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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84 그렌펠 타워 화재를 관점으로 본 영국 정신보건 현황
코리안위클리  2017/09/06, 06:40:14   
▲ 런던 그렌펠 타워는 파국으로 흐르고 있는 영국의 복지 정책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참상의 한 단면을 보여 준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제목만 보면 엄청나게 방대하고 온갖 사회의 다양한 관점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주제이지만 지면크기도 그렇고 정신보건에서 종사하면서 느낀 점 중에서 이번 런던 화재사건과 연결된 주제를 돌아보고자 한다.
몇 년 전 한국에서는 ‘세월호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했었고 그 여파로 어쩌면 정권이 교체되는 운명까지도 맞이하는 파워풀한 사회 현상으로 대두되었다. 그 이면에는세월호 사건을 중심으로 한 가진자와 못 가진자의 갈등, 집권층과 대립하는 일종의 working class 계층 민중이 충돌하여 결국은 심각한 정치적 불안정 성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신보건적인 측면도 무척이나 강조되었는데 그 이면에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관련된 여러 공무원과 선생님들이 겪는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 그리고 여러 차례의 자살사건들을 계기로 한국에서는 거국적으로 트라우마 센터라는 단체가 만들어 질 정도였다. 그러나 워낙 복잡한 사건이다 보니 이런 정신적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달라 시행착오도 거듭하였고 그러다 보니 희생자 및 유가족들이 겪는 정신적 합병증도 더 지속되었다는 고찰도 나오게 되었다. 물론 어떠한 정신보건적 치료가 행해진다 하더라도 유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이야 완전히 해소되기는 힘들었으리라.
영국에서는 이번에 세월호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성격의 화재 사건이 있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영국내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첼시라는 부자 동네에 자리하고 있는 수용시설같은 이런 주공아파트가 어떠한 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아시리라 믿는다. 이런 주공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직장이 없고 국가에서 돈을 받고 생활하고 있으며 난민들이나 사회적으로 아주 취약계층의 사람들이다. 구청에서도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모니터링이 안되는 경우도 많고 단지내에서 활동하는 폭력 갱이나 창녀 촌, 그리고 마약 소굴로 변해 있는 집들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사람들도 살고 있는데 가끔 환자들이 재발해서 집을 찾아가 보면 그 청결도라든지 주거 환경이 그야말고 기절 초풍할 지경이다.
문제는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동, 청소년에게서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위험성이 더욱 더 증가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서 행동 조절이 되지 않는 아동이 문을 부수면 당장에 그 아동의 안전이 위험할 수 있는데 문 보수 공사를 하려면 자신들의 집이 아니니까 부모가 문을 교체할 수도 없고 카운슬에 연락해서 기다려야 하는데 이게 언제 될지 기약이 없다. 그 동안 위험성을 모르는 아동이 문을 박차고 나가면 당장 고층 빌딩이니까 추락의 위험도 있고 그러면 부모가 더욱 더 강압적으로 아동을 콘트롤 하려 하니까 아동의 행동문제가 수그러들기는 커녕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주 활발한 아동의 경우는 집안에서 뛰어다닐 공간이 조금은 있어야 하는데 워낙 집이 작고 움직일 장소도 없으니까 아동이 갑갑해 하고 그러다 보면 신경질을 많이 내는데 병원에 와서는 자기 아들 진정시키는 약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진찰을 해보면 아동이 학교에서는 행동 문제가 없고 집에 오면 갑갑해서 그러니까 부모에게 자주 데리고 나가서 놀리라고 권하면 아동이 위험해서 못나간 다든지 주변에 갱들이 많아서 못 나간다든지 등등의 여러 이유로 이런 조언을 따를 수가 없다.
이 같은 경우에 많은 부모는 집을 옮기려고 한다. 문제는 런던내의 대부분의 카운슬은 집이 부족한다. 그래서 이러한 가족들이 이사를 신청하면 거의 대부분 런던내의 다른 집이 아니라 런던에서 서너시간 운전해야만 하는 아주 먼곳의 집으로 배정된다. 문제는 이런 경우에 집이 크다고 이사가는 가족은 거의 없다. 왜냐면 그들의 생활 터전은 런던이고 대개가 이민족인 관계로 런던을 벗어나면 그들의 커뮤니티와 멀어지기 때문에 떠나가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가족들의 주장은 자신들과 비슷한 다른 가족들은 같은 지역에서 큰 집으로 이사를 갔는데 왜 자기들은 큰집을 주지 않느냐고 버틴다. 그러면서 의사들보고는 이사를 가야 된다는 레터를 카운슬에 적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러한 레터가 효과가 없어진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이러한 줄다리기 동안에 아동의 상태는 더욱 더 안좋아지고 행동 조절을 위해서 이약 저약 써도 효과가 없게 되면 서서히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느낌이다. 아무리 약을 써도 조절이 안되면 병원에 입원하거나 집에 도우미를 배치하는 경우 밖에는 없다. 하지만 병원도 최근의 보수당 정권의 긴축 정책으로 빈 자리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환자가 절대적으로 입원을 해야 한다고 의학적인 판단이 내려져도 병실이 없으면 입원하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다.
이렇듯 사회 복지적으로 해소가 되어야 할 부분이 해결이 되지 않으면 점점 더 병원에 의지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최근의 응급실 부족과 병실 문제는 퇴원해야할 사람들이 퇴원하지 못하고 입원 안해도 될 사람들이 병원으로 자꾸 오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렇듯 정신보건과 사회 복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최근 들어 복지 혜택의 감소는 정신보건의 모든 영역에 걸쳐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주고 있다. 이미 거의 모든 정신보건 센터들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일들을 처리하고 있고 그 결과로 치료를 필요로 하는 많은 환자들이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런던의 그렌펠 타워는 어쩌면 이렇게 파국으로 흐르고 있는 영국의 복지 정책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참상의 한 단면을 보여 준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반복과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점점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차별히 심해지고 있다. 정신보건은 이러한 급변하고 있는 사회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한국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무료 진료에도 나서고 했지만 영국은 이미 NHS 자체가 무료 진료다. 그러면 과연 어떠한 부분에서 기여를 해야 할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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