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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정신건강 100 불확실성의 시대
코리안위클리  2018/05/23, 05:13:29   
▲ 컨설턴트는 자신이 마치 ‘메시아’처럼 답을 알고 처방을 내려주는 것이 얼마나 이 환자의 인생에 도움이 될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진실은 컨설턴트가 무능해서 답을 모르는 것이 아니고 ‘이 환자에게 발생하고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다만 불확실하다’라는 것이다.

어쩌면 세계 전체가 ‘불확실성(uncertainty)’를 제거하기 위해서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을 언급한다는 것이 마치 시대에 역행해 간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주제에 항상 관심이 가는 이유는 컨설턴트로 일하는 직업상 어떤 미팅을 가거나 법정 리포트를 쓰거나 아니면 일상의 진료 상황에서도 확실한 답을 요구하는 압박감을 종종 느끼기 때문이다.
항상 신문기고 때가 다가오면 이제는 어떤 이야기를 적어야 되나 고민이 되는데 그 중에 하나가 ‘지식 전달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내 견해를 적어야 하나’라는 질문이다. 지식전달은 어떤 팩트를 적어서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들을 전달하는 기능이 있고 나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같은 주제에 대해서 어떤 다른 의견들을 이미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들과 다를 수도 있는 내 생각들을 전달하는 것이다. 조금 더 확장하면 어떤 견해를 이야기할 때 내 생각을 나눌 수도 있고 아니면 설득조로 이야기 할 수 있고 또는 믿음을 강요할 수도 있다.
대개의 어떤 아동 청소년들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초반부에 부모와 사회사업가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의 열띤 이야기가 오고간 뒤에 만약 그 학생이 정신보건센터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거나 아니면 어떤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으면 그 회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전문가라고 믿고 있는 컨설턴트의 입만 쳐다 본다. 이러한 경우 어떤 컨설턴트들은 아주 자신감 있는 어조로 자신의 의학적 경험에 바탕을 둔 의견이 진실이라고 전달할 수도 있고 어떤 컨설턴트들은 아동의 문제가 의학적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의견을 피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종종 이러한 미팅에서 느끼는 것은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컨설턴트가 정답을 알고 있고 그 답을 알려 주기를 원한다. 물론 그런 답이 있으면 해결책이 있다고 믿는 것은 당연하고 그러고 나면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 청소년의 사례는 앞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좋아지게 된다.
매일 환자와 부모들과 만나는 임상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생긴다. 종종 부모들은 몇 년에 걸쳐 이사람 저사람 만나서 상담도 하고 자녀가 문제가 있는지를 고민해 왔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컨설턴트를 만나고 있으니까 당신이 문제가 없다고 하면 더이상 자녀가 ‘병’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찾아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런 상황에서 컨설턴트는 어떤 ‘확실한 답’을 알아내야 한다고 압박감을 느낄 수 있고 이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델에 환자를 끼워 맞추는 실수를 하게 되어서 환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틀을 환자에게 덮어 씌우게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런 과정은 어쩌면 임상가로서 성장하기 위해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시니어가 되다는 것은 이러한 틀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이 된다.
얼마전에 10살된 딸이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고 자기 고집대로 모든 것을 하려고 해서 소아과 컨설턴트에게 갔더니 그 딸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없고 아마 ADHD가 문제인 것 같다고 필자에게 보내졌다. 처음에 그 어린 소녀는 엄마에게 지나치게 치대는 것이 눈에 띄었고 엄마가 뭔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자기 마음에 안들면 불평하고 삐치고 엄마가 더 이상 이야기를 못하게 막는다. 당연히 필자와 엄마와의 대화는 이어지기가 힘들었고 자꾸 대화에 끼어드는 이 소녀가 어쩌면 ADHD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필자에게 의뢰가 된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이 소녀를 겨우 두 번째 만났을 때에야 혼자서 필자와 한방에 있을 수 있게 되었는데 엄마가 없을 때는 집중도가 아주 높고 30분 동안 열심히 그림그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과연 같은 애인지 의심될 정도였다. 그러면서 뭔가 불편함이 생기는 것은 이 아동이 두 번째 면담에서 필자랑 혼자 있을 때도 첫 면담처럼 왔다 갔다 하고 부산해 하는 모습을 보이면 ADHD라는 진단에 점점 가까워질 수 있었는데 어쩌면 이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 쌓이는 것이었다. 물론 이 아동이 필자랑 몇 번 만나서 친숙해지면 긴장도가 풀리면서 자신의 본모습(?)이 나와서 부산한 모습을 다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진단을 보류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비슷한 상황은 얼마전 학교에서 의뢰된 ‘헬렌’에게도 발생했다. 헬렌은 14살된 소녀인데 머리속으로 계속 괴로운 생각들이 강박적으로 들어 오고 귀에서 자신을 협박하는 목소리가 들리며 그것 때문에 자해하는 문제로 의뢰됐다. 부모는 헬렌이 3살 때 이혼했는데 엄마랑 같이 살고 있는 과정에서 엄마가 ‘정신증’이 생겨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얼마 전부터는 아버지랑 살게 되었다. 대개 이런 경우는 어머니가 병력이 있기 때문에 딸이 환청 증상이 있으면 엄마와 같은 ‘정신증’을 앓고 있는 의심이 되고 그쪽으로 병력청취를 하게된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인간은 자신에게 ‘상실’이 생기면 그 상실감을 상쇄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잃어버린 대상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헬렌의 증상은 ‘정신증’이 아니라 어머니의 상실감에 따른 심리적인 반응으로서 어머니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단을 섣부르게 하는 것은 향후 환자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어쩌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환자를 입원이나 항정신증 약을 사용하여 환자 인생의 중대한 시기에 몇 년을 상실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회에서 얼마나 이러한 ‘불확실성’을 감내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자해나 자살의 위험성이 있는 환자는 주변의 불안을 극대화시킨다. 부모, 선생님, 사회사업가, 그리고 다른 치료사들은 자살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 달라고 하고 어떻게 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지 ‘답’을 알려 달라고 한다. 이때 컨설턴트는 자신이 마치 ‘메시아’처럼 답을 알고 처방을 내려주는 것이 얼마나 이 환자의 인생에 도움이 될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진실은 컨설턴트가 무능해서 답을 모르는 것이 아니고 ‘이 환자에게 발생하고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다만 불확실하다’라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컨설턴트가 구세주처럼 행동하지 않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역할을 끌어낼 수 있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무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오히려 무엇인가 유능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무척이나 유능한 ‘전문가’라는 만족감?은 조금 덜 생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의 만족감을 충족하기 위해서 컨설턴트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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