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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53 받아들이는 것
코리안위클리  2016/05/18, 06:14:35   
▲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 사람은 원래 저런가 보다’ 라는 관용적인 태도로 살아간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조화롭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받아들이기’란 장애를 가진 아동의 부모 뿐만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우리 자신들에게도 해당 되는 과제이다.

얼마전 이야기 했던 BBC 드라마가 끝났다. 자폐증이 있었던 어린 소년은 마침내 실종이 되고 그 소년을 찾는 과정에서 부모는 더이상 자신의 아들이 다른 애들과 다르다는 것을 고통스럽지만 받아들이는 것을 묘사하였다. 하지만 자폐증이 있었던 그 소년이 런던에서 전문가를 만나 초 정밀 진단과 100가지 치료 방법에 대해서 컨설트를 받고 어쩌면 자폐증이 호전되어 다른 애들과 같은 학교를 다니고 부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해피 엔딩을 기대한 시청자에겐 아주 실망스런 결과인 것 같았다.
전문가로서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얼마나 ‘치료’를 목표로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고 어떤 것이 과연 ‘치료’인가 하는 것이다. 처음에 자폐나 아스퍼거 장애를 진단하고 나서 부모와 만나 하는 것은 피드백 과정이다. 우리가 그런 결론에 도달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지 부모와 진지하게 논의하게 되는 단계인데 영국의 현재 의료 서비스를 보면 대개 여기서 치료가 더이상 제공되지 않고 학교를 어떻게 할 것인지 집에서는 어떻게 아동을 돌봐야 할 것인지에 대한 미팅을 하고는 더 이상 의사와의 만남은 없다. 즉 자폐는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잘 돌봐주고 도와주고 적응을 잘 하도록 친구관계나 가족,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과 영국의 의료 체계가 극명하게 나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한국에서는 자폐나 아스퍼거라는 진단을 하게 되면 ‘치료’하는데 상당한 초점을 둔다. 대인관계가 나쁠 때나 고립되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친구 관계를 증진시키고 사회기술을 향상시키는데 신경을 써서 대개는 사회기술 프로그램이나 언어 치료, 놀이 치료 등을 시키고 부모는 특히 엄마는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왔다갔다하고 또 이런저런 학원에 보내는데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잘 못한다 싶으면 저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이 병원에서 한 진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그래도 미심쩍으면 서울대 병원이나 삼성 의료원 같은 명망있는 큰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고 집 근처에 있는 놀이센터나 소아 정신과에서 약 먹고 이 치료, 저 치료를 받게 된다.
필자가 보았을 때 영국은 의료 시스템에 돈을 쏟아 붓지 않고 사회 복지와 학교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발달 장애가 있는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서 자폐증과 ADHD(주의력 결핍장애)가 있을 확률이 훨씬 높다. IQ가 50인데 이런 장애가 동반되면 대개 부모가 집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이 든다. 그래서 특수 학교에 가면 한 반에 교사들이 거의 학생 수 만큼이나 되고 각종 미술 작업, 언어 치료, 감각 통합 치료, 놀이 수업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설이 되어 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게 되면 문제인데 부모가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방과후 놀이 프로그램이 제공되기도 하고 부모가 장애 배당금으로 나오는 돈으로 도우미를 집으로 불러 애를 같이 볼 수도 있고 애를 데리고 나가 놀아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치료를 중점으로 하기 보다는 부모가 해당 아동하고 생활하고 같이 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이렇다 보니 진단을 받지 않은 애들은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진단을 거부하는 경우보다는 오히려 진단을 받기 위해서(?) 애쓰는 부모들이 많다. 어느 나라의 시스템이 더 좋은지에 대해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문화권에 따라서 이런 발달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한다.

정신 장애 환자를 ‘치료’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들과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 것인지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에 영국의 드라마에서 너무나 확실한 것은 이 나라에서도 부모들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의식 한다는 점. 자신의 아들이 자폐라는 ‘낙인’이 찍히면 평생 동안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사회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여러 이웃이나 사람들이 따돌리고 놀리는 그런 상황에서의 수치감이나 두려움들이 너무나 잘 묘사 되었다.
이웃에 대한 체면이 더욱더 중요한 한국의 문화에서는 그러므로 자녀들이 이런 발달 장애 진단을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더 심하고 이런 진단을 받은 뒤에 자녀들을 정상적으로 ‘치료’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아동 자신은 스스로가 부모에게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기형적인 존재로서의 자신을 보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불안이나 우울증 같은 이차적인 정신과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자폐증에 대한 이런 이야기가 내 주위에는 이런 사람이 없으니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첫째로 인구의 1% 이상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니 주위에 전혀 없다기 보다는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거나 아니면 사회에서 이런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집안이나 다른 곳에 숨어 있을 확률이 많다. 사회 전체가 깔끔해 보이고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 마다 옷도 잘 차려 입고 깨끗한 곳은 어쩌면 얼마나 그 사회가 포용력이 떨어지는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발달 아동 진료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왜 이런 아동들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일단 밖에 가면 전혀 행동 조절이 안되고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모르고 함부로 하기 때문에 부모가 24시간 애를 집에서만 데리고 있고 또 한번 밖에 갔다가 사고를 쳐서 경찰이 왔다 갔다 하는 난리를 겪고 나면 다시는 데리고 밖에 나갈 엄두를 못 가지게 된다.
과연 정신 장애 환자를 ‘치료’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들과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 것인지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할 필요가 있다. 이번 드라마에서 보면 자폐 아동이 문을 닫고 나오면 꼭 다시 가서 그것을 다시 열고 닫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이는 이것을 아주 강박적인 행동이고 엄마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하고 엄마가 그것을 못하게 막으면 고함을 지르고 화를 내서 문제 행동이 심각하다며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문 좀 한두번 열고 닫는다고 문이 상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다치는 것도 아니니 그냥 놔둬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틱’같은 것도 누가 고함을 갑자기 지르고 목을 돌리고 한다 해서 나에게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그것 때문에 저 사람이 약을 먹는 것보다는 내가 좀 참거나 귀마개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듯이 우리가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상인하고 비슷하게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 보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가 보다’ 라는 관용적인 태도로 살아간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조화롭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받아들이기’란 장애를 가진 아동의 부모 뿐만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우리 자신들에게도 해당 되는 과제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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