. 이때 사용하는 고추는 주로 향신료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야기 하는 ‘양념’ 정도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 양념은 음식의 맛을 절대적으로 지배할 만큼 비중이 높지만, 향신료는 말 그대로 그 음식을 빛나게 하는 보조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한식당이 아닌 양식당에서 고추장에 대한 그리움, 즉 뭔가 매콤한 것이 그리울 때 고추장의 대용제가 있다. 바로 ‘Tabasco Sauce - 타바스코’ 소스다. 중식당에서 ‘칠리 오일’을 부탁 하듯이, 서양 식당에서 ‘타바스코 소스’를 종업원에게 부탁하면 된다.
우리의 전통 양념인 고추장처럼 묵직하게 맵지는 않지만, 강하게 톡 쏘는 고추 특유의 맛이 새콤하게 변형되어 남아 있다. 아쉬운 데로 갈증을 채울 수 있는 대용제로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소스라 생각한다. 고추의 본산이 유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양 식당에서 광범위하게 애용되는 타바스코 소스의 내력이 자못 궁금하다.
‘타바스코’는 멕시코의 지명이다. 그렇다면 ‘타바스코’ 소스는 멕시코에서 생산이 될까? 아니다 오늘날 서양사람들이 광범위하게 애용하는 타바스코 소스의 주인은 바로 미국이고 생산지도 미국이다. 따라서 작지만 아주 강하게 매운 이 타바스코 고추의 고향인 타바스코에는 타바스코 소스가 없다. 타바스코에 타바스코 소스가 없다는 것은 마치 인도에 카레 라이스가 없는 것과 동일한 사연이 있는데 이야기인즉 다음과 같다.
타바스코 소스는 우리의 전통 양념인 고추장처럼 묵직하게 맵지는 않지만,
강하게 톡 쏘는 고추 특유의 맛이 새콤하게 변형되어 남아 있어
아쉬운 데로 고추장 대용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남북전쟁 와중에 남부군인 한 사람이 멕시코에서 돌아오면서 그곳 타바스코 지역에서 재배되는 고추 몇 개를 가지고 왔다. 그는 이 고추를 남부 에이버리 섬에 살고 있는 매킬레니라는 사람에게 전해 주었다. 미식가로서 재능이 다양했던 매킬레니는 이 타바스코 고추를 루이지에나의 에이버리 섬에 심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신이 심은 멕시코 산 타바스코 고추의 맛도 보기 전에 이 섬은 북부군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그 이유는 에이버리 섬이 남부군에게 소금을 제공하는 중요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북부군의 공격으로 인하여 매킬리는 어쩔수 없이 가족들을 데리고 이 섬을 떠났다. 세월이 지나 평화가 다시 찾아 왔을 때 이들은 다시 에이버리 섬으로 돌아 왔지만, 전쟁의 화마가 휩쓸고 간 섬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 매킬레니를 반갑게 맞아준 일행이 있었으니 바로 자신이 심었던 타바스코 고추 몇 그루였다.
그런데 이 몇 그루의 고추가 타바스코 고추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미식가인 그는 이 고추를 으깨고 즙을 내어 소금과 식초를 함께 섞어서 소스를 만들었다. 새콤하면서 매콤한 이 소스는 특이한 입맛을 자극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먹어 보니 사람들의 평도 좋았다.
1863년 매킬레니는 사람들이 쓰고 남은 향수병 350개를 구해서 자신이 개발한 이 소스를 병에 담아서 팔았다. 바로 ‘타바스코’ 소스가 세상에 선을 보이는 장면이다. 오늘날 타바스코 소스를 담아내는 병이 좀 가늘면서도 보기가 좋은 이유는 바로 처음 매킬레니가 담은 소스 병이 남들이 쓰고 버린 향수병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소스를 담거나 음식을 담는 많은 용기들이 있지만 사람들이 사용하고 버린 향수병이 원인을 제공한 예는 별로 없으니 이 또한 다소 우습기 짝이 없는 인연이기도 하다.
타바스코 소스는 또한 그 특유의 붉은 색과 강하게 톡 쏘는 맛으로 인해 칵테일 블러디 메리를 만드는 재료로도 사용이 된다. 붉은 색깔을 띄고 있는 타바스코 소스와 Bloody Mary 는 어쩌면 외견상 전해주는 느낌으로는 완벽한 조합으로 보이니 이 또한 얄궂은 운명이기도 하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영국에서 ‘음식과 문화’를 박사과정으로 수료한 필자는
Food Trend, Eating/Dining out trend 를 분석하여 Business market road map을 제공,
음식관련업 사업자들이 성공적으로 Business strategy를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Fashion Food 21. Ltd의 Directing Consultant로 활동하면서
Essen, 주간조선, 마이다스 등의 잡지에 음식 칼럼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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