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이야기
향수,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화장품 어원인 라틴어 ‘per fumum’은 ‘연기를 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종교적 의식을 위한 매개체로 사용한데서부터 시작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용한 최초의 알코올향수 ‘헝가리워터’ 이후 프랑스의 루이 15세, 왕족, 귀족들 사이에서 대대적인 선풍을 불러일으키며 각종 향수가 만들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향수는 뿌린 그 순간부터 미세한 변화를 시작한다. 이런 변화는 처음 뿌렸을 때 반응하는 향기(Top Note), 어느 정도 흘러 점차 변화되어 가는 향(Middle Note), 그리고 마지막까지 은은하게 유지되는 향기(Last Note) 등 모두 3가지로 나뉜다. ‘Top Note’는 시트러스Citrus, 그린Green, 스파이시Spicy 등 신선한 느낌의 향이, ‘Middle Note’는 플로럴Floral, 프루티Fruity의 향기롭고 달콤한 향이, ‘Last Note’는 머스키Musky, 우디Woody, 파우더리Powdery 등 강한 계열의 향이 이에 속한다.
향수는 피부로부터 발산되는 체온과 체취가 섞여 향기가 나므로 몸의 맥박이 뛰는 부분에 직접 뿌리는 것이 바람직하며 아무리 고급향수라도 옷에 뿌리면 얼룩질 염려도 있고 향이 쉽게 날아가 좋지 않다.
패션의 트렌드를 말해주는 향수
의상과 향수, 언뜻 보아 명백하게 구분되지만 패션의 한 영역으로서 공존해오고 있다.
시대별 향수 트렌드를 보면 1950년대에는 ‘오드리 헵번’의 화려하고 지적이며 때로는 소녀같은 로맨틱 패션코드의 유행으로 향수도 로맨틱하고 여운이 잔잔하게 남는 플로럴향이 중심이었고, 1970년대에는 유니섹스 의상의 유행으로 화려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 심플한 것이 인기를 끌면서 그린 계통을 바탕으로 한 신선한 향이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향수의 트렌드가 그 시대의 의상코드와 같은 맥락으로 결정되는 것을 볼 때 향수 산업은 단순한 향의 생산이 아니라 시대별 패션 트렌드를 말해주는 한 문화이자 패션의 일부인 것이다.
또 많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만의 고유의 특성이 가미된 향수 라인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아 그 디자이너가 사랑 받음에 따라 향수도 유명세를 타게 된다. 대표적으로 1921년 가브리엘 샤넬에 의해 탄생되었고 조향사 에르네트보가 북극의 백야 이미지를 향으로 1~21번까지 표현하여 그 가운데 5번 향이 선택되어 병에 쓰여있던 번호가 그대로 향수의 이름이 되었다는 샤넬 No. 5이다.
이외에도 폴 고티에의 ‘랑데부 클래식’, 지방시의 여성 향수인 ‘핫 꾸뜨르’, 크리스찬 디올의 ‘쁘와종’, ‘돌체비타’ 등이 있으며 많은 디자이너들이 향수라인을 계속해서 런칭하고 있다.
연예인들도 자신의 이름으로 향수를 출시하는 새로운 경향이 일고 있다. 패리스 힐튼의 핑크빛 향수(Paris Hilton eau de parfum),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큐리어스(Curious eau de parfum), 제니퍼 로페즈의 글로우(사진·Glow eau de toilette) 등이 이미 판매중이며 마돈나도 이번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향수를 런칭 할 계획이다.
연예인 향수산업은 이름만으로도 큰 광고효과를 보며 저렴한 가격으로 연예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점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이것이 앞으로 향수산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다.
차은정
영국 Surrey Art Uni,
Fashion Promotion 재학 중
cha897@hotmail.com