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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59 NHS에서의 심리 치료
코리안위클리  2016/08/17, 05:03:28   
▲ 인지 행동 치료는 환자에게 문제 되는 이슈를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환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게 아니고 오히려 중증의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치료에 대한 동기 의식이 떨어지는 환자들은 치료 효과를 얻기 힘들수도 있다.

NHS와 심리 치료 이 단어 둘 다 독자들에게는 낯설지 않겠지만 이 두 단어를 같이 사용할 때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의미들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러한 의미들은 치료받는 환자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에서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고 거기에서 오는 견해 차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실망하기도 하고 컴플레인을 받기도 한다.
감히 이제는 NHS에 오는 영국인들은 더 이상 이상적인 병원 진료를 원하지는 않고 지쳐간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계속되는 자금 압박과 늘어나는 의료 수요 속에서 병원들이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기 보다는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고 볼 수 있다. ‘최상’과 ‘최선’이 어떻게 다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되겠지만 적어도 비싼 사립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와 같은 종류의 치료를 기대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면 이젠 그 기대를 접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환자들이 보는 최상의 진료가 꼭 ‘효과적인 치료’는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의료 서비스에서 이런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강조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많은 치료 방법들은 소위 ‘증례’나 ‘리서치’를 통해서 그 증거를 확보해 왔고 특히 제약회사에서는 자신들의 거대한 자산을 이용해서 자사에서 개발한 약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서 리서치에 막대한 자금을 퍼붓기도 한다. 다만 최근에 이러한 ‘임상 증거’에 대한 강조가 증례 보다는 과학적인 리서치에 몰입되다 보니까 리서치를 하기에 불리한 치료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버린다는 점이다. 이것이 어쩌면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추구하는 NHS에서 전통적인 치료 기법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다.
많은 한국 분들은 영국에 처음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영국 의사들은 해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감기가 걸려서 GP를 찾아 갔는데 아무 약도 처방해 주지 않고 링겔도 놔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 여기 의사들의 입장은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거나 수액요법을 하는 것이 효과있다는 증거가 없고 항생제가 오히려 약에 대한 내성만 만들어서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반문한다.
이런 배경에서 심리치료의 현재 방향을 이해해 보면 전통적인 카운셀링기법 같은 것은 NHS에서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각 GP surgery 마다 카운셀러를 고용해서 환자들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서저리에서 이런 상담사를 찾기가 힘들다. 아니 이제는 어쩌면 학교나 사회봉사단체에서 제공하는 카운셀링이 좀 더 일반적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카운셀링이 GP를 찾아 오는 많은 우울증 환자나 신체화 장애 환자들에게는 별로 좋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이런 카운셀링 보다는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ur Therapy)를 중심으로 하는 심리치료 기관에 GP들은 환자들을 의뢰한다.
인지 행동 치료는 이러한 증거중심의 NHS의 철학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경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카메론의 보수당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대대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보수당 정권이 집권하고 나서 소위 ‘베네핏’을 받고 사는 많은 정신 보건 문제를 가지고 실업자로 살아 가고 있는 사람들이 국가에 얹혀서 돈만 받고 완전히 의존적인 삶을 사는 것이 노동당 정권의 잘못이라고 비판하는 정치적 신념과도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무조건 베네핏만을 줄이는 것이 또 다른 문제 즉 범죄나 자살 혹은 정신질환 악화 등등을 유발하여 사회에 더욱 더 경제적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IAPT(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시행했다. 즉 이러한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하여 사회로 복귀시켜서 더 이상 베네핏에 의지 하지 않고 국가 경제에 도움을 주는 소위 ‘윈윈’ 전략을 계획했고 여기서 채택한 치료 모델이 어쩌면 ‘인지행동치료’였다.
인지 행동 치료의 장점은 전통적인 카운셀링 기법과는 다르게 치료의 세션 수를 미리 정해 놓고 있고 환자에게 문제 되는 이슈를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치료를 계획하는 주최측에서는 미리 예산과 사업계획을 예상하고 시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모든 환자가 이러한 인지 행동 치료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게 아니고 오히려 중증의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치료에 대한 동기 의식이 떨어지는 환자들은 이런 치료로서 효과를 얻기 힘들수도 있다.
쉬운 예로서 영국에 10대에 유학을 와서 20대에 대학을 졸업하고 어찌어찌해서 영국에 머물게 되었는데 변변한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있고 카지노나 음주를 자주 하면서 무기력하게 되어 있는 청년 ‘김군’이 있다고 하자. 자신의 GP를 찾아 가서 이야기를 하니까 우울증이라고 진단하면서 심리 치료를 받아보는게 좋다고 해서 IAPT 기관으로 보내졌다. 여기서 행하는 치료는 환자를 낫게 하는 치료기 때문에 심리치료 자체가 환자의 회복에 중점을 두고 어떻게 하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김군’은 치료사를 한번 만나보고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면서 가질 않는다. 어쩌면 이 장면이 NHS와 현실이 약간의 괴리를 갖는 지점이다.
우리는 ‘김군’이 우울증이 호전되면 잃어 버리는 것과 얻는 것을 생각해 보면 조금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김군’은 아직도 한국에서 자신이 대학에서 석박사를 해서 금의 환향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부모님이 있다. 이 부모들은 ‘김군’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고 그것 때문에 대학 공부를 현재 쉬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어쩌면 ‘김군’에게는 우울증이라는 병이 현재 휴학하고 있는 것을 정당화 해주는 기능이 있고 자신이 현재 모든 사회 관계들이 잘 안되는 이유는 우울증이 문제이지 자신의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 주는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울증’이 호전 된다는 것은 아직 다른 것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김군’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두려운 상황이며 차라리 우울증을 느끼고 살아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환자들이 이러한 부분을 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을지 아니면 무의식 적으로 이러한 과정이 일어날지는 개인적으로 틀리겠지만 결론적으로 이러한 ‘효과적인 치료’ 보다는 전통적인 카운셀링이 ‘김군’이 영국에서 가지는 외로움이나 한국의 부모에 느끼고 있는 죄책감 등을 털어놓을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다.
물론 필자가 급조한 이 예가 IAPT 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이 생기게 된 배경에는 영국에서 얼마나 많은 정신과 환자들이 아무런 심리치료를 받지 못한채로 약만 의존했던 현실에 대한 자각이 있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얼마되지 않아 몇 만 명의 환자가 이 치료로 효과를 보았다는 보고가 있으며 좀 더 많은 환자들이 심리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진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동기의식이 중요한 만큼 문화적으로 아니면 심리적으로 치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환자들은 원래 인지 행동 치료가 가져다 줄 수 있는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분명히 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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