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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64 누구를 도와준다는 것?
코리안위클리  2016/11/02, 08:54:21   
▲ 못된 사람이 되더라도 환자를 도와주어야 할지 아니면 내가 환자를 도와주려는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이 직업을 해야 될 지는 한번 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의사로서 본분은 환자의 생명을 지켜주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준다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경우 병원이나 치료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를 도와주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다 좋은데 문제는 누구를 어떻게 얼마만큼 도와줄지는 사람마다 조금씩 견해가 틀리고 또한 치료자의 성장배경 그리고 트레이닝에 따라서 당연히 많은 차이가 있다. 때론 이런 차이 때문에 팀들끼리 아니면 팀원끼리 여러가지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치료 방향이 갈팡 질팡 혼란스러워지기도 한다. 가령 예를 들면 환자의 재활을 도와주고 싶은 사람은 환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데도 온갖 수발을 다 해 주는데 한편으론 그 환자의 동기의식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자 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아동 청소년들 그 중에서도 특히 아이큐도 50이하고 심각한 자폐증이 있는 미성년자들을 치료(?) 내지는 돌본다는 것은 더욱 더 이런 견해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아동, 청소년들과 살고 있는 부모들은 많은 경우에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지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학교에 갈 때는 기본적으로 스쿨 버스가 오고 또한 방과후에도 학교에 좀 더 남아 있어서 돌봐준다든지 함으로써 부모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다.
그런데 당사자인 미성년자 특히 덩치가 많이 커버린 청소년의 경우에는 행동이 과격해지거나 너무 날뛰면 안전에 염려가 되다는 이유로 집으로 보내거나 또한 본인이 등교를 거부하면 학교에 보내기가 너무 힘이 들고 또한 집으로 도우미를 불러도 힘든다고 오지 않는다.
이런 경우 부모는 행동 조절이 도무지 되지 않아서 아무도 같이 있을 수 없는 청소년과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되는 경우가 된다. 혼자 놔두면 안전이 위험해지니까 집에 놔누고 나갈 수도 없다. 집을 방문해 보면 집안의 엄마, 동생들은 겁을 집어 먹고 있고 바닥엔 깨어진 유리조각이 있으며 벽들은 금이 가있고 가구들은 부서져 있다. 경찰을 불러도 정신지체(?)라는 이유로 손을 대지 않으려 하고 구청에 전화하면 병원에 전화하라고 하고 병원에서 전화를 받은 필자는 가정 방문을 해보니 이런 상태이다.
치료진들이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은 두려움과 안타까움이리라. 빨리 이런 상황을 바꾸고 싶고 불쌍한(?) 이 가족에서 도움을 주고 싶어하게되고 또한 자신의 무기력함을 견디기 힘들게 된다, 하지만 의사나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입원이겠지만 누구를 위한 입원인지를 생각해야 하고 과연 강제로 환자의 자유를 구속해서 입원시킬 만큼 환자가 위험한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 청소년은 자폐증 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있다. 말을 하지 못하고 의사 소통에 심각한 장애가 있으며 또한 지각 문제로 인해서 소음과 빛에 아주 민감하다. 그렇지만 말을 못하기 때문에 오로지 과격한 행동으로서만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너무 시끄러워서 괴로워도 벽을 치고 낯선 사람이 들어와서 불안해 져도 고함을 지르고 유리를 밟아서 발바닥이 아파도 머리를 벽에 박는 행동으로서 자신의 괴로움을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표현과 요청이라는 것이 과연 자폐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존재를 알아차릴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연결이 되겠지만 어쨌든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못살게 굴고 어렵게 한다. 하지만 무조건 행동 조절 한답시고 약물을 쓰기도 힘이 든다. 이런 환자는 부작용이 심하고 또한 부작용이 있어도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직접적으로 관여되어 있는 기관은 학교, 카운슬의 장애팀(사회사업가), 병원팀, 그리고 가족들인데 모두가 서로 다급하고 현실적으로 해결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마술적’인 해결 방법에 대한 갈망이 많아진다. 이런 혼돈을 구제해줄 ‘구원자’를 끊임 없이 찾아 다닌다.
이런 소망은 가족만이 아니라 이러한 환자가족과 관련된 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임상적 현장에서 이런 바람은 대개 ‘약’을 통해서 나타난다. 무엇인가 환자에게 주사를 주거나 투약을 해서 공격적인 행동을 잠잠하게 만들 수 있는 마술같은 약이 있다고 기대를 하고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정신과의사를 원망한다. 특히 과거에 다른 병원에서 약물을 써서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던 적이 있으면 더 하다. 또한 그러한 실망과 원망은 가족 뿐만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 있는 모든 기관들이 하게 된다. 당사자인 의사는 이런 압력을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자신도 모르게 쫓기듯이 약을 처방하기도 하고 이 약이 안되면 저 약을 써보고 마치 그 어떤 마술을 자신이 부릴 수 있는 것 처럼 행동을 하게 되지만 자신의 이런 행동이 이런 정체 상황을 무제한으로 연장시키고 있다는 것은 간과하기가 쉽다. 즉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 사람들의 기대가 환상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주지시켜 주지 않으면 이 의사 저 의사를 찾아 다니게 되고 똑같은 상황을 계속해서 반복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흔히 생기는 현상이 누구는 좋은 사람 누구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문제는 종종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나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정신과의사가 조금만 더 행동 조절을 해주면 자신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다고 하고 정신과 의사는 학교에서 조금만 더 인내심있게 이 학생을 받아 주면 엄마가 좀 더 기운을 차릴 수 있을 텐데 자신들이 힘드니까 무조건 집으로 보낸다고 원망한다.
이러한 현상은 같은 팀내에서도 생길 수 있다. 모든 서비스 기관에 실망을 한 엄마는 자신의 말을 잘 들어 준다고 믿는 직원에게 매일 통화를 한다. 그 직원은 그 엄마의 메시지를 다른 팀원들에게, 그리고 학교에 카운슬에 전달하고 마치 자신이 그 엄마의 대변인이 된 것 처럼 행동한다. 자신의 그런 역할을 하는 이유는 ‘아무도 그 엄마를 도와주지 않아서 자신이라도 도움을 주어야 한다’라고 강변한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여전히 하나도 상황이 변화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오히려 엄마와 학교 그리고 엄마와 카운슬의 관계는 더 적대적이 되고 그 어머니는 아예 그 쪽 사람들과는 대화가 통화지 않는다면서 얘기 조차 꺼내지 않는다. 그러면서 집을 이사하는 문제나 학교 선생님에 대한 문제까지 병원팀에게 하소연 한다. 자 이렇게 되면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좋은 상황으로 움직이게 하느냐가 아니고 누가 착한 사람이고 누가 못된 사람인지의 도덕적 판결만이 남게 된다. 그 결과는 항상 전투적이고 파괴적이기 쉽고 결코 생산적이고 미래 지향적이지 못한다. 못된 사람이 되더라도 환자를 도와주어야 할지 아니면 내가 환자를 도와주려는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 이 직업을 해야 될 지는 한번 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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