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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65 콘트롤
코리안위클리  2016/11/16, 09:00:05   
▲ 인생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당장은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그 시기에 꼭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유아기 때나 청소년 때 이런 좌절을 견뎌 내지 못하고 폭력이나 협박으로서 주변을 콘트롤 하는 버릇을 들인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 더 성장하기가 힘이 든다.

‘콘트롤’ 이라는 제목을 생각하면서 스쳐간 여러명의 환자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과 힘겨운 싸움을 보였던 선생님들과 보호자들도 생각이 난다. 임상 장면에서 이러한 ‘콘트롤’이라는 주제와 가장 많이 맞닿아 있는 ‘병’은 아마 ‘강박증’ 일 것이다. 이 강박 환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손을 20번 씻으면 나쁜일이 안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꼭 20번 손을 씻어야 한다. 그 덕분에 손등이 갈라지고 뻘겋게 되어서 피가 난다 하더라고 개의치 않는다. 즉 손을 19번 씻어서 ‘큰일’(?)이 생기는 것 보다는 피가 나더라도 20번을 씻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강박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20번 손을 못씻게 하면 어떻게 될까? 답답한 부모님들은 야단을 치기고 하고 화장실 문을 잠궈 놓기도 한다. 당사자는 곧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그 결과 폭력적으로 변해서 문을 부수려고 한다든지 자신을 제지하는 부모나 선생님에 대해서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 정도 상태까지 되면 주변에서 힘으로 환자를 조절하는 상황이 안되고 환자 자신이 바로 상황을 ‘콘트롤’하게 된다.
실제 임상 장면에서는 강박증만 가지고 있는 일반 신경증 환자들은 이 정도로 행동 제어가 안되는 것은 아주 흔한 것은 아니지만 타인에게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자해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공격성을 표출하거나 스스로를 ‘콘트롤’ 하는 상황으로 만들어 가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칼로 손목을 긋는 것은 스스로가 하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이 제어하거나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외부에서 성취할 수 없는 현실을 스스로가 콘트롤 할 수 있는 내부 현실로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심리발달적으로 보면 어린 아이들이 ‘분노 발작(temper tantrum)’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콘트롤’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2살짜리 애가 자신이 먹고 싶은 초콜릿을 엄마가 주지 않는다고 고함을 지르고 발길질을 하는 것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엄마를 조절하지 못하는 좌절감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엄마들은 아동의 이러한 전지전능한 욕구에 맞닥뜨려서 때로는 위로하고 때로는 엄하게 현실을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누구나 겪었던 좌절과 관계가 있는데 인간이 ‘신(God)’과 같이 자신이 가지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게 아니고 현실이라는 제약에 부딪혀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것’을 어떻게 다스리면서(?) 살아 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마음의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처음 부닥치게 되는 어려움은 나에게 모든 것을 주고 있는 엄마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유식이 시작되면서 강력하게 부각되는데 아기들은 엄마가 처음으로 고형식을 시도할 때 엄청난 분노와 절망을 보인다. 처음으로 자신이 음식물을 씹어야 되고 입으로 엄마의 젖꼭지를 빠는 즐거움(?)도 포기해야 된다. 이러한 엄청난 좌절을 마주하여 어떻게 아기가 적응하느냐가 훗날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을 가지게 되는냐와 막대한 관계가 있다. 즉 이 시기에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주변을 자꾸 ‘콘트롤’ 함으로서 현실을 부정(denial)하려고 하면 옛날 말로 ‘버릇이 나빠진다’. 즉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이기적이고 의존적이 된다.

청소년기가 되면 정신적으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전적으로 의존하던 부모를 떠나보내는 시기가 오게 된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이때 느끼는 엄청난 분노와 절망 때문에
부모들을 힘들게 하는 ‘사고’를 많이 치게 된다.


유아기와 더불어 이런 도전에 또다시 심각하게 부닥치게 되는 시기가 청소년기다. 아기 때는 이별을 해야 할 대상이 엄마의 젖꼭지나 엄마의 따뜻한 품속이었다면 조금 더 자란 청소년기가 되면 이런 다소 구체적인 대상 보다도 정신적으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자신이 전적으로 의존하던 부모를 떠나보내는 시기가 오게 되는 것이다. 어린 애기가 탄트룸을 보이듯이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는 청소년들이 왜 부모들을 힘들게 하는 ‘사고’를 많이 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인생의 많은 일들이 그렇듯 당장은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그 시기에 꼭 해결하고 넘어가야 될 부분도 또한 이것들이다. 유아기 때나 청소년 때 이런 좌절을 견뎌 내지 못하고 폭력이나 협박으로서 주변을 콘트롤 하는 버릇을 들인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 더 성장하기가 힘이 든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스토리로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30대 남성을 보자. 아내가 임신한 이후로 외도를 하고 남자애가 태어난 후로는 애기 우는 소리가 듣기 싫다며 애기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애기를 잘 달래지 못한다고 아내에게 손찌검을 일삼는 남자는 이러한 ‘콘트롤’ 이슈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아내가 임신을 하고 애기가 우는 것은 모두 다 자신이 콘트롤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애기와 나누는 것 그리고 자신의 수면 욕구나 성적 욕구 보다는 애기의 욕구를 먼저 배려하는 것 또한 아버지로서 해야될 역할이지만 유아기 때나 청소년 시기에 이런 심리적 성장이 안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런 역할이 무척이나 벅차고 불가능하게 여겨 진다. 학교나 부모에게서 전화가 오는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좌절을 견디지 못하고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서 자신의 욕구를 관철시키려고 할 때다.
이런 환자들의 성장 배경을 보면 지금까지 좌절을 견디기 위해서 주변을 콘트롤 하면서 살아 오다가 어떤 시기가 이르러서 더 이상 그런 생활 방식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난 충격이 와 있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지금까지는 그 자녀들의 손과 발이 되어 줌으로써 문제 소지를 줄여 왔지만 자신들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경우가 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한가지 강조할 것은 소위 ‘엄마가 애 버릇을 잘 못 들였다’라는 것처럼 부모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처럼 생각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어떤 아동들은 이런 좌절이 너무 극심해서 콘트롤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애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부모가 양보를 하지 않는 경우 아동의 안전이 위험할 정도로 극단적 행동을 보이는 아동들도 있다. 이럴 때는 어쩌면 일찍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찾는 것이 이후에 일어날 더 심한 위기를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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