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조상헌 교수의 <알레르기와 만성기침>을 20주 예정으로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는 조교수가 1996년~1998년 영국 사우스햄턴 병원 근무 중 본지에 투고했던 글을 새롭게 정리한 것입니다.
알레르기와 만성기침
곤충 알레르기 ① 원인과 증상
벌에 쏘였을 때 일반인들은 쏘인 자리가 약간 붓고 말지만 벌독알레르기 환자에서는 쇼크에 빠져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B.C.2621에 사망한 고대 이집트의 왕 메네스의 무덤벽화에 벌에 쏘여 죽었다는 내용이 상형문자로 남아 있어 이것이 벌독 알레르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자 문헌상 확인되는 최초의 알레르기 질환이다. 즉 곤충 알레르기란 곤충에 물리거나 쏘였을 때 정상인에 비해 굉장히 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곤충 알레르기는 원인되는 곤충의 종류 및 침입경로에 따라 벌과 같이 쏘는 곤충 알레르기(stinging insect allergy), 빈대를 비롯한 무는 곤충 알레르기(biting insect allergy), 나방이나 바퀴벌레를 비롯한 흡입성 곤충 알레르기(inhalant insect allergy)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쏘는 곤충 알레르기 ◆
(Stinging insect allergy)
벌독 알레르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 곤충으로 알려진 벌은 막시류(膜翅類·Hymenoptera)에 속하며, 그 종류가 대단히 많아서 전세계적으로 대략 12만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46과에 1,000여종의 벌이 서식하고 있다.
이중에서 꿀벌과 (Apoidea)와 말벌과(Vespoidea)의 벌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중요한 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꿀벌과의 꿀벌(honey bee), 말벌과의 땅벌(yellow jacket), 말벌(hornet), 쌍살벌(wasp) 등이 가장 흔한 벌독 알레르기의 원인 곤충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땅벌은 복부에 노란 줄무늬를 가지고 있으며 땅속이나 벽속 또는 통나무 밑에 집을 지으므로 야외에서 무심코 건드리기 쉽다. 말벌은 달걀형 또는 서양배 모양의 집을 지어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거나 땅위에 있으며, 쌍살벌은 몸집이 크고 허리가 가늘며 처마밑이나 서까래에 집을 짓는다.
벌의 독침은 산란관이 변화한 것이기 때문에 오직 암컷만이 사람이나 동물을 쏠 수 있으며 한 번 쏠때 10~50ug의 독액이 나온다고 한다. 꿀벌은 말벌과의 벌들과는 달리 자극을 주지 않으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으며 침에 미늘이 달려있어서 쏜 자리에 박히게 되므로 독액낭와 내장이 탈출되어 쏜 벌은 죽게 된다.
벌독액은 phospholipase A를 비롯한 여러가지 효소들과 펩타이드(peptide) 및 아민(amine)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phospholipase A 를 비롯한 효소들이 알레르기 반응 유발에 관여하며, 펩타이드와 아민은 독액의 흡수를 용이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알레르기반응은 20세 이하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며 남녀 발생비율은 약 2:1, 반응 빈도는 야외 활동의 정도와 비례한다. 전신반응을 일으키는 환자의 약 1/3에서 아토피성질환의 병력을 가지고 있으며, 두경부에 쏘였을 때 알레르기반응이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증상 벌에 쏘인후 나타나는 일반적인 반응은 국소적인 발적, 부종, 통증 등이며 이러한 증상은 수시간 이내에 소실된다. 좀더 심한 국소증상으로는 광범위한 부종이 관찰될 수 있으며 48시간 정도에 절정에 달하여 1주일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곤충에 쏘인후 나타나는 가장 심한 인체반응은 쇼크, 호흡곤란, 두드러기 등이 함께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 반응이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아나필락시스 쇼크증상은 벌에 쏘인후 15분 이내에 발생하며, 증상이 빨리 나타날수록 더욱 심한 증상의 발현이 예견된다. 가장 흔한 증상은 피부에서 발견되는데, 전신적인 두드러기, 홍조, 혈관부종이 관찰된다. 인두, 후두 및 기관 등 상부기도의 부종시는 사망율이 높다. 이외에 위장관 경련, 설사, 자궁수축 등도 나타난다. 이외에도 일부 환자에서는 혈관염, 신염, 혈청병, 신경염, 뇌염 등이 나타기도 한다.
한편 한꺼번에 여러번 벌에 쏘인 경우에는 독액에 포함된 강력한 물질에 의하여 순환계 허탈, 쇼크, 저혈압 등은 물론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다음주 곤충 알레르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